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일절 관심 없는 분주한 생이 오고 가는 대도시. 주인공 ‘Ronin’은 오늘도 터덜터덜 회사를 나와 마트에 들러 갖가지 식료품을 산 뒤 집을 향한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한다. 튼튼한 쇼핑백을 지참하지 않은 채 마트에서 얻은 불안한 일회용 종이백에 모든 짐을 의지한 그의 손. 아니나다를까. 오는 길에 그만 한 치의 실수로 계란과 우유, 밀가루 등을 길에 쏟고 만다. 애처롭게 길바닥을 뒹구는 계란 노른자 덩어리가 Ronin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이를 치워야 하지만 양 손엔 짐이 있고, 주위를 둘러봐도 보는 이는 없다. 그렇게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 체 결국 집으로 향하는 Ronin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초단편영화 <A Film About Pudding>

이 작품은 자신의 작은 책임을 최선을 다해 무시한 주인공의 행동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코미디다. 감독 로엘 반 비크(Roel Van Beek)가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 관심을 갖던 메시지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National Film and Television School(NFTS)의 졸업 작품으로 내놓았다.

반 비크가 밝힌 촬영 방식은 이렇다. “세트 사진을 별도 촬영한 후 이를 물리적으로 종이 인쇄한 다음 그 위에 세부 사항을 손으로 그렸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꽤 단순하고 2D 애니메이션 그래픽 또한 그렇지만, 순간순간 실사와 미니어처 세트를 적절히 활용해 작품의 상상력과 미학이 돋보인다. 그 밖에 차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위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음향이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반 비크는 현재 “존재의 종말을 예고하는 주방 타이머”를 다룬 새로운 단편을 작업 중이다.

 

로엘 반 비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