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기타리스트 조 패스(1981)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훈훈한 인상의 조 패스에 관한 인디포스트 기사를 보자. (링크) 그는 20대의 한창 나이에 마약에 빠져들어 교도소와 교화원에 드나들며 15년의 긴 세월을 허송세월 하며 보냈다. 기타에는 거의 손을 놓고 지내다가 마지막으로 마약에 중독된 환자를 치료하는 집단 재활원인 시나논(Synanon)에 입소하여 2년반 동안 지내며 마약을 완전히 떨쳐낸다. 그곳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다시 음악을 시작했고, 거기서 알게 된 재즈 뮤지션들과 밴드를 구성하여 데뷔 앨범 <Sounds of Synanon>(1962)를 내게 된다. 재즈 평론가 레오나드 페더는 “시나논과 퍼시픽 재즈(음반사)가 새로운 재즈 탤런트를 발견하였다”면서 찬사를 보냈다. 이 때 조 패스의 나이 서른 셋이었고, 그는 뒤늦게 새로운 재즈 인생을 시작하였다.

앨범 <Sounds of Synanon>에 수록된 ‘C.E.D.’을 연주하는 시나논 밴드(1964). C.E.D.는 시나논 창립자 찰스 데드리히의 이름을 말한다.

‘시나논’의 하우스 밴드를 리드한 조 패스는 14세부터 순회 밴드를 따라다니며 천부적인 기타 재능을 보여 주었으나, 뉴올리언스에 머물면서 마약에 깊이 빠져들었다. 한창 나이인 20대에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포트워스(Fort Worth)의 마약 교정시설에 4년 동안 수용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그는 마약을 완전히 떨쳐내기 위해 시나논(Synanon)에 입소해 2년 반을 지내며 다시 기타를 잡았고, 함께 지내던 뮤지션들을 모아 ‘Sounds of Synanon’을 구성한 것이다. 피아니스트 아놀드 로스(Arnold Ross)는 입소 전 자살을 시도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고, 트럼펫을 연주한 데이비드 앨런(David Allan)은 마약에 빠지기 전엔 오넷 콜맨과 함께 연주하던 베테랑이었다. 드러머 빌 크로포드(Bill Crawford)는 시나논에 오래 머물며 이사회 멤버가 되었고, 콩가를 맡은 캔디 랏슨(Candy Latson)은 시나논에 들어와 처음으로 악기를 배운 신참이었다.

앨범 <Sounds of Synanon>에 수록된 ‘Stay Loose’

‘시나논’은 1958년 찰스 데드리히(Charles Dederich)에 의해 알코올 중독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설립된 집단 공동체 조직인데,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는 장기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1960년대 번성했다. 그는 “오늘은 남은 날의 시작입니다”(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라는 문장을 처음 말한 인물로 유명하며,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기”(Syn+Anon)라는 의미의 ‘시나논’이란 용어도 그 자신이 만들었다. 처음에는 40여 명의 중독자 모임 회원들과 함께 바닷가의 허름한 훈련장을 빌려서 간소하게 시작했으나, 곧 사업 규모를 확장하여 산타 모니카 해변의 대형 리조트를 인수하고 집단거주 시설로 전용하였다.

산타모니카 해변에 있던 ‘시나논’ 본부 시설

‘시나논’은 마약에 중독된 재즈 뮤지션들을 받아들여 토요일마다 재즈 파티를 열었으며, 일반인들도 참가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형식을 취하여 재즈 팬과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시나논’의 재즈 파티는 1960년대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던 음반사 퍼시픽 재즈 레코드(Pacific Jazz Records)의 주목을 받아 조 패스가 이끌던 ‘시나논’의 하우스 밴드를 섭외하여 앨범 <Sounds of Synanon>을 내게 된 것이다. 밴드는 앨범 홍보를 위해 TV에 출연하였고, 이를 통해 ‘시나논’의 공동시설 방식과 시설은 미국 전역에서 유명세를 탔고 당시에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척 코너스 주연의 영화 <Synanon>(1965) 예고편

‘시나논’은 대규모 기부금을 받으면서 미국 전역으로 시설을 확대하였으나, 간부들이 각종 범죄와 탈세에 연루되어 쇠퇴의 길을 걸었다. 늘어난 수용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Imperial Marines”라는 내부 조직을 두고 폭력을 휘둘렀다. 언론은 집단 거주시설 내의 범죄에 대해 의혹을 갖고 취재하기 시작했고, 탈세 의혹을 받아 결국 1991년 파산 선고와 함께 역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재즈 역사에 있어서 ‘시나논’은 1960년대 웨스트 코스트 재즈의 융성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 수용되었던 재즈 색소포니스트 아트 페퍼(Art Pepper)가 아내 로리를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운 곳이고, 기타리스트 조 패스가 마약에서 벗어나 하우스 밴드와 함께 데뷔 음반 <Sounds of Synanon>을 내며 스타로 발돋움한 곳으로 기록된 것이다.

1960년대 초 마약을 끊고 TV쇼 <Jazz Master>에 출연한 조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