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오늘까지 ‘세라믹 아트’(도예)는 수천 년 동안 이어진 몇 안 되는 예술 장르 중 하나다. 알려진 가장 오래된 도자기 유물은 구석기 시대 후기인 기원전 2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시간에 걸쳐 세라믹 아트는 다수의 예술가들을 통해 반복, 진화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현대예술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현대 세라믹 아트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실험적인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과거, 현재와 미래를 잇는 방향으로 발전 중에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현대 세라믹 아트를 이어가는 아티스트 5명을 소개한다. 전통적인 세라믹 아트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Li Xiaofeng

중국 현대 예술가 리 샤오펑(Li Xiaofan)은 도자기를 사용하여 중국의 과거에 경의를 표하는 중국 전통 도자기를 활용한 웨어러블 아트를 제작하는 베이징 기반 예술가다. 그의 작업실에는 송, 명, 원, 청 왕조의 도자기 조각들이 날짜, 색상 및 모양별로 분류되어 통에 담겨있다. 그는 도자기 조각을 가죽 속옷에 섬세하게 엮은 오뜨꾸뛰르 의상부터 중국 전통 의상, 군복, 슈트 재킷과 넥타이, 여성용 드레스까지 다양한 의상들을 표현한 작품을 만든다.

리 샤오펑의 작품 ‘The Weight of the Millennium’(2015>은 접시, 그릇 및 기타 식기류 조각으로 만든 푸른빛의 드레스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015년 전시회 <중국: 거울을 통해>에 선보이며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명, 청 시대의 도자기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은 길고 복잡한 중국 역사에 대한 본인의 관심사와 경의를 투영했다. 리 샤오펑에게 도자기는 욕망, 가치 그리고 재료의 순환에 관한 주제를 탐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재료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강력한 문화적 상징이다.

‘The Weight of the Millennium’(2015) © Li Xiaofeng
‘Ocean Travels’(2008) © Li Xiaofeng

이외에도 2010년 <Lacoste Holiday Collector’s Series>와 2011년 사라 버튼(Sarah Burton)이 개최한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가을 Ready-to-Wear 컬렉션에 참여하는 등 패션 업계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했다. 라코스테의 상징적인 폴로 셔츠를 재해석하는 작품을 만들었으며, 알렉산더 맥퀸 쇼에서는 두 개의 뷔스티에를 제작해 연결한 하나의 형태의 롱 가운 의상을 완성했다. 룩을 보완하기 위해 도자기 조각을 활용한 복잡한 형태의 플랫폼 부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맥퀸 <11FW Ready-to-Wear>(2011) © Alexander McQueen

 

Lei Xue

레이 쉬(Lei Xue)는 세라믹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시도하는 중국 세라믹 아티스트다. 그는 팝 아트에서 영감을 받아 중국의 유구한 전통과 현대 서양 문화를 융합을 시도한 도자기 작품을 만든다. 그의 대표적인 연작 <Drinking Tea>는 명나라 시대의 도자기 스타일을 재현한 캔을 만들어 옛것과 새것의 연결고리를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다양한 구겨진 음료수 캔을 조각한 후 각각의 캔을 파란색과 흰색의 상징적인 명나라 패턴을 직접 손으로 칠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Drinking Tea>(2001~) © Li Xue

실제 깡통이 아닌 수작업으로 공들여 만든 작품들로 전통 수공예품과 대량 생산 제품의 이미지를 대조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으며 레이 쉬의 작품은 현대와 명나라 시대의 600년의 격차를 무색하게 만든다.

 <Vase>(2009) © Li Xue

이외에도 레이 쉬는 전통적인 중국 꽃병 위에 디즈니 캐릭터와 같은 현대적인 캐릭터들을 그려 넣은 도자기 작품을 제작해 고급 및 저급 예술의 경계를 나누는 인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레이 쉬는 조각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문화적 정체성과 세계화의 영향을 탐구하는 두루마리 그림, 애니메이션 영화 및 수채화 등도 만들며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Lim + Lu

빈스 임(Vince Lim)과 일레인 루(Elaine Lu) 부부로 구성된 ‘Lim + Lu’는 홍콩에 기반을 둔 ‘다학체적 디자인’(Multidisciplinary Design) 팀이다. 혁신적인 제품 디자인에 대한 그들의 열망은 그들의 작품인 <Split Vase>와 같은 작업을 통해 표출된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부부 Lim + Lu

<Split Vase> 시리즈는 도자기 화병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두 개의 상징적인 명나라 꽃병을 주조한 후 각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만든 화병에 아름답고 부드러운 색조의 유약들을 입혀 완성한 작품이다.

<Split Vase>(2018) © Lim + Lu

두 개의 화병을 주조하여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중국 전통 화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화병을 소성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화병들이 어떻게 자신들 만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Lim + Lu 홈페이지

Lim + Lu 인스타그램



Johnson Tsang

존슨 창(Johnson Tsang)은 리얼리즘, 초현실주의 조각의 교차점에 있는 홍콩 기반 에술가다. 그의 늘어져 있고, 열려 있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점토라는 재료를 활용하여 매우 영리하게 표현되어 있다. 존슨 창의 연작 <Open Mind>는 금방이라도 머리를 찢어버리고 나오는 듯한 손짓 등과 같이 은유적으로 ‘열려 있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존슨 창은 처음부터 예술가가 아니었다. 13년 동안 경찰관으로 일했던 존슨 창의 예술 인생은 점토 모델링 수업을 수강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해당 수업을 통해 점토가 가진 매력에 대해 알게 되며 세라믹 아티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다.

<Open Mind, 2016> © Johnson Tsang

존슨 창은 다작을 하는 아티스트로 꼽힌다. 그의 아름답고 기발한 작품은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았고 홍콩 정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는 또한 2011년 ‘경기도 국제 도자기 비엔날레 국제공모전 특별상’과 2012년 ‘대만 국제 도자기 비엔날레 대상’을 수상하며 중국인 최초로 두 개의 권위 있는 국제도자기상을 수상한 아티스트로 기록되고 있다.

존슨 창 홈페이지

존슨 창 인스타그램



Fernando Casasempere

런던에 기반을 둔 칠레 예술가 페르난도 카사셈페레(Fernando Casasempere)는 풍경과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한 결과를 세라믹 아트의 형태로 구현한다. 그에게 있어 점토는 단순히 물리적인 재료 의미 그 이상으로 직접 경험한 문화와 자연(대지, 땅)간의 관계를 연결하는 개념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페르난도 카사셈페레의 2012년 작품 <Out of Sync>는 런던의 Somerset House에서 전시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실제 풀밭을 배경으로 한 해당 작품은 1만 개의 ‘도자기 꽃’이 수놓아 있는 들판이며 계절과 자연의 연약함 사이의 긴장감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해당 작품은 놀랍게도 페르난도 카사셈페레가 1997년에 칠레에서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가져온 12톤의 ‘칠레산 진흙’으로 만들어졌다. 해당 작품은 현재 칠레로 돌아와 아타카마 사막에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Out of Sync>(2012) © Fernando Casasempere

고국인 칠레와 영국을 사이에 두고 있는 페르난도 카사셈페레는 생태학과 지질학을 주제로한 작품들을 전개해간다. 그의 직품에는 출생과 유년시절의 기억이 담긴 칠레의 자연환경, 라틴 문화와 1997년부터의 런던의 풍경으로부터 얻은 영감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표현되어 있다.

페르난도 카사셈페레 홈페이지

페르난도 카사셈페레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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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수집해서 깊게 탐구합니다. 문화적인 것은 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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