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앤솔러지 애니메이션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의 시즌 3에서 마지막 에피소드인 17분 길이의 <히바로>(Jibaro)가 단연 최고라는 평가되며 인기다. 중세 어느 시기 남미 푸에르토리코의 깊은 열대우림 속에서 온 몸에 금은 보화로 가득 두른 ‘사이렌’(치명적인 괴성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요부 모습의 괴물)이 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괴상한 소리를 내서 보물을 찾아 나선 스페인 정복자들을 몰살하는 장면이나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귀머거리 기사 ‘히바로’가 홀로 살아남자 잠을 자는 그를 유혹하는 장면이 특히 인기다. 이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자, ‘사이렌’을 따라하는 코스프레나 댄스 동작의 패러디가 온라인 상에서 증가하고 있다.

히바로 댄스를 패러디한 <I Copied Jibaro Dance> 영상

<히바로>를 창작한 스페인의 알베르토 미엘고(Alberto Mielgo) 감독은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1의 인기 에피소드였던 <The Witness>에 이어 두 번째로 앤솔러지 시리즈에 참가한 작품이다. 시즌 1을 봤던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두 작품 모두 스토리라인이나 애니메이션의 질감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은 특히 광활한 열대우림이나 캐릭터의 선명성, 색감이나 댄스 동작 측면에서 놀라운 디테일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기묘한 댄스 동작은 이 분야의 전문가인 사라 실킨(Sara Silkin) 감독에게 의뢰했고, 감독은 직접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3주 동안 지내면서 비주얼이나 오디오를 샘플링하였다. 중세 기사들이나 ‘사이렌’의 의상이나 분장을 위해 서부 유럽, 인디아, 북부 아프리카 등지의 자료를 뒤져서 디테일을 찾아내 구성하였다.

히바로 분장에 나선 중국 틱톡커 영상
중국 팬들의 <히바로 메이크업 챌린지> 영상

애니메이션 <히바로>는 승자없이 모두 패자인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라고 감독이 말한 바 있다. 엘도라도(전설 속의 황금의 도시)를 찾아 열대우림을 찾아 헤매던 스페인 기사와 사제들은 전멸당하고, 사이렌은 자신의 신체를 감싸고 있던 금은 보화를 모두 잃게 된다. 보물을 챙겨 달아나던 ‘히바로’는 사이렌의 피에 닿자 잃었던 청력을 되찾게 되고, 그에 따라 복수를 꿈꾸던 사이렌의 괴성에 목숨을 잃게 된다.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3는 로튼토마토 100%의 호평을 받았으며, 그 중에서도 <히바로>는 아홉 편의 에피소드 중 최고로 인정되고 있어 많은 영화제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 <The Windshield Wiper>로 올해 오스카상을 받은 바 있고, 현재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기획 중이다.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의 <히바로> 메이킹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