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셀리저(Mark Seliger)만큼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한 사진작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스타와 정치인의 초상화를 찍는 초상사진작가인 그는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3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브래드 피트나 커트 코베인부터 달라이 라마, 버락 오바마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명인, 예술가, 정치인, 종교 지도자의 상징적인 순간을 카메라로 담았다.

마크 셀리저는 1959년 5월 23일 텍사스 주 애머릴로에서 태어나 휴스턴에서 자랐다. 그곳에 있는 공연 및 시각 예술 고등학교에 다녔으며 이스트 텍사스 주립 대학교(지금의 Texas A&M University-Commerce)를 졸업했다.

1984년에 뉴욕으로 이주한 그는 26세가 되던 해인 1987년, 매거진 <롤링 스톤스 >(Rolling Stones)에서 일을 시작했다. 입사 후 불과 5년 만에 회사의 수석 사진작가로 승진하여 2002년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그는 100개 이상의 커버를 촬영했으며 <롤링 스톤스> 외에도 <GQ>, <Vanity Fair>와 <Vogue> 등 유명 잡지들과 작업을 진행했다.

셀리저는 조명 활용의 달인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사진의 기술적 측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구도나 피사체와의 감정 교류 및 스토리텔링에서 훌륭한 인물 작품이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How Mark Seliger Lights His Portraits>

 

키스 리차드

셀리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전설적인 록 밴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와 작업을 이어왔다. 롤링 스톤즈 멤버 중 특히 키스 리차드와 가장 많은 작업을 진행했다. 키스 리차드는 록 역사상 최고의 리듬기타 연주자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다. 동시에 록 기타리스트라는 포지션을 대표하는 인물들 중 하나. 기타 리프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역사상 최고라 평가받으며, 동시에 최초로 하드록 기타 리프를 시도한 인물들 중 하나이자 리프 중심의 록 음악 시대를 열은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위 사진은 West Village에 있는 셀리저의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키스 리차드의 생기 넘치는 얼굴에 숨겨진 장난꾸러기 같은 악동 이미지를 제대로 포착했다. 재미있는 점은 키스 리차드를 담은 거의 대부분의 사진에서 그가 항상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항상 그에게 담배를 피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키스 리차드는 사진작가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다.

마크 셀리저는 배우와 달리 뮤지션에게는 특별한 캐릭터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뮤지션은 그 자체로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셀리저는 뮤지션과의 촬영을 진행할 때마다 그들의 노래 가사나 뮤직비디오, 실황 공연 같은 그들의 작품에서 레퍼런스를 발굴해 사진의 주제를 정했다.

 

브래드 피트

다양한 유명인들과 작업한 그이지만 브래드 피트는 가장 독보적인 유명세와 아우라를 지닌 인물이었다고 한다. 브래드 피트는 마크와 함께할 때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뿜어내며 작업에 몰두했다.

브래드 피트, 2014년 훔볼트 © Mark Seliger

캘리포니아 훔볼트 카운티의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셀리저와 그의 촬영팀은 SUV 차량 위에 누워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오토바이를 탄 채 그들 옆을 지나가는 브래드 피트를 포착했다. 특별한 장치없이 완전한 자연광 상태에서 촬영된 작품으로, 마크 셀리저는 그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신의 옆을 멋지게 지나가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보았고, 셔터 버튼을 눌렀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와 이를 바탕으로 피사체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현해내는 가장 중요한 방법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셀리저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도 작업을 진행했다. 오바마를 찍은 사진들 대부분 초점이 흐리게 나왔을 정도로 가장 긴장되었던 작업이었다고 한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촬영으로 표지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딥틱’(diptych) 기법으로 사진을 찍었다. 주제를 명확히 표현하는데 있어 딥틱 기법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 딥틱(diptych) 기법은 2~3장의 사진을 하나의 프레임에 병치해 보여주는 기법이다. 단어 자체는 본래 둘로 접을 수 있는 목판 성상화를 의미한다. 성경의 이야기나 예수와 관련된 내용을 한 장의 목판에 표현할 수 없어 2장의 판에 그림을 접을 수 있던 것에서 응용해 사진의 주제 표현에 활용한다.

표지에 사용할 작품을 완성한 후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간단한 예술적 시도에 관한 동의를 구했다고 한다. 셀리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뒤를 돌라고 한 후 주머니에 손을 넣고 팔꿈치를 펴라는 등 구체적으로 포즈를 디렉팅한 후 뒷모습인데도 불구하고 턱을 숙이고 조금 웃어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섬세한 디렉팅 후 그는 셔터를 눌렀고 비록 뒷모습이지만 대통령으로서의 품위가 느껴지는 위와 같은 사진 작품을 완성시켰다.

버락 오바마 © Mark Seliger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셀리저는 배우들과 작업을 진행할 때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스토리라인을 구축한다. 배우들은 스튜디오보다 외부의 다른 장소에서 촬영하는 걸 선호했고 아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사진이 좋은 예시라 할 수 있다.

셀리저와 디카프리오는 LA의 다운타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매우 지저분하고 오래된 호텔을 찾았다. 각 방은 빠짐없이 모두 더러웠고 사진을 찍을 방으로 가기 위해서 죽은 비둘기 사체 위로 걸어 다녀야 했다고 한다.

세련되면서 모던한 룩을 지향하는 의상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인 Arianne Phillips와 함께한 작업으로 디카프리오는 작업하는 내내 적극적인 자세로 촬영에 임했고 덕분에 셀리저에게도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스엔젤레스 © Mark Seliger

위의 사진은 호텔에서 사진을 찍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뒷골목에서 ‘Hotel Leo’라는 곳을 발견해 비상계단에 매달린 디카프리오를 포착한 사진이다.

 

커트 코베인

마크 셀리저가 처음 너바나(Nirvana)를 카메라로 담은 것은 <Nevermind Tour> 중 호주에서였다. 당시 커트 코베인은 “Corporate Magazines Still Suck”(기업형 잡지는 여전히 형편없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도착했고, 셀리저는 해당 티셔츠로 작업했을 시 <롤링 스톤스>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이 사진을 표지로 내놓았고, 추후 커트 코베인과 함께 작업을 진행할 때 협조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제츠처를 취한 셈이 됐다.

아래 사진은 미시간의 캘러머주에서 커트 코베인과 촬영한 사진이다. 그의 여동생이 사진 작업을 위한 빈티지 인형들의 머리를 보내줬고 장미 덤불은 직접 구매했다고 한다. 마크와 그의 촬영 팀은 촬영용 작은 제단을 쌓고 며칠 동안 장미 덤불을 시들게 방치한 후 해당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커트 코베인, 1993년 캘러머주 © Mark Seliger

 

셀리저 자신도 해당 사진 촬영을 위한 영감을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 너바나의 영상과 가사, 커트의 어두운 목소리, 삶과 죽음, 부패에 대한 집착들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커트 코베인은 촬영 간 매우 즉흥적으로 임했고 푸른 눈으로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후 커트 코베인은 세상을 떠났고 그 이후 오랫동안 셀리저는 해당 사진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1996년 뉴욕에서 윌리 넬슨(왼쪽), 로스엔젤레스에서 닥터 드레와 스눕 독(오른쪽)
켄드릭 라마, 2017년 뉴욕 © Mark Seliger

 

마크 셀리저 홈페이지

마크 셀리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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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수집해서 깊게 탐구합니다. 문화적인 것은 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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