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TV에서 좀비의 전성시대가 지나고 뱀파이어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드라마의 명가 AMC와 쇼타임(Showtime)이 인기 소설에 기반을 둔 명품 뱀파이어 영화를 드라마로 리메이크하여 올해 10월 초 거의 동시에 방영을 개시하였다. 뱀파이어와 마녀 연대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앤 라이스 원작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1994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박스오피스 2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작이었고,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의 소설 <Let the Right One In>(2004)은 스웨덴, 그리고 미국에서는 <Let Me In>이란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어 영화제를 휩쓸며 뱀파이어 영화의 클래식이 되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수백 년의 시간을 넘나드는 고딕 호러(Gothic Horror)로, <렛 더 라잇 원 인>은 차가운 북유럽의 섬뜩한 노르딕 호러(Nordic Horror)로 재탄생하였는지 살펴보았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작가 앤 라이스(Anne Rice)의 10여 편에 이르는 뱀파이어 연대기 중 가장 먼저 출판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76)는 10여 년에 걸친 개발 지옥에 빠져 1994년에야 마침내 영화로 제작되었다. 매혹적인 주인공 뱀파이어 ‘루이’와 ‘레스타’ 역에는 캐스팅 논란 끝에 톱스타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로 낙점되어 최강 투톱을 형성했다. 박스오피스에서 2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곧 후속 작품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논란과 소문만 무성했다. 그로부터 8년후 뱀파이어 연대기의 세번째 작품인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The Queen of the Damned>(2002)이 영화로 제작되었으나, 흥행에서 실패했고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망쳤다고 분개했다. 그 후에도 영화사와 작가 간에 영화 저작권을 두고 뺏고 뺏기는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예고편

2020년 AMC가 앤 라이스 소설 18권에 대한 저작권을 모두 사들이면서 급 물살을 탔다. <베터 콜 사울>을 끝낸 제작자 로린 존슨(Rolin Johnson)을 투입하여 앤 라이스, 그리고 역시 작가로 활동 중인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 라이스와 손잡고, 먼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시리즈물로 리메이크하였다. 두 배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샘 리드(Sam Reid)와 제이콥 앤더슨(Jacob Anderson)이 레스타와 루이 역을 맡았다. 올해 10월 2일부터 방영을 시작하여 로튼토마토는 98%의 신선도 평가를 받았다. 원작이나 전작 영화처럼 뉴올리언스에서 촬영을 시작하여 고딕 호러의 질감을 강하게 풍길 것으로 예상되며, 전작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동성애 장면도 대담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2022) 예고편

 

<렛 더 라잇 원 인>

코미디언과 마술사 출신인 스웨덴의 무명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의 데뷔 소설 <Let the Right One in>(2004)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공포물을 해본 적이 없는 토마스 알프레드슨(Tomas Alfredson) 감독이 공포 대신 북유럽의 차디찬 배경과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어린아이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98%의 극찬을 받았고, 유럽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하며 뱀파이어 영화의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할리우드는 <클로버필드>(2008)로 각광을 받은 맷 리브스 감독을 선임하여 영어로 된 영화 <렛미인>(2010)로 리메이크하였으나, 로튼토마토 88%의 높은 평가에 비해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특히, 스웨덴판 영화의 내용과 디테일이 너무 비슷하여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스웨덴 영화 <Let the Right One in>(2004) 예고편

원작의 TV 시리즈 리메이크는 케이블 채널 TNT가 먼저 시작했지만, 프로젝트를 넘겨받은 프리미엄 채널 쇼타임(Showtime)이 물려받아 여덟 편의 미니시리즈로 제작했다. 시나리오를 쓴 앤드류 힌더레이커(Andrew Hinderaker)가 제작까지 맡고, 세이스 만(Seith Mann)이 감독을 맡았다. 영화와는 달리, 아이들의 관계 대신 뱀파이어 소녀 ‘엘레노어’와 그를 치료하고 살리려는 아버지 ‘마크’와의 부녀 관계에 집중했다. 올해 10월 8일부터 방영을 시작하였는데, 로튼토마토 67%의 긍정적인 평가로 출발했다. 원작자 린드크비스트는 너무나 일찍 판권을 넘겨서 TV 리메이크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로부터 들어오는 수입도 없다고 밝히면서 못내 아쉬워했다.

쇼타임 드라마 <Let the Right One in>(2022)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