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8세기 무렵부터 독특하게 생긴 모양의 배를 타고 동쪽 바다에서 나타나 영국과 프랑스를 유린한 북유럽의 이민족 전사들을 ‘노스맨’(Northman)이라 불렀다. 그들은 11세기까지 300여 년 동안 서유럽의 앵글로-색슨 왕국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리면서, 이 시기를 ‘바이킹 시대’(Viking Age)라 불렀다. 히스토리 채널이 여섯 시즌의 방대한 서사 드라마로 제작한 <바이킹스>(Vikings)의 100여 년 후 이야기를 다룬 후속 드라마 <Vikings: Valhalla>(2022)가 최근 첫 시즌을 방영했고,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신작 영화 <노스맨>(Northman)이 개봉하며 바이킹 덕후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 영화는 10세기 무렵의 바이킹 왕자 암레스(Amleth)의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복수극이다.

넷플릭스 후속 드라마 <바이킹스: 발할라> 시즌 1 예고편
영화 <노스맨>(2022) 예고편

뿔투구를 쓰고 도끼와 방패를 든 우람한 체격의 바이킹 영웅담은 300~400년이 지난 12~13세기 들어 사가(Saga) 형식으로 기록되어 구전 신화와 역사가 혼재되어 있다. 히스토리 채널의 <바이킹스> 역시 스칸디나비아에 전해진 사가(Saga)에 유럽에서 기록한 역사가 더하여 각색했다. 서로 다른 기록물과 다른 세대의 영웅들을 한 장면으로 불러 모아,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픽션인지 명확치 않으며 역사적 진실에 관한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드라마 <바이킹스>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진실과 허상에 대해 알아보았다.

 

라그나 로드브로크(Ragnar Lodbrok)

뱀굴에서 죽음을 맞는 라그나 로드브로크(19세기 판화)

서기 9세기 초중반에 유럽 침공을 주도한 바이킹 전사의 대명사였지만, 그의 행적에 관해서 역사적 사료들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카테가트(Kattegat) 출신의 농부 출신으로 처음으로 북해를 건너 영국을 약탈한 바이킹 원조로 묘사되지만, 스웨덴 전설의 왕 시구르드 흐링그(Sigurd Ring)의 자식으로 왕위를 물려받았다는 설도 있다. 그의 세력은 점점 커져 영국에 이어 5,000여 명의 전사와 120여 척의 배를 동원하여 프랑스 파리를 침입하여 유명세를 떨쳤다. 후일 영국을 다시 침공하였으나 풍랑을 만나 좌초하였고, 얼마 안 되는 군사로 노섬브리아 왕국의 앨라 2세와 전투를 벌이다가 생포되어, 뱀굴에 던져져 죽음을 맞았다. 드라마에서 그의 동생으로 나오는 롤로(Rollo)는 그와는 관계없는 후대의 바이킹 전사로, 노르망디 공국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다큐멘터리 <The Real Ragnar Lothbrok>

 

방패의 전사, 라게타

라그나 로드브로크에게는 세 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 아내가 ‘라게타’(Lagertha)로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방패를 든 바이킹 여전사로, 전투에서 맹렬하게 싸우는 용맹에 감명을 받은 라그나가 아내로 맞았으며 슬하에 1남 2녀를 두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라게타는 재혼한 남편과 다툰 끝에 그를 죽이고 작위를 찬탈하여 백작(부족장)이 되었다. 그의 행적은 12세기 덴마크의 역사가 삭소(Saxo)에 의해 자세히 전해졌는데, 드라마에 나온 데로 전 남편 라그나 로드브로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배 120여 척을 몰고 와서 그를 도왔다. 라게르타가 살았던 지역은 현재 노르웨이의 가울라 피요르드(Gaula Fjord)라 전해진다.

 

전설의 왕, 아스라우그

농민 부부에게 발견되는 아스라우그(1862년 그림)

라그나 로드브로크의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아내로 알려진 ‘아스라우그’(Aslaug). 그는 용을 죽였다는 전설적인 시구르드(Sigurd)와 방패 여전사로 유명한 브린힐드(Brynhilder) 사이에서 태어난 노르드 전설의 왕이다. 일찍 부모를 여위고 양아버지 헤이메르(Heimer)의 손에서 자랐고, 그의 수금 악기를 노리고 양아버지를 살해한 농민 부부의 슬하에서 컸다. 성인이 되어 개울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라그나 로드브로크의 부하들에게 발견되었고, 아스라우그의 지혜에 감탄한 라그나가 아내로 삼았다. 자신이 시구르드의 딸이었음을 증명하는 표식으로 막내 아이(Sigurd Snake-in-the-Eye)의 눈동자에 뱀의 형상이 있을 것으로 예언했는데, 드라마 <바이킹>의 한 장면에서 나온다.

 

덴마크 왕, 호릭

캐나다 배우 도널 로그가 연기한 덴마크왕 호릭

‘호릭 1세’(King Horik)는 813년부터 그가 죽은 854년까지 덴마크를 통치한 왕으로, 그의 재임기간 중 카롤루스 왕조가 지배하던 프랑스 파리를 침공하였고 은 7천 파운드를 받고 철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그가 파견한 장군 이름이 ‘라그나’였는데, 신화적인 인물 라그나 로드브로크와 동일 인물인지 이견이 있다. 드라마 <바이킹>에서는 라그나 로드브로크가 파리 침공 전 그를 살해하는 것으로 묘사되었는데, 실제로는 왕권을 다투던 조카 구토름(Guttorm)에게 패배하여 수하 장군들과 함께 살해된 것으로 전해진다.

 

웨섹스 왕, 에그버트

‘에그버트’(Ecgherht)는 서기 5세기부터 지속된 앵글로-색슨족의 영국 7왕국 중 웨섹스(Wessex)의 국왕으로, 재위기간은 770년부터 839년까지 70여년에 이르러 영국 역사에서 중대한 영향력을 가진 왕이다. 그의 재임기간 중에는 7왕국 중 가장 세력이 강했던 머시아(Mercia) 왕국과 크고 작은 전투를 벌였으며, 머시아를 복속하여 잉글랜드 남부의 패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영국에 침입한 바이킹과도 전투를 벌였으며, 836년 카햄튼(Carhampton) 전투에서 패배하였으나 2년 후 콘웰(Cornwell) 전투에서 승리하여 그들을 몰아냈다고 전해진다. 그는 드라마와는 달리 자신의 수명을 다 살았으며, 라그나 로드브로크와의 동맹이나 애설스탠과의 우정 등은 상당 부분 각색된 것이다.

<King Ecgberht of Wessex> British History

 

노르웨이 왕, 하랄드 1세

드라마 <바이킹>의 시즌 4부터 변방의 부족장으로 등장하는 하랄드 파인헤어 왕(King Harald Finehair)은 통일 노르웨이의 첫 국왕으로 인정되는 실존 인물 ‘하랄드 페어헤어’(Harald Fairhair)에 기반을 두었다. 그는 노르웨이 남부 베스트폴(Vestfold) 지역의 이름없는 왕국을 기반으로 삼아 노르웨이 전역의 통치권을 주장하게 된 첫 번째 국왕이었으나, 그가 실질적으로 전국을 통치하였는지는 불분명하다. 드라마에서 동생 할프단(Halfdan)과 함께 쾌활한 성격과 야망을 가진 인물로 등장하며, 바이킹 전사로 수많은 전쟁에 참여하면서 점차 자신의 세력을 넓히게 된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어 ‘미발왕’이라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