* 줄거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80대 노인과 여장을 한 젊은 남성이 뉴욕의 고풍스러운 플라자 호텔 스위트룸에서 룸 서비스를 부른다. 진분홍의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남성은 노인이 면도를 하고 정장을 차려 입을 수 있도록 정성껏 도와준다. 룸서비스 음식이 도착하자 만찬을 즐기는 두 사람이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며 이 모든 것이 어떤 상황인지 조금씩 드러난다. 노인은 마치 얼마 전 생을 마감한 아내를 앞에 두고 얘기하는 것처럼 슬프고 북받치는 감정을 드러낸다. 아내는 평생 아이를 원치 않았고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 버린 것. 그 날은 홀로 남은 노인과 죽은 아내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노인과 여장한 남자는 함께 춤도 추고 외출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단편 영화 <Daddy>(2019) 보기

이 영화의 제목이 <Daddy>인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이 부자 관계로 착각하기 쉽지만, 나이 팔십의 노인은 불과 얼마 전에 상처하여 홀로 남았으며, 젊은 남성은 죽은 아내의 대역으로 시간제 에스코트 서비스를 나온 것이다. 여장한 남자를 보고 성지향성에 관한 영화로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남성 에스코트 서비스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다. 단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이 그들을 보고 “잘 생긴 아버지와 아들”이라 부른 것이 제목을 유추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다. 많은 평론가들이 이 단편에 대해 인간성, 정서적인 관계, 유한성 등을 깊이 있게 잘 표현하였다고 호평했으며, 2020년 말 유튜브에 올라와 약 2년 동안 600만 조회 수와 19,000건의 댓글이 달렸다.

여기에 등장한 배우들도 화제다. 쌍둥이 동생 콜(Cole)과 함께 디즈니채널에서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딜런 스프라우스(Dylan Sprouse)는 한동안 스크린에서 사라진지 수년 만에 복귀한 작품이다. 노인 역의 론 리프킨(Ron Rifkin)은 1998년 뮤지컬 <Cabaret>에서 토니 상을 받은 적 있는 베테랑 배우로, 196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친근한 이미지를 갖췄다. 죽은 아내 역의 캐서린 울프(Catherine Wolf) 역시 1980년대부터 미드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다. 감독은 나이 서른의 신예 크리스천 코폴라(Christian Coppola)이며,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과 달리 명감독 프란시스 코폴라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댄스곡으로 사용한 베라 린(Vera Lynn)의 ‘We’ll Meet Again’(1939)는 제2차세계대전 중 가장 사랑받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