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대기 중에 하나둘 앞으로 모여드는 스쿠터들을 위해 따로 만들어진 스쿠터 존, 지파이, 곱창국수를 파는 야시장, 빨간 국물에 푹 익은 고깃덩어리가 있는 우육면, 파향이 벤 크래커 사이에 낀 크림치즈, 망고가 한가득 올라간 망고 빙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었던 지우펀. 대만은 봐야할 곳도, 먹어야 할 음식도 많아 욕심이 많다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 중에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만의 독특한 공간을 찾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스린 야시장, bad queen

먹거리를 위해 야시장을 찾았다면 부른 배를 달랠 겸 이곳을 찾아가자. ‘Bad queen’이라는 이름다운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홍, 파랑 빛의 조명 아래 원색으로 반짝이는 물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Doja cat의 ‘Kiss me more’, ‘Freaky Deaky’ 같은 현란하고 매혹적인 분위기와 쏙 닮은 곳이다. 바비인형,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은 이탈리아 브랜드 ‘for bitches’의 플립플랍과 가방, 커다란 리본 모양의 귀걸이, 큐빅이 박힌 스타킹 등 보는 재미가 있다. 계산대 뒤의 벽, 선반, 분홍색 플라스틱 화장대 빈틈없이 꾸며 놓은 인테리어가 볼만하다.

Bad queen 인스타그램

Bad queen 위치 링크

 

 

디화제, 高建桶店 (고건통점)

타이베이의 디화제를 흔히들 경동시장과 비슷하다고 한다. 옛 건물들과 시장, 오래된 가게들 사이사이에 현대적인 소품샵, 카페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목기점으로 요즘의 소품샵은 아니지만 보물 찾기를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나무를 비롯한 목재 소재의 그릇, 수저 등 식기와 파우치, 손가방 등의 가방이 있다. 과일 모양의 작은 접시, 손잡이에 동물이 새겨진 숟가락과 포크 등 아기자기한 물건도 많은데 워낙 취급 품목이 다양한 곳이니 샅샅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구경에 지친 다리를 쉬어가고 싶다면 이어 ‘Pallas café’에서 푸딩과 커피 한 잔은 어떨지.

고건통점 위치 링크

 

 

화산 1914 창의문화원

양조장을 개조해 전시와 공연, 매장을 운영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디자인 소품샵, 서점, 카페, 식당 등이 있으며 앞 터에서는 종종 플리마켓도 열린다. 둘러보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마스킹 테이프, 문구류, 달력 등을 하나씩 들춰보며 살까 말까 고민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대만의 나무 오르골로 유명한 ‘wooderful life’의 매장에서 부품을 하나씩 사서 직접 오르골을 만들거나 그 작은 부품 하나를 간직해오는 것도 좋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에 아기자기한 색이 더해진 작고 소중한 기념품으로 딱이다.

화산 1914 창의문화원 위치 링크

 

 

중산, 서점과 빈티지 샵

중산(Zhongshan) 역은 연남동처럼 일직선으로 뻗은 초록 길 옆으로 구경할 상점, 카페가 늘어진 동네다. 이 빈티지 가게 외에도 조금만 걸어도 다른 빈티지샵이 불쑥 튀어나온다. 빈티지 샵 투어를 하고 싶다면 여러 간판을 주의 깊게 살펴보거나 구글 맵에 ‘vintage’를 검색해서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해치우는 것을 추천한다. 한 가게를 둘러보고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또 다른 가게가 있으니 긴장을 늦추지 말자.

빈티지만은 아니다. 여러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훌륭한 공간도 많다. 이후 소개할 ‘wild flower book store’와 ‘par store’, 그 외에도 레코드와 오피셜 의류, 아트북을 취급하는 ‘waiting room’과 잡지, 아트북, 포스터 등이 있는 ‘pon ding’ 서점이 있으니, 골목 하나하나에 집중할 것.

 

a prank dolly

일상적으로 쉽게 손이 가는 옷이라기보단 포인트로 입을 법한, 한 수가 있는 옷이 필요하다면 혹은 구경해 보고 싶다면 이 곳이다. 디테일이 많거나 색이 화려한 옷이 많다. 범상치 않은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어글리 니트나 화려한 프린팅이 있는 반팔 티셔츠는 비교적 쉽게 매치할 수 있어 처음 도전하기 좋다. 누군가는 그 도시를 기억하기 위해 향을 사고, 또 누군가는 그 도시의 특별함을 담은 옷을 산다.

a prank dolly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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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 flower

풀이 가득한 입구가 멀리서도 시선을 끈다. 일러스트 기반의 굿즈와 책이 많다. 서점과 전시 공간으로도 운영하는데, 서점 안쪽에 있는 별개의 방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2021년 your mind book 에서 도쿄, 홍콩, 타이베이의 6개 서점의 추천 아트북을 판매하는 행사를 할 때 소개된 곳 중 하나라는 것도 이 공간을 믿을만한 이유 중 하나다. (참고) 곳곳에서 한국 일러스트레이터의 아트북도 볼 수 있었는데, 김수진 일러스트레이터, 타바코북스 등 우리나라의 서점에 곧잘 들렸다면 친숙한 그림체를 발견해 괜히 더 반가울 수 있다. 흥미로운 책이 많고 그만의 멋스러움이 있어 내부는 촬영 금지인 것이 통탄스러울 뿐.

wild flower 인스타그램

wild flower 위치 링크

 

par store

스케이터 굿즈, 일러스트레이터 peiyuuuue의 손가락 두 마디만 한 그림책, 여러 장르의 바이닐. 팔로워2만 명,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SNS 계정과 홈페이지에서 나름의 저력이 느껴진다. Par store는 Pair, Compare 등의 어근이 되며 ‘동등한’을 뜻하는 par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이에요, 동등한.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거나 우세하지도 않은.”

자체 제작을 비롯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옷, 잡지, 음악, 핸드메이드 굿즈를 다루는 편집샵이다. 처음에 보자마자 ‘아, 저거 좋은데’ 싶으면 가져오는 것이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라고 한다.* 멋진 일이 가득 벌어지는 세상에 그저 우리가 즐거운 것들을 하기 위해 애쓴다는 par store.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이 공간에 담겨있다.

* Sometimes it’s just the feeling at the first glance, the moment you know “yeah, I like that”. 후일 콘텐츠를 준비하며 짤막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par store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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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좋아하는 것들을 쓴다. 좋아하는 이유를 열렬히 말하며 함께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