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레전드가 된 재즈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는 피아노 연주만 아니라 작곡을 통해서 재즈 음악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Spain’, ‘La Fiesta’, ‘500 Miles High’ 등 재즈 스탠더드가 된 많은 곡을 남겼으며, ‘Children’s Songs’처럼 독보적인 멜로디나 스케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재즈 무대에 막 뛰어들 무렵 20대 초반의 나이에 만든 ‘Windows’는 그의 일생을 통하여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그의 음악적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과 같은 아름답고 소중한 곡이다. 피아노 트리오 형식으로는 처음 시도한 생애 두번째 앨범 <Now He Sings, Now He Sobs>(1968) 때 녹음했는데, 당시 발매한 LP에서는 아쉽게 제외되었지만 1988년 CD로 발매했을 때 포함되었다.

앨범 <Now He Sings, Now He Sobs>(1968)의 ‘Windows’

칙 코리아가 20대 초반의 루키 시절에 작곡한 ‘Windows’는 그보다 몇 년 앞서 다른 밴드리더의 앨범에 먼저 등장하기 시작했다. 컬럼비아 대학과 줄리어드 뮤직 스쿨을 중퇴하고 일찍 재즈 무대에 나선 칙 코리아는, 1960년대 초부터 몽고 산타마리아, 블루 미첼, 허비 맨, 스탄 게츠 등 거장들에게 고용되어 일했다. 맨 먼저 ‘Windows’는 ‘Uph’라는 희안한 곡명으로 머서 엘링턴 7중주단(Mercer Ellington Septet)의 멤버로 1966년 처음으로 녹음되었다. 머서 엘링턴은 듀크 엘링턴의 아들로서, 녹음을 한지 20여 년이 지나 듀크 엘링턴의 사후 앨범 <New Mood Indigo>(1985)에 미발표 곡들과 함께 발매되었다. 이 곡에서 칙 코리아의 초기 피아노 솔로를 들을 수 있는데, 듀크 엘링턴의 인기 테너 색소포니스트인 폴 곤살브즈(Paul Gonsalvez)와 함께 솔로로 연주하여 재즈 콜렉터들의 아이템이 되었다. 27세의 칙 코리아가 폴 곤살브즈의 테너와 함께 머서 엘링턴의 밴드에서 연주하였고, 듀크 엘링턴의 앨범에 포함되어 발매했다는 사실도 퍽 이례적이다.

듀크 엘링턴 <New Mood Indigo>(1985)의 ‘Uph’(1966-01-05 녹음)

일반적으로 ‘Windows’가 처음 발매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진 앨범은 스탄 게츠의 <Sweet Rain>(1967)이다. 이 앨범은 당시 빌보드 재즈앨범 부문 5위에 올랐으며, 게츠의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음반이다. 칙 코리아는 1960년대 후반에 플루티스트 허버트 로즈(Hubert Laws)의 밴드에서 일하면서 그의 앨범 <Law’s Cause>(1969)에 ‘Windows’을 수록하였고, 이 곡은 칙 코리아 자신의 컴필레이션 음반 <Inner Space>(1973)에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즈음 마일스 데이비스에게서 전화를 받고 그의 밴드에서 재즈 퓨전을 경험한 칙 코리아는, 1970년대 들어 재즈 퓨전 밴드 서클(Circle)과 ‘리턴 투 포에버’(Return to Forever)를 잇달아 결성하였다. 당시 스탠리 클락, 에어토 모레이라 등 리턴 투 포에버 멤버들과 함께 일렉트릭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영상을 볼 수 있으, 실황 앨범 <Stan Getz Quartet at Montreux>(1972)에도 수록되었다.

스탄 게츠 쿼텟 ‘Windows’(1972, Montreux)

그 후, 칙 코리아는 ECM 대표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와 친해져 그의 제안으로 비브라포니스트 게리 버튼과 여러 장의 듀엣 음반을 냈다. 그와 함께 낸 앨범 <Crystal Silence>(1972), <Duet>(1979)은 모두 명반으로 호평을 받았고, 여기에다 팻 매스니, 데이브 홀랜드, 로이 헤인스와 함께 올스타 밴드를 구성하여 프로젝트 앨범 <Like Minds>(1998)을 냈는데 여기에 다시 ‘Windows’가 등장한다. 이 앨범은 그래미 재즈 연주앨범상 부문에서 수상했다. 최근에는 크리스찬 맥브라이드(베이스), 스티브 겟(드럼)과 함께 슈퍼 트리오를 구성하여 낸 실황 앨범 <Super Trio>(2005)에서 또 다른 ‘Windows’의 즉흥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

앨범 <Like Minds>(1998)에 수록한 ‘Windows’

‘Windows’는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의 곡으로 칙 코리아의 음악이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덟 살부터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의 살바토레 술로(Salvatore Sullo)에게 사사하면서 그가 가르쳐준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받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어떻게 하면 러시아 작곡가 알렉산더 스크랴빈(Alexander Scriabin)과 같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지 한동안 고민했다고 술회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팬은 ‘Windows’가 스크랴빈의 5번 소나타의 영향을 받은 곡이라는 댓글을 달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