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사랑하는 재즈 기타리스트 명단 중 피터 화이트(Peter White)란 이름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온다. 영국 런던 인근의 루턴(Luton) 출신인 그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도하던 포크 싱어송라이터 알 스튜어트(Al Stewart)의 매니저에게 발탁되어 오디션을 봤고, 이때도 밴드에 소속한 기타리스트가 있을 때라 기타 대신 피아노를 연주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후 알 스튜어트의 기타리스트와 키보디스트로 20여 년간 함께 하면서 그를 따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기도 하였으며, 알 스튜어트의 대표곡 ‘Time Passage’(1978), ‘Midnight Rocks‘(1980)를 함께 작곡하는 등 긴 세월을 그의 음악적 동료로서 활동하였다.

알 스튜어트의 실황 ‘Time Passages’(1978)에서 리드기타를 연주하는 피터 화이트

나이 서른이던 1984년에는 보컬 밴드 맷 비앙코(Matt Bianco)의 멤버였던 친형 대니(Danny White)와 함께 밴드를 탈퇴한 폴란드 가수 바시아(Basia)의 데뷔 앨범 <Time and Tide>(1987)에 세션 기타리스트로 참가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솔로 가수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시아의 인기 앨범 <London Warsaw New York>(1990)부터 최근작 <It’s That Girl Again>(2009)까지 그의 스튜디오와 순회 공연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바시아는 피터 화이트의 다섯 번째 솔로 앨범 <Caravan of Dreams>(1996)에 수록한 인기곡 ‘Just Another Day’에서 보컬을 맡기도 했다. 형 대니 화이트는 바시아의 연인이자 음악 프로듀서였으며, 2000년대 들어와 예전의 밴드를 재결합하여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Just Another Day’(바시아 피처링)

두 사람의 사이드맨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느라 정작 피터 화이트 자신의 솔로 데뷔가 늦어진 측면도 있지만, 이는 그의 내성적인 성격과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천성 탓이기도 했다. 36세가 되어서 대부분 오리지널 곡으로 구성한 데뷔 앨범 <Reveillez-Vous>(1990)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있으며, 뛰어난 작곡 실력을 반영하듯 대부분 빌보드 재즈 차트의 상위권에 올려 놓았다. 십여 장의 정규 앨범 중 셋은 빌보드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 1위에 올랐고, 발표한 싱글 중 여섯 곡은 재즈 싱글 1위에 올랐다. 특히 ‘Midnight in Manhattan’(1998,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피처링), ‘What Does It Take’(2006, 샘 라이니 피처링), ‘Here We Go’(2012, 데이브 산본 피처링) 등 인기 색소폰 연주자가 피처링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이 모두 정상에 올랐다.

‘Midnight in Manhattan’
‘What Does It Take’

피터 화이트의 음악은 장르를 특정하기 힘들다. 한 번도 그래미 후보작에 오르거나 언론의 조명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는 5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작곡, 녹음, 공연 활동에 매진했다. 최근에는 대만 항공사의 협찬을 받은 열여섯 번째 앨범 <Music for Starlux>(2019)을 발표했고,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와중에도 전미 지역을 돌아다니며 활발한 순회공연을 벌였다.

빌보드 재즈 싱글차트 1위에 오른 ‘Do I Do’(2016)

 

피터 화이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