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A Jazzman’s Blues>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37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를 배경으로, 블루스 음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일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멜로드라마다. 여기에는 당시 남부 흑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춤추고 놀던 허름한 창고형 술집 주크 조인트(Jook joint)의 블루스 음악과 대도시 시카고의 상류층이 춤과 노래를 즐기던 화려한 나이트클럽 음악이 흘러나와 음악 영화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올해 9월 11일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9월 23일 넷플릭스에 올라와 입소문을 타면서 순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한 세 가지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았다.

영화 <Jazzman’s Blues>(2022) 예고편

 

코미디로 성공한 감독의 멜로물

타일러 페리(Tyler Perry)는 배우와 감독, 그리고 제작자로 모두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구타와 빈곤한 환경을 견뎌내며, 20대 초반에 연극 무대의 극작가로서 일찌감치 성공했다. 자신의 엄마와 숙모를 패러디한 수다스러운 흑인 중년 부인 캐릭터 마디아(Madea)을 여장 연기하여 프랜차이즈로 발전시켰으며, 그가 존경하던 오프라 윈프리의 TV 채널과 라이온스게이트 영화사와 협업하여 자신의 제작사를 매출 9억 달러 규모로 키워냈다. 그는 흑인 커뮤니티 대상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크게 확장하였지만, 저급한 익살(Buffoonery)로 흑인 여성의 이미지를 깎아내렸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그의 전작 대부분이 혹평과 낮은 평점에 시달렸지만, 전작들과 차별화한 멜로드라마 <A Jazzman’s Blues>는 호평과 함께 67%의 로튼토마토 평점을 받았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하고 싶었지만, 나이 차이가 너무 심하여 포기하였다.

넷플릭스 영화 <Madea Homecoming>(2022) 예고편

 

블루스가 숨쉬는 현장, 주크 조인트

흑인음악의 대가 ‘퀸시 존스’의 명반 중에 <Q’s Jook Joint>(1995)가 있는데, ‘주크 조인트’(Jook Joint)는 노예제도에서 해방된 남부의 가난한 흑인들이 고된 일을 마치고 함께 모여 춤을 추며 놀던 싸구려 술집을 말한다. ‘로버트 존슨’ 같은 블루스 뮤지션도 무명 시절에는 주크 조인트를 순회하면서 연주하고 노래하여, 팁을 벌고 공짜 음식을 제공받았다. 영화 <A Jazzman’s Blues>에서 시골에서 블루스 음악을 즐기던 마마 ‘해티 메이’(Amirah Vann)는 좀 더 번화한 지역으로 이주해 ‘주크 조인트’를 열고 그곳에서 블루스 노래를 부른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맏아들 ‘윌리 얼’(Austin Scott)과 미성을 지닌 작은아들 ‘바이유’(Joshua Boone)은 시카고의 유명 클럽으로 진출하여 인기를 얻는다. 이 영화의 음악 감독은 영화 <BlacKkKlansman>(2018)와 <Da 5 Bloods>(2020)에서 호평을 받았던 재즈 뮤지션 테렌스 블랜처드(Terence Blanchard)가 맡았다.

주크 조인트에서 ‘윌리 얼’과 마마의 노래 ‘Let the Good Times Roll’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블루스 음악의 경쾌한 멜로디에 반하여, 인종 차별은 영화 전체에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배경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현재 시점인 1987년에 시작하여, 애틋한 사랑이 싹트는 1937년으로, 그리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1947년으로 갔다가, 다시 현재 시점으로 되돌아온다. 40여 년의 시차를 두면서 미국의 인종적 환경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나치에게 가족을 잃은 유태인 매니저 ‘아이라’(Ryan Eggold)의 회상을 통해 반유대주의 역시 짚고 넘어간다. 특히, ‘조나단’이라는 인물 역시 반인종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 그는 흑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이를 모른 채 평생 백인 엘리트로 살아온 그를 통하여, 이제 인종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점을 나타낸다.

<A Jazzman’s Blues> 감독과 출연진의 인터뷰(버라이어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