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할리우드는 슈퍼히어로 대 A24의 싸움판이라는 말도 지나친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설립 10주년의 독립영화 배급사 A24가 촉망받는 신세대 영화감독의 발굴, 자유와 사랑에 관한 참신한 소재 발굴, 다양한 SNS 마케팅 등 차별화한 전략으로 메이저 영화사들을 위협한 지 오래되었다. 2018년에는 애플TV와의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애플사의 첫 협력사로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에는 약 30억 달러 규모의 금액에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에도 다양성 영화와 호러 영화 분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22년에 개봉될 세 편 역시 인간성의 내면을 성찰한 영화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22년의 마지막을 장식할 A24의 영화 세 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The Inspection>

미국에서 2022년 11월 18일 개봉한 이 영화는 엘레강스 브래턴(Elegance Bratton)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며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뉴저지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16세의 나이에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집에서 버림받고 10여 년을 노숙자로 전전했다. 해병대 입대 후 비디오 촬영 기술을 배운 그는 제대 후 컬럼비아대에 진학했고, 뉴욕대에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전공하였다. 사진 촬영과 단편영화, 그리고 LGBTQ 다큐멘터리 <Pier Kids>(2019)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미국 해병대에서 편견의 높은 벽에 도전한 자신의 이야기를 첫 장편영화에 진솔하게 담았다. 로튼토마토 76%의 평가를 받았고, 몽클레어 영화제에서 브래턴 감독이, 산타바바라 영화제에서 주연을 맡은 제레미 포프(Jeremy Pope)가 수상하였다.

영화 <The Inspection> 예고편

 

<Eternal Daughter>

“TV에서 하지 말라고 가르치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를 만들겠다”라 공언한, 영국의 주목받는 감독 조애나 호그(Joanna Hogg)의 일곱 번째 영화다. A24가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하여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이 영화의 소재에 대해 대담을 했고, 그 자리에서 제작과 배급이 시작되었다. 감독의 국립영화학교 재학 시절 졸업 작품인 <Caprice>(1986)에 출연하였던 20대의 틸다 스윈튼과 36년 만에 다시 만났고, 그는 극중 1인 2역을 맡아 중년의 딸 ‘줄리’와 신비에 쌓인 어머니 ‘로살린느’의 모녀 연기를 맡았다. 올해 9월 베니스영화제 경쟁작품에 올랐고 토론토영화제에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로튼토마토에서 95%의 평가를 받았다. 미국에서 12월 2일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 <The Eternal Daughter> 예고편

 

<The Whale>

극작가 사뮤엘 D. 헌터가 2012년에 상연한 동명의 연극을 대런 애러노프스키(Darren Aronofsky)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체중 270kg의 아버지가 오래 헤어져 있던 17세 딸과 뒤늦게 모녀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로, 연극을 본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적합한 배우가 언뜻 생각나지 않아 10여 년 동안 작업을 미루었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화 <Journey to the End of the Night>(2006)의 예고편을 보다가 배우 브랜던 프레이저(Brandan Fraser)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미이라> 3부작 등 주로 오락 영화에 출연하던 미남 배우였지만, 과체중의 배역을 연기하기 위해 매일 4시간 특수분장과 추가적인 보행 연습에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올해 9월 베니스영화제에서 관객들은 약 6분에 이르는 기립박수로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고, 그는 뜨거운 눈물로 화답했다. 이 영화는 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종교, 죽음, 육아, 용모 등 인간 내면을 다양하게 다룬다. 12월 9일 미국 개봉 예정

영화 <The Whale>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