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변방이던 노르웨이 출신의 무명 3인조 그룹 아하(A-ha). 이들의 데뷔곡 ‘Take On Me’(1985)는 당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때마침 불어 닥친 MTV의 붐을 타고 연필 스케치와 영상이 한 화면에 혼재된 뮤직비디오는 이 노래의 메가히트를 견인하여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오늘날 유튜브에서만 15억 조회수를 넘어섰다. 이 곡은 36개국의 음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많이 플레이 된 곡으로 남았다. 이들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구설수나 멤버 간의 불화 없이 활동 중이며, 지난해에는 11번째 정규 앨범 <True North>(2022)를 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공연 수익, 저작권 수입 등을 포함하여 5억 크로네(약 620억 원)을 벌어들여 여전히 상업적으로 통하는 밴드로 남아 있다.

아하 ‘Take On Me’ 뮤직비디오

망네 푸르홀덴(키보드), 페울 보크토르-사보위(드럼), 그리고 모르텐 하르케(보컬), 이 세 사람은 별로 공통점이 없지만, 그들의 최고 히트곡 ‘Take On Me’을 싫어하는 점에서는 닮았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그들이 무대에 섰을 때 청중들이 이 노래만을 연호하며, 이 노래가 너무 밝은 빛을 내뿜어 자신들의 다른 노래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 자신들이 원-히트-원더(One-Hit-Wonder)라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두 멤버는 오슬로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브릿지스’(Bridges)라는 개러지 밴드를 만들었고, 졸업 후 밴드의 빈 곳을 채워줄 프론트맨으로 하르케를 원하였다. 그는 멋진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문이 났으며, 런던을 오가며 무대에 선 적도 있었다. 하르케는 이들 밴드의 제안을 한 차례 거절했다가, 1년 후 두 사람이 새로운 밴드 이름 아하(A-ha)로 돌아와 몇 곡을 들려주자 이를 받아들였다. 이 때 들려준 노래 중 하나가 ‘Miss Eerie’로, 바로 ‘Take On Me’의 옛 버전이었다. 하르케의 제안으로 껌처럼 달콤한 이 노래 제목을 ‘The Juicy Fruit Song’이라 불렀다가, 결국 ‘Take On Me’로 바꾸어 세상에 내놓았다.

브릿지스 ‘The Juice Fruit Song’(1981)

마치 중세시대 북해를 건너 영국을 침공했던 바이킹처럼, 이들은 런던에 입성하여 우여곡절 끝에 워너 브라더스와 음반 계약을 맺었다. 마침내 1984년 ‘Take On Me’을 데뷔 싱글로 발표했는데, 노르웨이 본국의 반응은 좋았지만 실망스럽게도 영국에서의 반응은 미미했다. 이 노래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던 멤버들과 음반사는 다시 한 번 두 가지의 결정적인 변화를 주었다. 클리프 리처드의 프로듀서였던 앨런 타니(Alan Tarney)에게 이 노래를 맡겼고, 그에 의해 탄생한 것이 도입부의 키보드 리프다. 변화된 리프는 노래 전체에 통통 튀는 생동감을 주었고, 이를 들어본 팬들의 귓속에 맴돌게 되었다. 또한 뮤직비디오 명감독 스티브 배론(Steve Barron)이 제작한 새로운 뮤직비디오는 젊음과 순수, 그리고 생에 대한 열망을 담아 한 편의 판타지 러브스토리 같았다. 이 뮤직비디오는 당시 젊은 세대에게 붐이었던 MTV에서 더 많은 돈을 들인 듀란 듀란이나 마이클 잭슨의 뮤비를 넘어설 정도였다.

당시 어딘가 부족해 보였던 ‘Take On Me’ 싱글 버전(1984) 뮤직비디오

‘Take On Me’의 첫 싱글 버전이 나온 지 1년 만에 낸 데뷔 앨범 <Hunting High and Low>(1985)는 리메이크되어 수록된 ‘Take On Me’의 인기를 업고 무려 1,100만 장이 팔렸다. 이듬 해 뮤직비디오는 MTV 어워드에서 6관왕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갑자기 찾아온 인기를 주체하지 못해 미디어에 지나치게 노출되다 보니 아이돌 밴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데뷔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3명의 멤버는 변함없이 신보를 내고 TV에 출연하고, 공연에 나선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절친은 아니며, 빨리 성공하기 뭉쳤던 팀메이트 관계를 유지한다. 이들은 순회 공연 중에는 비행기를 함께 타지 않고 개별적으로 여행하며, 미리 약속된 스튜디오나 공연장에서 만난다. 함께 있을 때도 음악이나 비즈니스 사안 이외는 별로 대화를 나누지 않아서 다툴 일도 없다고 한다.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A-ha: The Movie>(2022)에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Aha: The Movie>(2022)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