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음식, 춤과 음악, 노점과 네온사인, 그 아래 줄어들 줄 모르는 인파들까지. 아시아의 밤은 언제나 밝다. 오히려 낮보다 깨어있는 듯한 묘한 생동감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문화로 비친다. 이러한 정신적 백야현상이 유독 아시아권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제작사 인포커스 아시아(Infocus Asia)의 존 에반스(Joe Evan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도시 서울, 방콕, 도쿄, 대만, 마닐라, 뭄바이에서 밤을 살아가는 현지인의 삶을 그대로 담아 보여준다.

삶의 일부가 되어 무뎌지는 도시의 독특한 표정들은 제 3자의 눈을 통해 다시 선명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미드나잇 인 아시아>는 ‘먹다 · 춤추다 · 꿈꾸다’라는 부제처럼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을 하루의 끝에서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도시의 모습을 기록하고, 현지인들의 생생한 일상과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엮어 밤의 도시를 비춘다.

“뭄바이는 광적인 도시예요.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시도하고 색다른 길을 걸으려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도시죠. 밤의 소란스러움이 우리가 더 멋진 일을 하도록 자극합니다.” - 아미 슈로프, 바텐더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특정한 호스트는 없지만, 도시 별 현지인의 내래이션을 통해 이들이 남들보다 더 긴 밤을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밤이라는 특정 시간과 도시의 환경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개성 넘치는 문화를 완성해가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도시의 깊숙한 곳까지 긴밀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닐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구 밀집 도시입니다. 해가 지면 교통 혼잡 너머로 사람과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도시의 아름다움이 드러나죠. 마닐라는 대조적이어서 다채롭고도 적나라하고 어지럽고도 활기찹니다.” - 마빈 코나난, 푸르베이르 잡지 편집장

지리, 역사, 언어, 민족성 등 복합적인 특성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나라별 고유한 문화가 ‘밤’이라는 하나의 공통적인 속성을 두고 뿜어내는 선명한 열기는 결국 왜 잠들지 않는 도시가 존재하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낮에는 식당을 하고 저녁에는 디제잉을 하는 클럽 디제이, 모델 겸 러너, 매일 장사하는 장소가 바뀌는 노점, 전통시장에서 운영하는 칵테일바, 26년이 지나 더 유명해진 통닭집, 퀴어 테크노 클럽, 프로 레슬러, 바텐더, 작가, 인디밴드 등 하루를 꽉 채워 사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우 다채로우며 이들이 피워낸 열정은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친다.

삶의 터전이라는 치열함도, 외부인의 환상도, 꿈꾸는 자들의 자유로움도 모두 여기에 있다. 자의 또는 타의로 깨어있는 밤을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필연적인 이야기는 하나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어디에서도 대체하지 못할 문화 에너지를 만들어간다.

“도쿄는 대도시고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한군데로 모아요. 도시에 밤이 찾아오면 각자의 외로움이 하나로 뭉쳐지죠.” - 카미조 쇼타로, 노점 ‘트와일로’ 운영

 

모든 이미지 <미드나잇 인 아시아: 먹다 · 춤추다 · 꿈꾸다> ⓒ 넷플릭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