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교과서 한 귀퉁이에 ‘졸라맨’을 그려봤을 것이다. 동그라미와 선 몇 개로 탄생한 ‘졸라맨’은 쪽 수를 따라 걷고 뛰고 날아다니며 ‘딴짓’의 묘미를 더했다. 수업을 기꺼이 포기한 학생들의 교과서 귀퉁이에는 가히 명작들이 그려지곤 했다. ‘플립북(flip book)’이라는 애니메이션 기법이다.

움직임의 매 장면을 연속적으로 종이에 그려, 그것을 빠르게 넘기면 그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플립북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 딴짓의 추억을 떠올려줄 기발한 아이디어의 플립북 영상들을 만나보자.

 

커스텀 플립북 아티스트 ‘The Flippist’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스카 수상>

‘The Flippist’라는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Ben Zurawski는 종이에 손수 그려낸 일러스트로 플립북을 만든다. 항상 동일한 규격의 플립북 안 내용들은 늘 아이디어로 넘친다. 그의 유튜브 채널 ‘theflippist’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수상을 풍자한 작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으려 하는 순간, 야생 곰이 그를 공격해버리고 만다. 야생 곰은 바로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레오나르도는 5번의 도전 끝에 이 영화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레오의 연속된 오스카 수상 좌절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으로 팬들에게 깊은 공감과 웃음을 주었다.

The Flippist 홈페이지

 

플립북 형식의 독립출판물 <아자씨의 냉면여행> 

저자 장윤미ㅣ소시민워크ㅣ2015.08.17

<아자씨의 냉면여행>은 출판사 소시민워크에서 지속적으로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제작하는 ‘플립북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이다. 플립북만의 넘기는 맛을 한껏 살려낸 종이 출판물로 제작했다. 냉면여행의 주인공인 ‘아자씨’는 저자 장윤미의 ‘AJASSI’ 브랜드 캐릭터로, 생활에 찌든 중년 남성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하게 표현했다. 더위에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한 ‘아자씨’가 옷을 훌훌 벗고 냉면으로 더위를 쫓는 귀여운 모습은 [아자씨의 냉면여행] 소장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AJASSI 홈페이지

 

네이버 ‘플립북 애니메이션 콘테스트’ 1등 당선작 <먹이사슬>

네이버 tvcast에서 개최하는 ‘플립북 애니메이션 콘테스트’ 의 수상작 중 2014년 10월의 1등 당선작 <먹이사슬>을 감상해보자. 파리-개구리-물고기-새-악어-사람 순으로 돌고 도는 먹이사슬을 깔끔하게 담아낸 플립북이다. 연필 드로잉만으로 이루어진 영상은 생생한 사운드가 더해져 완성도 있는 플립북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직접 그려낸 수고를 떠올려보면 소소한 존경심이 느껴진다. 한 번쯤 노트를 꺼내 나만의 플립북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메인, 본문대표 이미지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플립 북’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