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의 새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가 일찌감치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좀비 디스토피아 드라마의 대명사 AMC의 <워킹 데드>을 위협하고 있다. 2013년에 출시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동명의 게임을 바탕으로 하여 게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돌연변이 곰팡이를 감염 인자로 하여 더욱 공포스러운 좀비들을 만들어냈다. 올해 1월 15일에 방영을 시작한 이래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있는데, 첫날에 470만 명, 12일 동안 2,200만 명이 보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튼토마토 승인율은 97%로, <워킹 데드> 첫 시즌의 87%를 앞서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HBO는 두 번째 에피소드 공개 후 두 번째 시즌 제작에 돌입하였으며, 이미 11시즌을 선보인 <워킹 데드>에 이어 롱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2023) 예고편

 

곰팡이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상

동충하초(드라마 속의 곰팡이)에 감염된 메뚜기 모습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의 첫 장면은 TV 대담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출연한 진균학 전문가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보다 훨씬 무서운 ‘펑거스’(Fungus)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어떤 곰팡이는 감염된 숙주의 뇌에 파고들어 숙주의 정신을 지배하고 그들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좀비로 만든다. 펑거스가 좀비 숙주를 만드는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킬러 펑거스는 주로 개미나 파리 같은 연체동물의 호흡기관을 통해 뇌 속으로 침투하여 희생자로 만들지만, 체온 35도 이상의 인간 몸 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돌연변이 곰팡이균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대세를 이루던 바이러스 팬데믹을 넘어서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이 수십억 명의 인류가 순식간에 감염되는 사상 초유의 펑거스 팬데믹을 배경으로 하였다.

BBC Earth <Attack of the Killer Fungi>

 

강력한 좀비 ‘클릭커스’의 공포

좀비 드라마의 대명사 <워킹 데드>에는 ‘워커’(Walker)라는 한가지 종류의 좀비가 등장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에는 감염 진행경과에 따라 다양하고 더욱 강력해진 좀비가 등장한다. 펑거스에 감염된 후 이틀이 지나면 다음 희생자를 물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러너’(Runner)가 된다. 감염 후 2주가 지나면 ‘스토커’(Stalker)가 되는데, 이 때 펑거스는 뇌로 진행하여 머리에서 나무가지 모양의 기이한 뿔이 돋아나기도 한다. 감염 1년이 지나 아직 살아있는 좀비 ‘클리커’(Clicker)는 인간의 요소가 완전히 사라져 신체가 변형되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괴물처럼 변해, 남은 치아를 통해 그들이 한때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인간보다 몇 배나 강한 괴력의 소유자이며, 몸은 각질에 뒤덮여 총으로도 쉽게 제거할 수 없다. 그들은 시력을 모두 상실하지만 박쥐나 돌고래처럼 초음파로 거리를 파악하고 인간을 추격할 수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2편 중 클리커의 습격 장면

 

게임에서 실사 공포로의 전환

2013년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전용 게임으로 촐시된 <라스트 오브 어스>는 2019년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2,000만 장이 판매된 인기 게임이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이었던 ‘조엘’과 ‘엘리’는 실사 드라마로 그대로 옮겨와 칠레 배우 페드로 파스칼(Pedro Pascal)과 영국 배우 벨라 램지(Bella Ramsey)이 배역을 맡았다. 유튜브에는 게임과 드라마의 동일한 장면을 비교하는 영상 편집본이 올라와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기묘한 이야기>의 특수 분장으로 에미상을 4회나 받은 베리 고워(Barrie Gower)가 기이한 펑거스 좀비 분장을 위해 스태프에 합류하였다. 드라마가 일찍 흥행에 성공하자 이는 다시 게임의 판매 호조로 연결되어 방영 전주보다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나 제작사를 기쁘게 했다.

Making of <The Last of Us> Episod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