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맨이 대체 누군데? 

<Florida Man : the Epic Adult Coloring Book> 표지, 이미지 출처 – 링크

사실 플로리다에 대한 이미지는 10년 전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아름다운 해변들과 따뜻한 기후 덕분에 ‘Sunshine State’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하지만 2022년 플로리다는 멍청한 사람들과 악어들이 난동을 부리는, 괴상한 악명만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 보통 ‘Florida Man’(플로리다 맨)은 멍청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범죄를 저지르는 무서운 악당의 모습보다는 ‘뭔 약을 했길래 이런 생각을 했지?’라고 갸우뚱하게 만드는 어이없는 웃음을 주는 바보의 이미지에 가깝다. 2019년에 일어난 플로리다 맨의 활약상을 보면 감을 잡을 것이다.

악어를 생포한 뒤같이 술을 마시다 동물 학대로 잡혀가고, 112에 전화해 자신의 마약이 도난당했다고 신고하고, 체포되어 연행되는 경찰차 뒷좌석에서 애먼 짓을 저지르는 커플, 잠깐 살펴보아도 숨이 턱 막히는 짓을 하는 게 플로리다 맨이다.

 

시작은 언제나 트위터부터

Hurricane Matthew Meets Slayer, 이미지 출처 – Lane Pittman 유튜브

2013년, @_FloridaMan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만들어진다. 플로리다 맨이 포함된 정신 나간 사건들의 기사 헤드라인을 포스팅하는 콘셉트 계정으로 이 계정은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레딧, 텀블러 등에서 플로리다 맨 인터넷의 가장 핫한 밈이 되었다. 이러한 인터넷에서의 유행을 대형 미디어들이 소개하며 점점 미국 전체가 즐겨 사용하는 농담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그 유행이 정점에 오른 영상은 바로 플로리다 맨이 허리케인에 맞서 싸우는(?) 영상이다.

미친 것 같지만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미국 국기를 휘두르며 헤비메탈 음악과 함께 허리케인에 맞서 싸우는 이 무모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플로리다 맨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사람들에게 각인했다. 보수적인 남부 동네이지만 고집불통의 이미지인 텍사스와는 다른 뭔가 유쾌하고 재밌는, 하지만 절대로 따라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사람들.

 

플로리다 맨 챌린지

밈이라는 건 갑자기 나타나는 만큼 빠르게 유행에서 벗어나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이다. 플로리다 맨 밈이 거의 사라져간 2019년, SNS를 중심으로 관련 밈이 새롭게 재유행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태어난 날에 플로리다 맨이 저지른 일을 찾는 것인데 어떤 날짜를 검색해도 정신 나간 뉴스가 뜬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제는 누구의 생일에 더 괴상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는 하나의 챌린지로 자리 잡았다. 구글에서 직접 해당 날짜의 뉴스를 검색해 ‘Florida Man Challenge’(플로리다 맨 챌린지)를 해볼 수 있지만 간단히 웹사이트를 통해 플로리다 맨이 자신의 생일에 저지른 일을 볼 수도 있다..

 

디스 이즈 플로리다!

Fun Map, 이미지 출처 – 링크

사실 플로리다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동북부 출신의 은퇴한 노인 인구, 쿠바계 이민자, 영국계 미국인 등 문화적 배경이 완벽히 다른 사람들이 플로리다로 이주해 왔다. 이런 배경의 사람들과 미국 남부 특유의 히피 문화가 섞여 탄생한 것이 플로리다의 짬뽕 문화이다. 자유라는 개념이 다른 주보다 더욱 넓고 다양하게 인식된다. 플로리다 맨이 저지르는 일들이 다른 곳에서는 신기하게 보이더라도 플로리다에서는 ‘뭐 저런 일도 있는 거지’라며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관련 플로리다 맨 밈이 안 좋은 쪽으로 유행을 타고 있다. 뉴스로 접하는 우리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곳인 것 같다.

 

Writer

낯선 음악들과 한정판 굿즈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