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의 중심가 프렌치 쿼터(French Quarter)에는 수많은 길거리 뮤지션들이 모여 버스킹을 한다. 그 중에는 미국 대통령들의 취임식이나 유명한 재즈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을 받거나 TV 쇼 및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유명 뮤지션들도 있다. 뉴올리언스를 가게 되면 한번은 보게 된다는 클라리넷 뮤지션 도린(Doreen)이 그런 인물이다. 뉴올리언스 출신으로 뮤직 스쿨에서 정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배웠고, 남편과 함께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생계를 위해 버스킹을 시작했다. 그 동안 네 명의 미국 대통령 앞에서 공연했고 뉴올리언스의 문화 전도사가 된 그를 두고, 세간에서는 ‘레이디 루이스’(Lady Louis), ‘클라리넷 퀸’(Clarinet Queen) 또는 ‘뉴올리언스 여사’(Ms. New Orleans)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유튜브 영상 <Doreen–The Clarinet Queen>(2009)

도린은 뉴올리언스에서도 재즈 클럽, 소울 푸드 맛집, 크레올 문화센터가 모여 있는 유서 깊은 트레메(Treme) 지역 출신이다. 근처에 루이 암스트롱 공원이 자리잡고 있고 딕시랜드 재즈의 전통이 진하게 남아있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초등학생 시절부터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음악대학에 진학하여 장학금에 의존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배웠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인턴을 하거나 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튜바를 연주하는 남편 로렌스를 만났고, 그와 함께 재즈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남편과 함께 고향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Doreen’s Sweets’라는 음식점을 잠시 운영하다가 길거리 뮤지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버스킹 연주에 나섰다.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잭슨 스퀘어에 자리잡고 밴드 ‘Jackson Square All-Stars’을 시작했다가 밴드 이름을 Doreen’s Jazz New Orleans로 바꾸고 밴드의 중심이 되었다.

루이지애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도린(2018)

처음 길거리 공연을 시작할 때는 부근의 재즈 클럽과 마찰이 빚기도 했으나, 공연 방식에 대해 합의하면서 상생의 길을 찾았다. 길거리 공연을 진행하면서 거의 매년 음반을 냈고, 윈튼 마살리스가 디렉터로 있던 ‘Jazz at Lincoln Center’와 국무부의 주선으로 전세계를 순회 연주하며 미국의 전통 재즈를 알리는 역할도 수행했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까지 네 명의 대통령 앞에서 공연했고, 수시로 재즈 페스티벌에 정식 초청되면서 뉴올리언스 전통 재즈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 있으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천 편에 달하는 그의 연주 영상은 대부분 뉴올리언스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찍어서 올린 것이다. 그의 연주를 찍은 영상이 워낙 많아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경우 1달러를 받는다는 표지판을 올려 놓았다.

도린 ‘Hose of Rising Sun’(2018). 드럼을 치는 소녀는 도린의 딸이다.

그는 고음 부분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연주로 유명하며, 때로는 클라리넷을 내려놓고 블루스 가득한 보컬을 들려주기도 한다. 공연 레파토리에 빠지지 않는 노래는 애니멀스(Animals)와 존 바에즈가 불러서 유명해진 ‘House of Rising Sun’이다. 이 노래는 오래 전부터 뉴올리언스 지역의 민간에서 전해 내려온 민요로, ‘Rising Sun Blues’라 부르기도 한다. 뉴올리언스를 방문하게 되면 프렌치쿼터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 도린을 찾아 “There is a house in New Orleans. They call the Rising Sun”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신청해보자. 물론 좋은 음악에 대한 소정의 팁은 지불하여야 할 것이다.

 

도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