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체에 오래된 영혼을 바꿔 넣어 영생을 꿈꾸는 인간 군상을 다룬 영화들이 하나의 계보를 이루었다. 아프리카나 카리브해에서 기원한 부두교에서는 사람의 영혼을 마비시켜 노예로 부렸다고 하여 ‘좀비’(Zombie) 영화의 기원이 되었고, 사람의 영혼을 서로 바꾼다는 환혼술은 또 다른 호러 영화의 계보를 이루었다. 영화 <엔젤 하트>에서 최근 대만에서 제작한 <영혼 사냥>까지 이어진 네 편의 대표적 환혼 영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 줄거리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엔젤 하트>(1989)

전성기 시절의 미키 루크와 악마의 현신을 연기하는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알란 파커 감독의 연출을 볼 수 있는 영화로 오컬트 장르의 클래식으로 손꼽힌다.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은 다시 앞으로 되돌려 볼 만큼 난해한 면도 있지만, 원작소설의 제목이 <Falling Angel>(1978)이며 ‘해리 엔젤’, ‘루이 사이퍼’(루시퍼) 등 캐릭터 이름이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1950년대의 뉴욕과 뉴올리언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감각적인 영상과 복고적 음악을 담았으며, 부두교 주술과 관련된 기괴한 장면이나 피가 난무하는 잔혹한 장면도 여과없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보거나 엘리베이터의 그림자가 기울어지며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I know who I am”이라 울부짖으며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장면 등 많은 명장면을 볼 수 있다. 개봉 당시에는 제작비도 못 건지는 흥행 실패작이었으나, 뒤늦게 명작으로 추앙을 받으며 컬트 클래식으로 남았다.

영화 <엔젤 하트>의 마지막 “I know who I am” 장면

 

<스켈리톤 키>(2005)

자칫 평범한 유령의 집 영화로 오인하기 쉬우나 마지막 장면에서 대단한 반전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스켈리톤 키는 저택의 모든 방문을 열 수 있는 일종의 마스터 키이며, 이를 통해 호스피스 간병인 ‘캐롤라인’(케이트 허드슨)은 뉴올리언스의 오래된 저택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그로 하여금 주술을 믿게 하게끔 사전에 계산된 함정이다. 약 90년전 후두(Hoodoo) 주술사였던 하인 부부가 주술을 써서 주인 가족들의 몸으로 바꾸어 살아왔으며, 여기에도 거울이 영혼을 바꾸는 주술의 도구로 등장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개봉 당시 9천 4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서 선방하였다. 후일 <겟 아웃>(2017) 등 젊은 신체로 계속 영혼을 갈아타며 영생을 꿈꾼다는 환혼 호러 장르의 원조로 평가된다.

<The Tale of Mama Cecile and Papa Justify>에서 하인 부부의 비극을 듣는 ‘캐롤’

 

<겟 아웃>(2017)

스탠딩 코미디언에서 할리우드 최고의 호러 영화 감독으로 부상한 조던 필(Jordan Peele) 감독의 데뷔작이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안았고 호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21세기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는 명작이다. 흥행 측면에서도 제작비 450만 달러를 투입하여 그 56배인 2억 5,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초대박 영화로 거듭 났다. 뉴욕의 평범한 중상류층 백인 가족이 젊은 흑인 ‘크리스’(대니얼 컬러야)를 유인하여 신체를 경매하고 노인의 영혼을 이식한다는 내용의 호러 영화로, 감독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종차별을 교묘하게 쟁점화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는 부두교의 주술 대신, 첨단 뇌이식 수술과 최면 요법을 이용하여 신체에서 영혼을 분리해낸다.

영화 <겟 아웃>에서 백인 가족에게 복수하는 주인공 ‘크리스’

 

<영혼 사냥>(2021)

국내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중국 갱 두목으로 출연했던 대만 배우 장첸(張震)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마지막 사건 수사에 남은 힘을 다하는 검사로 출연한 영화다. 원제는 <缉魂>(The Soul, 2021)로, 넷플릭스에는 국내 제목 <영혼 사냥>으로 올라왔다. 왕그룹의 왕스충 총수가 자택에서 친아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추적하다가 뜻밖에 가족사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게 된다. 초반에 주술, 빙의와 같은 오컬트 소재를 담고 있으나, 후반에는 의외로 첨단 과학을 이용한 영혼 이식이 주요 소재로 하였다. 원래 <이혼유슬>이라는 SF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장첸은 암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10 Kg의 살을 빼고 머리를 삭발한 열연을 펼쳤다. 복잡한 이야기 구성과 극적 긴장을 유지하여 중화권에서 10점 만점에 7점대의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영혼 사냥>(2021)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