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2009)의 ‘에스더’는 영화 속 악역 캐릭터 순위에 오를 만큼 충격적인 악역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입양아나 고아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이 확산될 까봐, 개봉 당시 많은 관련 단체들이 우려를 표할 정도였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전반적으로 낮았으나, 영화관에서는 의외로 선전하여 2,000만 달러 제작비의 네 배 가까이 벌어들이면서 컬트에 가까운 추앙을 받았다. 이제 13년 만에 후속편 <Orphan: First Kill>이 올해 8월 개봉될 예정인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스더의 초기 행각을 다룬 프리퀄이다. 당시 13세의 나이에 출연하여 9세의 에스더를 연기한 이저벨 퍼먼이, 이제 25세의 원숙한 나이가 되어서도 또 다시 어린 에스더를 연기한다고 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영화 <오펀: 퍼스트 킬>(2022) 예고편
* 전작 <오펀: 천사의 비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입양아와 아동범죄에 대한 편견 우려

전작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13세 앳된 모습의 에스더는 사실 33세의 어른으로, 뇌하수체 기능저하증(Hypopituitarism)이라는 희귀한 병으로 인해 어린이 모습을 유지한 사이코패스로 나온다. 이에 대해 입양 관련 단체들은 입양아나 아동범죄에 대한 편견이 확산되어 자칫 입양 자체가 위축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게다가 어떤 신문은 이 영화를 두고 ‘사이코-차일드 호러’(Psycho-Child Horror)라는 새로운 용어를 갖다 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가 확산되자 제작진은 에스더의 대사 중 “자기의 자식을 사랑하듯 입양아를 사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를 “엄마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로 급히 변경하기도 했다.

영화 <오펀: 천사의 비밀>(2009) 예고편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

영화 <오펀>에 영감을 준 실제 사례는 여럿 존재한다. 체코 출신의 Barbora Skrlova는 입양 가정을 전전하다가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노르웨이로 도망쳐 13살의 남자아이 ‘아담’ 행세를 하다가 달아났는데, 입양 가족은 그가 실제로는 33세의 여성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영화 <오펀>이 상영된 후 미국 인디아나의 한 가정이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여섯 살의 소인증 환자 나탈리아 그레이스(Natalia Grace)를 입양하였는데, 입양 후 행동이 이상하자 실제로는 어른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입양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장남감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치아나 골밀도 조사에서 10대 후반이나 젊은 성인일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영화 <오펀>에서 아홉 살이라 주장하는 에스더가 실제로는 33세의 성인 여성이라는 설정이 비현실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13세의 남자아이(오른쪽) 행세를 한 Barbora Skrlova(왼쪽)
20대 전후의 나이로 의심되는 나탈리아 그레이스의 입양 당시 사진

 

호러 아이콘으로 등극한 이저벨 퍼먼

일곱 살부터 TV 채널 카툰 네트웍의 아역배우로 캐스팅된 이저벨 퍼먼(Isabelle Fuhrman)에게 영화 <오펀>은 두 번째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악역 에스더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에게 할리우드 캐스팅이 줄을 이어, 이제는 25세의 30여 편의 영화와 1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배우가 되었다. 2012년에는 대작 영화 <헝거 게임>(2012)의 오디션에 지원하여 악역 중의 하나인 ‘클로브’ 역할을 맡았다. 호러나 미스터리 영화에 자주 캐스팅되어 악역을 맡다 보니 죽는 장면이 많아졌고, 그에게 ‘호러 아이콘’(Horror Icon)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Save the Kids> 같은 불우 어린이 대상 비영리 단체의 자선활동에 자주 참여하고 있다.

이저벨 퍼먼의 죽는 장면 편집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