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5일에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데뷔한 지 3년이 된 신예 재즈 보컬리스트 사마라 조이(Samara Joy)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밴드와 함께 그래미 무대에 올라 두 번째 앨범 <Lingering Awhile>(2022)에 수록된 ‘Can’t Get Out Of This Mood’을 열창했고, 후보에 오른 신인 아티스트상과 재즈보컬 앨범상을 모두 받으며, 세 번이나 무대에 올라와야 했다. 대학 재학 중 데뷔 음반을 냈고, 졸업 후 2년 만에 그래미 2관왕에 오를 만큼, 이제 23세가 된 그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다. 재즈 뮤지션이 그래미 신인 아티스트상을 받은 경우는 2011년 에스페란자 스폴딩(Esperanza Spalding)에 이어 두 번째에 불과할 정도로, 그의 혜성 같은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바 있는 배우 겸 감독 레지나 킹(Regina King)은 그를 가리켜 “사라 본과 엘라 피츠제럴드가 한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 것”이라 극찬한 바 있다.

그래미 시상식(2023)에 오른 사마라 조이의 ‘Can’t Get Out Of This Mood’

본명 사마라 맥렌돈(Samara McLendon)으로 1999년 뉴욕 근교에서 태어난 그는, 전통적인 가스펠 음악 가족의 일원이다. 그의 조부모는 필라델피아에서 가스펠 노래 그룹 ‘The Savettes’을 창단하여, 버스에 단원들을 태우고 지역 곳곳을 다니며 포교와 노래를 하던 집안이었다. 아버지 역시 가스펠 가수 안드레이 크로치(Andrae Crouch)의 베이스 연주를 했던 뮤지션 출신이었다. 사마라도 어린 시절부터 가스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그 방면의 상을 죄다 휩쓸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고등학생 때는 ‘재즈 앳 링컨 센터’(Jazz at Lincoln Center)가 주관한 고등학생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엘라 피츠제럴드 장학생이 되었다. 대학에 다니던 2019년에는 사라 본 국제 재즈보컬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재학 중 나이 스물에 벌써 예명을 내세운 데뷔 앨범 <Samara Joy>(2019)를 냈다. 이 앨범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재즈 타임즈(Jazz Times)지는 그를 최우수 신인으로 선정했다.

‘Guess Who I Saw Today’ 뮤직비디오

그는 신세대 답게 활발한 SNS 활동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대학 졸업 후 틱톡(Tik Tok)에 음악 활동이나 일상 생활의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재즈 레전드 베리 해리스가 사망하자 그의 워크샵에 참가해서 노래를 불렀던 2019년 영상을 찾아 올려 그를 추모하였다. 이 영상은 곧 재즈 팬들에게 화제로 떠오르며 150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그의 틱톡 팔로워는 이제 28만 명에 이른다. 그가 이탈리아 재즈 기타리스트 파스콸레 그라소(Pasquale Grasso)와 함께 한 뮤직비디오 역시 유튜브에서 100만 회의 조회수를 넘어서며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사마라 조이’라는 이름이 해외에도 알려진 덕분인지, 그의 첫 유럽 순회공연은 성황을 이루었으며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는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Solitude’ 뮤직비디오

그의 재능과 적극적인 활동을 지켜보던 재즈 명문 레이블 버브(Verve)가 그의 잠재력을 일찍이 알아보고 그를 스카웃하여 두 번째 앨범 <Linger Awhile>(2022)를 냈다. 새 앨범에는 ‘Misty’, ‘Round Midnight’ 같은 전통적인 재즈 스탠더드 10곡을 담고 있어서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카르멘 맥레이(Carmen McRae) 같은 레전드 디바의 예전 목소리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의 디바 모두 1990년대에 생을 마감하였는데, 이제 30여년 만에 이들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재목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 나이 스물 셋이 지나기도 전에 그래미 2관왕에 올라 레전드 디바와 비교되는 그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게 될 지 기대해 본다.

2023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사마라 조이

 

사마라 조이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