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색소폰을 재즈 콤보의 핵심적인 악기로 이끌어낸 세 명의 뮤지션으로 콜맨 호킨스, 레스터 영, 벤 웹스터를 꼽는다. 그 중에서도 ‘킹 오브 테너’(King of the Tenors)라 불린 벤 웹스터의 연주는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유명하다. 그는 1940년대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에서 알토 색소폰의 대가 자니 호지스(Johnny Hodges)를 따라 하며 인기 솔로 연주자로 부상했지만, 그의 행실은 아름다운 음색과는 거리가 멀었다. 맨 정신의 그는 부드럽고 상냥했지만, 술에 취하면 괴팍한 성미를 드러내 주변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기 일쑤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야수’(The Brute)라는 별명을 붙였고, 술에 취하면 180도로 사람이 달라진다며 ‘지킬박사와 하이드’라 부르기도 했다. 그는 최고의 발라드 연주를 남겼지만, 그의 인생 역정은 순탄치 않았다.

앨범 <Ben Webster and Associates>(1959)에 수록한 ‘Time After Time’

 

주위의 보살핌을 받은 외톨이

그는 고향 캔자스시티에서 엄마 ‘메이미’와 이모 ‘아그네스’의 보살핌을 받으며 응석받이로 자랐다. 그의 아버지나 다른 형제 자매에 관한 가정사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40대의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잠시 독립하기도 했으나 결혼 생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평생 그의 주위에서 수발을 들었던 엄마와 이모는 그가 50대의 나이였던 1963년에 90대의 나이로 연이어 사망하여 그는 혼자가 되었다. 이듬 해 그는 런던 ‘로니스콧츠’에 한달 일정으로 공연을 갔다가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환대를 받고 공연 요청이 이어지자, 다시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물 때는 집주인이었던 하트루퍼 여사(Mrs. Hartlooper)가 그를 보살폈고, 그가 마지막 생을 보낸 코펜하겐으로 이주했을 때는 매니저도 없이 현지 간호사였던 ‘Birgit Nordtorp’라는 여인이 그를 돌보았다. 그는 생의 마지막까지 외로움을 탔으며, 어느 누구라도 그의 아파트를 방문하면 아주 즐겁게 맞이했다고 전해진다.

Ben Webster ‘Over the Rainbow’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야수’

그는 평소 고분고분하고 온화했지만, 화가 나거나 술을 마시면 쉽게 흥분하고 괴팍한 성미를 드러냈다. 젊은 시절 듀크 엘링턴의 밴드에서 일할 때도 곧잘 동료들과 문제를 일으켰지만, 바리톤 색소폰을 불었던 동료가 죽자 누구보다 목놓아 통곡하였다. 이중적인 그의 면모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라 불렀고, 못된 성질을 부리는 그에 대해 ‘야수’(The Brute)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가 듀크 엘링턴 밴드를 그만둔 배경에는, 그가 엘링턴의 뺨을 때렸거나 엘링턴의 웃옷을 칼로 찢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1940년대 그가 뉴욕에 있을 때는 동료 베니 카터(Benny Carter)와 콜맨 호킨스가 성질이 난 그를 다독였고, 1950년대 캘리포니아에 머물렀던 시기에는 피아니스트 지미 롤즈(Jimmy Rowles)와 자주 골프를 치면서 친하게 지냈다.

Ben Webster ‘Chelsea Bridge’(1964)

 

덴마크의 ‘벤 웹스터 재단’

1973년 9월 덴마크에서 공연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생을 마감한 후, 그에게는 남은 가족이나 음악 활동을 돌보았던 매니저가 없었다. 마지막 해에 그의 어레인저로 잠시 일했던 빌리 무어 주니어(Billy Moore Jr.)가 나서 벤 웹스터 재단(Ben Webster Foundation)을 설립하고 남은 친구와 열혈 팬들을 끌어 모아 이사회를 구성했다. 재단은 1976년 덴마크 왕실의 공식 승인을 받아 매니저도 없이 활동했던 벤 웹스터의 저작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였고, 저작권 수입이 들어오자 덴마크와 미국의 재즈 유망주를 선발하여 장학금을 수여했다. 덕분에 벤 웹스터의 사후에 출반된 유작 음반은 20여 장에 이른다. 그 중에는 그의 마지막 발라드 컴필레이션 앨범 <Ben Webster Plays Ballads>(1988)가 추천할 만하다. 여기에는 1964년에서 1971년까지 덴마크에서의 공연이나 방송 출연 중 녹음되어 세상에 남겨진 그의 발라드 연주 10곡이 망라되어 있다.

유작 앨범 <Ben Webster Plays Ballads>(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