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이 아니야” “I love you 루즈한 그 말도 너에게는 평생 듣고 싶어”

뜨거운 감자의 '고백', 선우정아의 '구애' 가사의 일부다. 사랑한다는 말.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을 하나의 단어로 퉁쳐서 말할 수 있다 보니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소비되고, 어쩔 수 없이 흔해진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참 귀하지만 그만큼 흔하고 식상하다.

“사랑한다는 말이 식상하다고 생각할 때, '사랑해'라고 말하는 대신에 어떤 노래를 들려줄래?”

그에 대한 온갖 마음, 예쁘게 간직하고 싶은 그와 함께한 모든 기억들, 그를 향한 그리움. 모든 마음을 담아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어떤 노래를 들려주고 싶냐고 주변인들에게 물었다.

 

투개월 'Number 1'

페퍼톤스 신재평 작사 작곡의 노래야. 당시 외국에 있던 아내랑 장거리 연애할 때 쓴 노래라는데. 다 좋지만 특히 두 가사에서 진짜 사랑이라고 느낀 게 있어. "반가운 사진 속 그 표정만큼 아름다운 나날들이기를"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너를 떠올린다면 씩씩한 표정 할 수 있어"에서 이 사랑으로 인해서 단단해진 나를 떠올리게 해.
이 노래의 가사처럼 사랑을 받는 사람도 그 따뜻한 감정을 알아채지 않았을까? 내 사랑도 이런 모양이라서 이 노래를 듣고 내 사랑을 눈치채 줬으면 좋겠어.

 

검정치마 'Everything'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못 할 때, 그러니까 헤어졌거나 짝사랑하고 있는 상황일 때 듣는 노래야. 특히 나는 짝사랑을 오래 했는데, '사랑한다' '보고 싶다' 솔직하게 말하지 못 하니까 누가 내 몫까지 말해주는 걸 듣고 싶어서 찾아 들어. 나는 그렇게 내 사랑을 해소하는 거지.

You’re my everything
My everything
My everything

 

정혜선 '오 왠지'

몇 달 전에, 디스콕스에서 바이닐 찾다가 한국 음반인데도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에 올라와 있길래 눈에 띄어서 발견한 노래야.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 노래 역시 좋길래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두었지. 내가 듣기에 많은 사랑 노래들은 대놓고 "사랑해" "I love you" "너밖에 없어"라고 노골적인 사랑 고백을 하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사실 현실에서 누가 그렇게 대뜸 사랑한다고 말하겠어?

이 노래는 목소리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무덤덤하게 시작해서 "기대고 싶다" "네가 생각난다" "흔들렸다" "좋아한다"… 은근하면서도 스리슬쩍 끝없이 말하고 있어서, 현실의 플러팅과 사랑의 표현이 이런 말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어서 골랐어. 시간이 가면 괜찮을 거야 자신을 타이르며 그렇게 그냥 너를 지우려 했는데, 그럴수록 자꾸 생각나. 너는 온통 나를 어지럽히고.

 

Joan 'Something special' & 검정치마 'big love'

케미스트리. 두 사람의 화학 작용.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연인인지, 우리 둘의 시너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얘기하는 노래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느낄 때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실감해. 'Something special'은 그렇게 느끼는 가벼운 특별함이 아주 경쾌하게 담긴 곡이야. 같이 하고 싶은 것들, 설레는 감정, 내가 느끼는 우리의 특별함. 그 모든 것들이 잘 담긴 노래야. "I know we got something special" 우리 사이엔 특별한 게 있다니까?

우리 사이엔 남들 닿지 못할 깊이가 있어.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만 아는 우리의 케미스트리지. 내 인생에서 나는 한 번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고, 그런 내 인생의 여러 선택의 결정체는 바로 그 사람이야.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실처럼 가늘어도 절대로 엉키지 않는 걸 순간순간 그 선택이 옳음을 느끼게 해주는 상대가 느끼게 해줘.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까지. 'big love'에서 느끼게 돼.

 

선우정아 '동거'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은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아닌 연인 사이에서도 가능하다고 깨달았을 때, 이 노래가 나왔어. 잠든 너의 맨발을 가만히 보다 왠지 모르게 벅차올라. 이 가사로 시작되는데 노골적으로 애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이런 게 진짜 사랑이겠구나 싶었어. 내가 느끼는 최대의 사랑은 편안과 안정인가 봐. 이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 우여곡절 많은 삶 속에 안정을 느끼는 건 당신 곁이라고.

 

김오키 '볕처럼 빛나는'

사계절 중 가장 추운 겨울에 사랑을 표현하려는 음악을 떠올리자니 온기와 관련된 노래가 생각나네요.
가사 없이 오로지 색소폰만으로 사랑의 짙고 따뜻한 색을 보여주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사랑한다" "보고 싶다"... 사랑스럽지만 진부한 말 하나 없이 6분 이상 색소폰과 세션으로만 진행되는 음악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 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이 노래를 들으면 얼마나 따뜻할까 상상해 봤어요. 햇볕 아래 있는 것처럼 참 포근할 것 같아서, 같이 듣고 싶어요.

 

still woozy 'window'

나는 사랑 노래 보다 이별 노래를 더 좋아해서 남편한테 물어봤는데 이 곡을 골랐어.

"오늘, 지금처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내가 너를 만나기 전 겪었던 안 좋은 일들은 몇 번이고 겪을 수 있어. 오늘, 지금처럼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내가 너를 만나기 전 겪었던 안 좋은 일들은 몇 번이고 겪을 수 있어. 그 끝에 네가 기다리고 있다면."

예전에 남편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노래도 그 마음으로 고른 노래 같아. 실수와 잘못, 실패 범벅인 내 삶에 가장 잘한 것, 옳은 것이 있다면 바로 우리가 함께인 것.

 

coldplay 'fix you'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아내인 기네스 펠트로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힘들어하자, Fix You라는 곡을 통해 그녀를 위로했다.’ 유명한 일화지? 이제는 둘이 헤어져 더 이상 부부가 아니지만, 저 노래에 담긴 마음은 나도 알아.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하나뿐인 무언가를 잃고, 눈물이 흐르는 그때. 내가 옆에 있겠다. 도움이 되겠다 말하는 이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줄래.

 

메인 이미지 영화 <러브 액추얼리> 스틸

 

Writer

좋아하는 것들을 쓴다. 좋아하는 이유를 열렬히 말하며 함께 좋아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