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수많은 괴담이 존재한다. 특히 일상생활 중 혼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작은 공간에는 무언가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공포가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백화점에서 옷을 입어보는 피팅룸이나, 주택가에 흔히 지나치는 텅 빈 터널 속이나,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는 우리 주변에 널린 일상적인 공간들이지만, 어느 순간에 갑자기 무섭고 불가사의한 괴담의 출처일 지도 모른다. 아래 소개할 세 편의 단편영화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공포 요소들을 잘 끄집어 내어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양면 거울의 무한 공간 <The Changing Room>

백화점의 탈의실 또는 피팅룸 안은 양면이 거울로 둘러 쌓여 있고, 거울 속에는 무한 공간이 나타난다. 갑자기 피팅룸의 문이 열리지 않고, 무한 공간의 거울 안에서 목을 맨 무서운 존재 ‘The Hanged Man’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헌츠맨: 윈터스 워>(2016), <토르: 러브 앤 썬더>(2022) 등의 프로젝트에 비주얼 아티스트로 참여했던 프리랜서 샘 이벤슨(Sam Evenson) 감독의 작품이다.

 

빠져나올 수 없는 비현실적 공간 <The Tunnel>

전화 통화를 하면서 보행 터널로 지나가던 남자의 핸드폰 신호가 갑자기 잡히지 않는다. 양쪽 출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아무리 걷고 또 뛰어도 그 곳에 닿을 수 없다. 끝이 없는 무한 공간에 갇힌 것이다. 그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친구는 그를 찾는 실종 벽보를 붙이고 다니지만, 그가 들어갔던 보행 터널 안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드라마 부문에서 작가와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앤드류 클라보(Andrew Clabaugh) 감독의 작품이다.

 

엘리베이터가 서는 왜곡된 공간 <Floor 9.5>

일을 끝낸 여성 회사원이 퇴근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자정이 되자 10층과 9층 사이의 이상한 공간에 멈추면서 그를 내려줬다. 그곳에는 뒤 돌아선 한 남자가 자꾸 도와 달라고 중얼거리지만, 아무리 해도 그에게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시공간이 왜곡되어 있다. 결국 그 남자 대신 9.5층에 남게 된 그는 다음 희생자가 올 때까지 도와 달라며 중얼거린다. 작가 겸 프로듀서 토비 미킨스(Toby Meakins)의 작품으로, 2017년 할로윈 시즌에 폭스스포츠 채널에 방영되어 큰 반향을 몰고 왔던 화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