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뮤직비디오를 목격한 전 세계 시청자들은 ‘이 미스터리한 인간들은 대체 무얼 하는 건지’ 궁금해했고, 이내 중독되었다. 부드럽고 경쾌하게 귀를 건드리는 사운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몸짓. 예사로운 댄스가 아니다. 멍한 무표정과 흐느적거리는 관절 탓에 꼭두각시가 연상되기도 하고, 여럿이 몸을 엮어 움직이면 꼭 한 생명체 같다. 곡의 제목은 ‘still feel.’ 그룹의 이름은 ‘half•alive.’(하프얼라이브)다.

하프얼라이브는 세 뮤지션이 조쉬 테일러의 ‘50곡 쓰기 프로젝트’를 계기로 만나 구성한 인디팝, 록 밴드다. 조쉬 테일러가 보컬, 브랫 크레이머가 드럼, 제이 타일러 존슨이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지만, 특정한 음악이나 스타일에 한정하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해 선보이고 있다. 오디오 자체로도 ‘별거’지만, 이들의 음악을 보다 완전히 음미하고 싶다면 ‘시청해야’ 한다. 대개 본인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때로 연출이나 편집까지 맡기도 하는 뮤직비디오 이야기다. 중심이 되는 것은 두 댄서와 함께 세 멤버가 직접 수행하는 특유의 몸짓. 이 ‘하프얼라이브 무브’를 비롯한 모든 요소가 음악과 결합되어 하나의 복합 예술을 이룬다. 트렌디하면서도 유행에 묶여있지 않고, 일관되는 미학이 있으면서도 매번 새롭다. 이 특별한 뮤직비디오 중 다섯을 골랐다. 곡과 영상을 시간 순으로 살펴보며 각 시기의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1. ‘still feel.’

세 사람이 ‘하프얼라이브’ 이름으로 내놓은 첫 작업물은 EP <3>. 완성도 높고 개성 있는 사운드로 데뷔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후, 이듬해 본인들의 색이 더욱 선명히 비치는 싱글 ‘still feel.’과 함께 전세계 인디팝 마니아들의 마음을 뒤흔들게 된다. 수록곡 ‘Aawake at Night’의 비디오에서 조쉬 테일러의 무브 작업을 담당한 바 있었던 조던 존슨, 그와 에이단 칼베리의 댄스 콜라보레이션 그룹인 ‘JA 콜렉티브’가 무브를 구성하고 비디오에 함께 출연했다. 두 사람은 이후 하프얼라이브와 거의 한 그룹처럼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어디서 본 듯했던 넓고 텅 빈 스튜디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촬영했던 바로 그 장소다. ‘배트 케이브’의 창백한 LED조명에 다채로운 색이 더해졌다. 공간을 탁월하게 활용한 롱테이크 디렉팅과 감각적 컬러링, 매끄러운 에디팅까지 모두 보컬 조쉬 테일러가 담당했다. (참고) 영혼이 반쯤 나가 있는 듯한 눈동자에서 출발해, 후렴에 이르러선 얼굴 근육을 생생하게 일그러뜨리며 노래하는 그의 연기는 가사에 드리운 정서의 흐름과 닮아 있다. “나 자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을 때”, “어둠에 잠식당했을 때” “내가 교체된 것 같이 느껴질 때” 등 불확실하고 어두운 상태를 호소하던 화자는, 그럼에도 “나 자신을 알아내려 노력해”, “어둠에서 꺼내 줘/ 무덤에서 끌어내 줘”라고 이어가다, “희망이 없을 때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I still feel alive)고 마무리한다.

가사의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룹 이름 ‘half•alive’의 유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는 심리학 이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영혼은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쪽은 삶을 향해, 다른 한쪽은 죽음을 향해 끌어당겨지고 있으므로, 결국 인간은 반만 살아있는 상태(half alive)에 놓이게 된다”는 것. “(이 이름을 택함으로써)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우리 모두가 느끼는 긴장에 희망과 삶의 메시지를 불어넣고 싶었다”라고 조쉬 테일러는 말한다.

이 철학은 첫 정규 앨범 <Now, Not Yet>에 역시 담겨 있다. ‘Now, Not Yet’(지금, 아직 아닌), 무언가의 때가 ‘지금’인데, ‘아직 아니’기도 하다니, 언뜻 모순되거나 혼란 가득한 표현으로 들린다. 그러나 ‘하프얼라이브’의 의미와 연결해 ‘살아있기도 그렇지 않기도 한 상태’로 해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삶의 끝이 지금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과 사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모든 이들을 향한 공감과 응원. 따뜻한 주황빛이 감도는 앨범 커버 아트, 목이 없는 채로 춤을 추는 두 실루엣 역시 여기에 나란히 놓을 수 있겠다.

 

 

2. ‘ok ok?’

<Now, Not Yet>은 ‘still. feel.’로 인기를 휩쓸고 RCA Records와 계약을 맺은 하프얼라이브가 선보인 첫 정규 앨범이다. 첫 트랙 ‘ok ok?’부터 새로운 시도가 들린다. 리드미컬한 댄스 팝 느낌이 강했던 직전의 두 싱글과 달리 하드록스러운 그룹사운드와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곧 잦아들며 차분하고 고운 보컬이 이어진다.

비디오 역시 낯설다. ‘still feel.’부터 이들의 비디오와 공연에서 무브는 거의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이쯤 되면 팬들이 아티스트에게서 ‘특정한 기본값’을 기대하게 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목격하고 열광했지만 이제 그 자극에 익숙해져, ‘같은 것’과 ‘더욱 새로운 것’을 동시에 원하는 현상. 그런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왔을 테고, 매너리즘이나 소포모어 증후군이 이들의 방문을 두드렸을 법도 한데, 하프얼라이브의 작품은 단 한 번도 그 생기와 독창성을 잃은 적이 없었다.

앨범 타이틀인 ‘Runaway’의 비디오가 픽션 서사의 감정선에 무브를 접목한 시도로 보다 넓은 대중에 어필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던 것에 비해, ‘ok ok?’는 실험영화 같다. 이제껏 주로 넓든 좁든- 한정적이고 인공적인 장소에서 촬영해 왔으나 이번에는 산, 경계가 없는 자연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나무 사이를 달리던 조쉬, 브랫, 제이는 곧 보이지 않는 벽에 붙어버리고, 그 상태로 보컬이 시작된다. “내게 다가오는 대가가 너무 커”라고 화자는 말문을 연다. 앞날에 대한 불안과 부담은 “운명의 동물”로 형상화된다. “그 이빨과 발톱이 자신을 찢어발기는 것을 느끼고”, 때로는 (살아가는 것이) “그저 역할극을 하는 것” 같다고 노래한다. 화면 속 세 멤버는 벽을 관찰하며 산을 배회하고, 곡은 이어진다, “But I’m through being you, I know it’s ok to be me”(난 너를 통해, 나 자신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

하프얼라이브가 쓰는 대부분의 가사가 그렇듯 비디오의 배경 역시 인간의 내면을 이미지화한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다. 곡과 비디오에 흐르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었다가 다시 자신과 하나가 되는 마음속 여정’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다시 화면을 들여다보면, 세 사람은 곧 벽의 반대편에 있는 두 댄서와 부딪히게 된다. 그렇게 벽을 통과한 후 한데 모여 산비탈을 내달리는데, 끝내는 벼랑 끝에 이른다. 곡의 후렴에서는 “It’s ok.”와 의문문인 “Is it ok?”가 번갈아 반복된다. 여기에는 괜찮다는 결론만이 아닌 ‘미완결성’ 역시 비친다. 하프얼라이브의 작업이 우리에게 더욱 와닿는 까닭 중 하나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곡에 어떤 기승전결이 있더라도 ‘완전한 해결’과 함께 매듭짓지 않는다.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는 매초 죽음을 향해 끌어당겨지며, 반복해서 스스로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할지도 모르지만, 그 긴장과 진동 속에서 자신, 타인과 연결되고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속하리라’ 선언하는, 이들의 예술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3. ‘creature (w/ Orchestra)’

하프얼라이브의 작품은 완성된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재해석의 문은 늘 열려 있고, 때론 스스로 돌아보고 해체해 재구성하기도 한다. 전 세계가 거리두기를 하고 있던 2020년 초봄, 이들은 EP <in Florescence>를 공개한다. <Now, Not Yet> 수록곡 넷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리메이크한 작업물이다. 곡에 본디 있던 경쾌한 웅장함은 클래식 악기들과 아름답게 어우러졌고, 이 생소한 콜라보레이션은 ‘의외로 그럴듯하다’는 감탄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음반을 녹음하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이 곧 뮤직비디오. 조쉬 테일러는 연주자들 사이에서 노래하고, 브랫 크레이머와 제이 타일러 존슨은 방에 격리돼 각자의 악기를 연주한다. 카메라는 보컬만을 주목하지 않고 스튜디오를 고루 비춘다. 조명색 배치와 편집, 카메라 워킹의 속도도 정교하다. ‘Runaway (w/ Orchestra)’의 경우 롱테이크로 천천히 이어지는 반면, 보다 템포가 빠르고 강렬한 곡인 ‘still feel. (w/ Orchestra)’은 잘게 나누어진 컷이 빠르게 교차된다. 연주와 노래 외에 무브 등의 퍼포먼스도 함께 이루어진다.

전부 ‘꽃이 만개하듯’(in florescence) 풍성한 영상들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트랙을 꼽는다면 ‘creature (w/ Orchestra)’. ‘새로운 분야의 예술’과 협업이 이루어져서다. 비디오가 시작되면, 두 아티스트가 투명한 벽 앞에 팔레트와 붓을 들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이들은 그림을 그린다. 음악 공연자들이 페인팅 아티스트의 작업을 바로 마주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기에, 두 그룹이 내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듯 보이기도 한다. 촬영된 과정 자체가 행위예술이며, 그 결과물은 따로 또 같이 작품이 된다. 단순히 ‘음악과 그림을 함께 완성하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복합 예술이 탄생했다.

이 작업이 진행된 과정이 궁금하다면 조쉬 테일러가 만든 메이킹 다큐멘터리 관람을 추천한다. 세트 구성과 준비, 기획/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담긴 인터뷰, 서로 의견을 주고받거나 디테일을 설명하는 모습들이 퍼포먼스 사이에 어우러져 있다.

‘Now, Not Yet: in Florescence’ 다큐멘터리

 

 

4. ‘What’s Wrong’

<in Florescence> 이후 하프얼라이브는 한 해 정도 작업 공백기를 보낸다. 그리고 2021년 3월의 마지막 날, 팬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싱글 ‘What’s Wrong’이 공개된다. 곡이 스타트를 끊은 것은 반년 전, 프로덕션 듀오 ‘OjiVolta’가 이들에게 인스트러멘탈을 보내면서부터였다. COVID-19 상황이 심화되며 촬영이 여러 달 미뤄지고 방에 모여 리허설만 수없이 반복하는 등, 불확실한 여건에서 우여곡절 끝에 오디오와 비디오가 완성됐다. 앞서 다루었던 ‘ok ok?’와 더불어 더욱 추상적인 연출이 보였던 ‘BREAKFAST’ 비디오, 뒤이은 오케스트라와의 작업까지, 새로운 예술 실험을 지속하는 듯 보였던 하프얼라이브.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맞춰 한정된 공간을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back to basics(기본으로 되돌아가는)’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자가 복제는 아니다. 화면엔 빈티지하고 색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연출과 연기, 무브는 더 촘촘해졌다.

가사를 유심히 듣다 보면 감탄사 “Yippee ki-yay”(’야호’ 정도의 표현)가 귀를 잡아끄는데, 그 맥락이 묘하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닌 조바심과 피로가 결합된 흥분이 묻어난다. “긴장한 채로 살아가는 방법 좀 알려줘, 모든 ‘이랬으면 어땠을까’ 때문에 죽어가고 있거든, 여기 사는 게 지옥이 되고 나선 말이야, 날 추스를 수가 없어졌어.” 물론 하프얼라이브는 전에도 주로 마음 속 어둠을 꺼내놓으며 스토리텔링을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귀에 시대적 우울의 필터라도 끼워져 있었던 것일까, 긴장의 그물이 전보다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는 인상을 받았다.

영어 관용구에 친숙한 청자라면 후렴구 “Time’s always right to fix what’s wrong”의 ‘비밀’을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조쉬 테일러와 대화를 나누던 조던 존슨(JA 콜렉티브)이 “Time’s always right to do what’s right”을 잘못 인용한 것인데, 이 문장은 바로 가사의 실마리가 되었다. “문제들이 해법보다 빨리 쌓이는 것 같다.” 메이킹 비디오에서 조쉬 테일러는 현시대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으며 곡의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 “’시간은 언제나 옳다’는 아이디어는 문을 열어 두어 눈앞에 닥친 일들을 바라보게 해 준다. 거울을 보면 바로 거기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비디오에 이 ‘거울을 보는’ 장면이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얼굴에 페인트를 칠한 세 멤버가 번갈아 카메라를 응시하는데, 움직임을 연결해 꼭 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편집했다. 개인이 혼란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예술적으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참고)

 

 

5. ‘Move Me’

‘What’s Wrong’ 이후 하프얼라이브는 연달아 싱글 넷을 더 내놓고, 이중 ‘Time 2’를 제한 네 곡에 신곡 셋을 추가한 앨범 <Give Me Your Shoulder pt.1>가 이어 발매된다. 개인의 불안에 대해 노래하면서도 고독으로 파고들지는 않았던, 늘 타인을 인식하고 보듬었던 하프얼라이브. 이 앨범을 만들면서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성찰에 더욱 집중한 듯하다. ‘Move Me’는 그러한 고민이 가득 담긴 곡 중 하나다.

“I want you to move me(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날 움직여/감동시켜 주었으면 좋겠어”. 소중한 사람을 향한 사랑 고백으로 들리는데, 로맨스로 한정되지 않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 어려 있다. 넓게 들으면 하프얼라이브의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홀로 변화하고 성장하기보단 타인과 상호작용 하기를 적극적으로 바라는 태도는 곡 자체에도, 그것을 세상에 전하는 모양에도 있다.

곡이 정식으로 발매되기 전부터 하프얼라이브의 SNS에는 후렴구 30초를 바탕으로 만든 영상들이 ‘Move Me - creator•series’라는 이름과 함께 올라오기 시작했다.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화면에는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흐른다. 하프얼라이브식 무브부터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 후에 이 클립들은 모여 공식 뮤직비디오로 탄생한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이 비디오를 위해 몇 아티스트 그룹들에게 음악 리소스를 분배하고 창작의 자유를 주었다”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러 집단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이 비디오의 핵심인 셈. 이 작업은 공식 비디오가 공개된 후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30초의 오디오가 넓은 세계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트랙이다.

앨범 제목 ‘Give Me Your Shoulders’에서 ‘어깨’는 복수형이다. 그 주인은 ‘누구라도 좋은 것은 아닌’ 동시에 ‘누구든 될 수’ 있다. 대상이 연인이든 타인이든 자신이든 불특정 다수이든, 결국 사랑은 ‘네 어깨를 내어 줘’라고 말하는 것이다. ‘네 어깨를 내어 나를 위로해 달라’는 의미로도, ‘내가 너의 어깨를 감싸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하프얼라이브는 먼저 자신들의 어깨를 내어 주며 살아있는 예술을 세상에 건네었다.

 

 

일부 트랙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하며, 하프얼라이브 본인들이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메이킹 비디오를 참고했다. 작품의 의미와 만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아티스트로서 이들의 방식이다. 해석의 방향을 한정하는 것이라기보단 오히려 대화를 여는 것에 가깝다. ‘우린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곡을 썼고, 이렇게 비디오를 찍었어. 그대들은 무얼 느꼈어? 설명을 듣고 새롭게 떠오른 게 있어?’하고. 작업물을 내보낸 후 문을 닫아버리지 않고, 열어 놓은 창구를 통해 팬, 다른 예술가들과 소통하며 매일같이 창작의 바다에 낚싯줄을 드리운다.

한 인터뷰에서 조쉬 테일러는 음악을 낚시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저 매일매일 낚시를 하러 가야 한다. 때론 뭔가를 낚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것도 낚지 못하겠지만, 연습이 더 나아지게 만든다”고. 또 “좋아하기 때문에 낚시를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며, “다른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거나 다른 누군가가 낚시가 멋지다고 여기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어야 한다”고 잇는다. 한편 앞서 언급한 ‘What’s Wrong’ 메이킹 비디오에서는 아티스트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 결과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토록 ‘원 앤 온리(one and only)’일 수 있는 바탕의 한 축에는 ‘남들의 세속적 시선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기’라는 태도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축에는, 아티스트로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다. 최근에는 다음 페이즈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듯 색다른 스타일의 트랙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귀에 흐르는 것은 보컬이 아닌 시낭송이다. 다시 한번 낯선 길을 향해 발을 내딛은 하프얼라이브, 다섯 트랙만 다루었지만 이들의 작품은 하나하나 특별하다. ‘어떻게 살아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계속하는,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면서도 개인적인 울림을 선사하는. 이 사려 깊은 예술가들에게 매번 영감과 위로를 받는다.

 

 

참고
1) Saskia Postema 인터뷰 (euphoriazine.com)
2) Teddy Coward 인터뷰 (whynow.co.uk)

 

Writer

제 주제도 모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 쓴다. ‘안 쓰지 못해 쓴다’고 버릇처럼 말한다. 픽션에 과몰입하고 듣던 음악을 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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