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꼽히는 ‘콜레트’(Colette)의 젊은 시절을 그린 전기 영화 <Colette>(2018). 프랑스 너머 유럽 역사에 있어 문학과 예술이 가장 융성했던 시기로 꼽히는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의미로,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프랑스가 사회, 경제, 기술, 문화적으로 크게 번성했던 시기다. 영화는 이 당시 시골 처녀였던 콜레트가 스무 살이던 1893년, 유명한 작가이자 사교계의 소문난 플레이보이 ‘윌리’와 결혼하여 파리에 입성하고, 17년의 결혼 생활 동안 독립적인 작가와 주체적인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연하였고, 로튼토마토 87%의 호평을 받았으나 박스오피스 1,400만 달러 수입에 그쳤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실존 인물들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았다.

영화 <콜레트>(2018) 예고편

 

콜레트(Colette)

본명이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Sidonie-Gabrielle Colette, 1873~1954)인 그는 벨 에포크 시절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였다. 14살 연상의 출판인이자 작가인 ‘윌리’와 결혼하여, 그의 권유에 따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사교계에 발을 디뎠다. 자신의 소녀 시절을 회상하며 쓴 소설 <클로딘>(Claudine) 시리즈로 성공을 거두었고, 젠더와 나이를 불문한 자유분방한 연애 스캔들과 시대를 앞선 패션으로 유명했다. 무언극이나 영화에도 손을 댔고 음악 비평이나 언론 기고 등 문학과 예술 다방면에 영향력을 끼쳤다. ‘윌리’와 이혼한 후 더욱 재능을 확장하여, <셰리>(Cheri, 1920), <암고양이>(La Chatte, 1933), <Gigi>(1944) 등 전통적인 여성의 삶을 부정하는 인기 소설들을 계속 발표했다. 1954년 81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지금까지도 프랑스 최고의 여성 작가 위치를 지키고 있다. 우아한 영국 액센트를 구사하여 시대극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영국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가 끼와 재능이 넘치는 콜레트를 연기하였다.

자신의 집에서 반려동물들과 함께 촬영된 콜레트의 모습

 

윌리(Willy)

본명 앙리 구띠에-빌라르(Henry Gauthier-Villars)의 그는 한때 필명 윌리(Willy)로 유명한 음악 비평가와 작가였지만, 훗날 정작 콜레트의 첫 남편으로 더 명성을 얻게 됐다. 그의 음악 비평이 너무 신랄한 나머지 작곡가 에릭 사티와 결투 직전까지 갔다는 일화가 있다. 사업 상의 일로 알게 된 전직 군인의 딸과 교제하다가 결혼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콜레트다. 그는 대필 작가들을 고용하여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했는데, 아내 콜레트와 함께 쓴 <Claudine>이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화장품, 초콜렛 같은 브랜드 상품도 함께 출시하였다. 하지만 정평이 난 자신의 바람기로 인해 결혼 생활은 파경을 맞았고, 가세가 기울면서 노년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72세의 나이로 1931년에 사망하였을 때 장례식에는 무려 3,000여 명이 참석했을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드라마 <The Affair>에서 바람둥이 남편을 연기하여 에미상을 받은 도미닉 웨스트(Dominic West)가 맡았다.

독일과 프랑스가 합작한 전기 영화 <Becoming Colette>(1992)

 

조지(Georgie)

루이지애나 부호 집안 출신으로 프랑스의 사교계 명사였던 ‘조지’의 본명은 조지 라울-듀발(Georgie Raoul-Duval). 그의 남편 역시 부유한 사업가였다. 콜레트와 동성애 연인으로, 그리고 콜레트의 남편 윌리와도 연인 관계로 발전하여, 세 사람의 관계는 소위 ‘매나쥬 아 트로와’(menage-a-trois, 삼각관계)를 대변하는 역사적 스캔들이었다. 세 사람의 관계는 콜레트의 소설 <Claudine Married>(1902)에 묘사되어, 세간에 소문이 나는 것을 우려한 조지가 출판을 방해하기도 했다. 그는 콜레트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연극 <The Golden Light>을 썼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며칠 만에 공연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이후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남녀와 연인 관계를 맺었으나, 1913년 47세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를 연기한 엘리너 톰린슨(Eleanor Tomlinson)은 영화 <잭 더 자이언트 킬러>(2013)에서 이저벨 공주를 연기했던 영국 배우다.

영화 <콜레트>(2018)에서 콜레트와 조지가 처음 만나는 장면

 

미시(Missy)

본명은 마틸드 드 모니(Mathilde De Morny)로, 나폴레옹 3세의 배다른 형제를 아버지로 둔 왕족 출신이었지만, 학대로 점철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유한 남편과 결혼한지 4년 만에 이혼하고, 조각가와 화가로 활동하면서 남장을 하거나 동성 연인을 만나는 등 파리 사교계에서 모호한 성지향성으로 말이 많았다. 콜레트와는 1905년에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콜레트가 이혼한 후에는 해변에 거처를 마련하여 함께 살기도 했다. 콜레트와 연극 <이집트의 꿈>에 함께 출연하여 무대 위에서 키스 장면을 연출하자 일부 관객들의 폭동과 항의가 벌어지기도 했다. 후일 그의 재산이 점점 바닥나자 콜레트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으며, 대신 콜레트가 여행할 때 그의 애견을 대신 보살피기도 했다. 1944년에 8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연극배우 데니스 고프(Denise Gough)가 그를 연기하였다.

 

폴레어(Polaire)

1874년 프랑스령 알제리에서 출생한 그는 나이 열 다섯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하여 카바레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하였다. 무대 위에서 폴을 이용한 안무를 선보여 ‘폴레어’(Polaire=pole star)라는 예명을 가졌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짙은 머리 색깔과 16인치의 불가사의한 개미 허리로 인기를 얻었다. 20대 후반이던 1902년 윌리 부부의 <클로딘> 무대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인기 스타로 부상했다. 검은 교복과 하얀 깃으로 상징되는 ‘클로딘’ 복장과 짧은 헤어스타일은 파리 여성들의 동경 대상이 되었다. 1939년 65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다방면에서 배우와 가수 일을 계속 했으며, 마지막까지 콜레트와 절친 관계를 유지하였다. 사우디 출신의 영국 배우 아이샤 하트(Aisha Hart)가 그를 연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