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3일에 올라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넷플릭스 드라마 순위 톱에 오른 <어둠 속의 감시자>(The Watcher)는 불과 수년 전에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근거로 각색한 7부작 드라마다. 미국 뉴욕 시 부근의 뉴저지 주 한적한 주택가에 살던 브로더스(Broaddus) 부부가 경험한 사건인데, 2018년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에 상세히 보도되면서 갑자기 미국 전역의 관심 대상으로 확대되었다. 잔혹한 살인이나 치밀한 범죄가 연루된 강력 사건이 아니라 부부가 받았다는 네 통의 편지에 연루된 것이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히트 드라마를 만들어온 제작자 라이언 머피(Ryan Murphy)의 작품이며,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든 영화 <킹콩>(2005)의 주인공 나오미 왓츠(Naomi Watts)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어둠 속의 감시자>(2022) 예고편

 

실제 사건에 충실한 추리극

Westfield의 657 Boulevard에 위치한 문제의 주택

사건의 발단은 아이 셋의 브로더스 부부가 뉴저지 주의 한적한 동네 웨스트필드로 입주한 2014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1905년에 건축된 비교적 유서깊은 저택으로 입주한 그들은 익명의 편지들을 연이어 받았는데, 드라마에 묘사된 것처럼 아이들을 핏덩이(Young Blood)라 부르며 가족들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협박의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자신을 감시자(The Watcher)로 칭한 범인은, 1920년대의 할아버지 때부터 1960년대에는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 주택과 거기에 살고 있는 가족을 계속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근 주민들을 용의자로 보고 탐문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심지어는 브로더스 부부의 자작극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지역 언론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하자 저택이 유명세를 탔으며, 대형 언론의 취재 대상으로 보도되거나 여성채널 라이프타임(Lifetime)이 제작한 영화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라이프타임의 TV 영화 <The Watcher>(2016) 예고편

 

‘더 왓처’ 사건의 실제 결말

사건의 실제 주인공 Derek and Maria Broaddus 가족

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대도시의 좁은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다가 돈을 끌어 모아 한적한 교외의 저택을 구입하고 싶은 것은 미국인들이 가진 일상적인 희망이다. 140만 달러(약 17억 원)에 문제의 저택을 구입한 브로더스 부부는 의문의 협박 편지 네 통을 받고 2년 후 매각하려 하였으나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포기하였고, 결국 2019년에 95만 9,000달러에 손절하고 인근 동네로 이사를 갔다. 결국 5년 만에 40만 달러(약 5억 원)의 손해를 본 것이다. 뉴욕 매거진에 이 사건이 상세하게 보도되자 지역 검찰청이 다시 나서 편지에 묻은 DNA와 동네 주민들의 DNA를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사람은 없었다. 검찰은 여전히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범인이 자수하거나 DNA에 맞는 범인 색출에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다. 브로더스 부부는 넷플릭스가 새로 제작한 이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며, 누군가 자신들의 아픈 경험으로 돈을 버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넷 영상 <The Shocking True Story of Netflix’s The Watcher>

 

‘TV의 새로운 왕’ 라이언 머피

이 드라마를 제작 총괄한 라이언 머피(Ryan Murphy)는 현재 미국의 TV 제작자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의학 드라마 <닙턱>(Nip/Tuck, 2003~2010), 음악 드라마 <글리>(Glee, 2009~2015), 호러 드라마 <American Horror Story>(2011~)를 차례로 흥행으로 이끈 바 있다. 오랜 기간 협력한 폭스(Fox)와 결별한 2018년에는, 넷플릭스와 5년의 기간에 약 3억 달러 규모의 대형 드라마 공급 계약을 체결하여, 넷플릭스의 가장 강력한 콘텐트 공급자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공급한 <래치드>(Ratched, 2020~), <할스톤>(Halston, 2021), <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2022)는 이미 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바 있으며, 이번에 <어둠 속의 감시자>로 또 다시 차트 톱에 오른 것이다. 2019년 <타임>지의 커버 인물로 나온 그에게 ‘The New King of Television’(TV의 새로운 왕) 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성지향성을 밝힌 바 있으며, 포토그래퍼인 남편과 결혼하여 대리모를 통해 낳은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영상 <A Guide to the Work of Ryan Murphy>(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