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에서 인공지능(AI)이나 안드로이드 로봇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영화 <Metropolis>(1927)에서 로봇이 처음 등장한 이래, 드라마 <Westworld>(1973)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터미네이터>(1984)에서 월등한 신체적 능력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계 인간으로 등장하였다.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란 신조어를 만들어, 자신이 만든 월등한 능력의 피조물을 두려워하는 인간 심리를 예견하였다. 최근 영화에서 AI는 주연급 캐릭터로 진화하여, 인간과 닮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과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인간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 주체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AI가 주연급으로 진화한 대표 영화 다섯 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바이센테니얼 맨>(1999)

가정부 로봇으로 만들어져 이백 년을 살다가 한 여인을 사랑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생을 마치는 휴머니스트 AI ‘앤드류’의 일생을 그렸다. SF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의 1976년 동명의 단편 소설과 장편 <The Positronic Man>을 바탕으로 각색하였다. 하지만 제작 현장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들이 발생하여 제작비가 1억 달러에 육박하였고,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에 ‘셀린 디온’이 주제곡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저조했다. 이야기가 지루하고 너무 감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로튼토마토 36%에 그쳤으나, 인간성, 영생, 순종과 자유 등 AI와 관련된 철학적 주제를 다루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는 평가할 만하다.

로봇에서 벗어나 인간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AI ‘앤드류’
셀린 디온의 영화 주제곡 ‘Then You Look at Me’

 

<에이 아이>(2001)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어린이 AI ‘데이빗’이 2,000년 동안 인간이 멸종한 뒤에도 엄마를 찾아 헤매는 슬픈 이야기다. 원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원작 <Supertoys Last All Summer Long>(1969)의 판권을 구매하여 영화로 제작하려 했으나, 당시 영화 CG 기술이 부족했고 ‘데이빗’을 연기할 아역 배우를 찾지 못하여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9년에 큐브릭 감독이 사망하자 함께 이 영화에 대해 논의하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독자적으로 추진했고, 영화 <식스 센스>(1999)의 아역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Haley Joel Osment)를 적임자로 캐스팅하였다. 박스오피스 2억 3,500만 달러의 흥행과 함께, 지금까지 최고의 AI 영화로 평가되는 영화다.

영화 <에이 아이>에서 AI ‘데이빗’이 버림받는 슬픈 장면

 

<아이 로봇>(2004)

처음에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형사 ‘스푸너’(윌 스미스)와 파트너가 되어 살인자를 찾아 나서는 영리한 AI ‘쏘니’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동명 소설에서 제목과 소재를 차용하였지만, 주요 내용은 극본을 맡은 제프 빈타의 <Hardwired>에서 상당 부분 차용하였다.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에서 그가 만든 용어인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는 창조자가 자신보다 강력한 피조물에게서 느끼는 우려를 말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에 입력하는 ‘로봇의 3 원칙’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결국 AI ‘쏘니’와 슈퍼컴퓨터 ‘비키’는 모두 인간이 규정한 3원칙을 뛰어넘으며 인간의 통제를 무력화한다. CG에 엄청나게 공들이며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를 넘게 썼으나, 흥행에 성공하여 3억 4,000만 달러 이상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였다.

영화 <아이 로봇>에서 형사 ‘스푸너’와 AI ‘쏘니’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

 

<엑스 마키나>(2014)

인공지능 분야의 천재 과학자가 창조한 지능형 AI가 인간에 필적한 지능과 사고 능력을 갖추었는지 알아보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가 영화를 관통하는 기본 콘셉트이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대담한 반전으로 연결된다. 인기 작가였던 알렉스 갈란드(Alex Garland)의 영화 데뷔작이며, 스웨덴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가 연기한 안드로이드 ‘에이바’의 비주얼 효과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자의 얼굴과 합성조직의 신체가 결합된 기묘한 안드로이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하였다. 영화는 뛰어난 각본과 시각효과로 극찬을 받았으며, 로튼토마토 92%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엑스 마키나> 예고편

 

<메건>(2022)

호러 영화의 양대 기수 제임스 완(James Wan) 감독과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Blumhouse)의 제이슨 블룸 대표가 합작한 영화로, 예고편 영상이 2개월 만에 2,000만 조회 수를 넘기면서 AI 호러 장르를 이끌 기대주로 부각되었다. 제임스 완 감독은 당초 워너 브라더스에 먼저 제안하였으나 워너 측에서 <애나벨>과 비슷한 콘셉트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유니버설 영화사로 배급사가 정해졌다. 인형 AI인 ‘M3gan’이 아이를 보호하는 자신의 임무를 잘못 엄격하게 받아들여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호러 영화로, 인형 AI가 살해 전 아이돌 댄스를 추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밈(Meme)으로 퍼지고 있다. 2013년 1월 6일에 개봉될 예정으로, 유니버설 영화사는 이미 흥행을 예상하여 속편을 기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영화 <M3gan>(2022)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