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웰 토마스와 그가 쓴 단편 이야기 <Tall Stories>

로웰 토마스(Lowell Thomas)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여러 지방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라디오와 TV를 통해 전달한 셀럽 여행가였다. 그는 예루살렘 여행에서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로 알려진 인물과 친분을 쌓아 그에 관한 많은 이야기와 사진을 남긴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Tall Stories>라는 브랜드 서적으로 엮어 출간하기도 하였다.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해롤드 L. 멀러(Harold L. Muller) 감독과 슬랩스틱 코미디와 만화가로 유명한 배우 찰스 바워스(Charles Bowers)와 팀을 이뤄, <Tall Stories>에 수록한 ‘쇠를 먹는 새’ 이야기를 약 15분 길이의 단편영화로 제작하였다. 구두처럼 생긴 신발을 신고 온갖 쇠를 먹어 치우는 ‘익룡’처럼 생긴 새는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했는데, 1930년 당시의 영상제작 기술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 줄을 이뤘다.

스톱모션 단편 영화 <It’s a Bird>(1930)

영화는 TV 토크쇼에서 호스트 ‘로웰 토마스’가 게스트로 출연한 ‘찰리 처클헤드’란 인물(배우 찰스 바워스)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던 그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다가 동물 전문가로부터 쇠를 먹어 치우는 새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 새를 잡기 위해 음악 밴드를 이끌고 아프리카로 건너간 그는, ‘말하는 벌레’의 도움을 받아 그 새를 잡는데 성공한다. 그 새는 폐기물 처리장에서 쇠로 만든 각종 폐기물을 먹어 치우는데, 그 새가 수백 년 만에 한번 낳은 알은 멋진 자동차로 변한다는 유쾌한 이야기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1930년에 제작된 이 흑백영화는 최근에 개선된 화질로 업그레이드되어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그 새가 폐기물 처리장의 쇠를 먹어 없애는 마지막 장면만 편집된 영상은 500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떤 이는 영상의 새가 익룡(Pterodactyl)을 닮았다고 했는데,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로웰 토마스가 공룡의 후예를 불리는 거대한 새 ‘슈빌’(Shoebill)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