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0파운드 지폐 뒷면의 표지 모델로 나오는 인물은 18세기의 유명한 낭만주의 작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이다. 그는 지폐 모델로 선정될 만큼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엠마> 등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으로 자주 제작되어 맛깔스러운 로맨스 소설의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에는 그가 1817년 41세의 나이에 사망한 후 유작으로 출간된 소설 <Persuasion>(설득)이 다시 영화로 찾아온다. <인형의 집>(A Doll’s House>로 유명한 연극 감독 캐리 크랙넬(Carrie Cracknell)의 영화 데뷔작으로, 다코타 존슨이 ‘앤’ 역을 맡고 코스모 자비스가 상대 ‘웬트워스’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Persuasion>(2022) 예고편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 <Persuasion>이 출간된 때는, 그가 사망한 후 6개월 후인 1817년 12월이다. 나이 27세의 소설 주인공 앤 엘리엇이 한때 사랑했지만 버렸던 남자 웬트워스를 8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로맨스 소설로, 제인 오스틴의 가장 슬프고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960년에는 BBC가 4편으로 구성된 미니시리즈로, 1971년에는 ITV가 5편으로 구성된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제작한 바 있고, 그 후 TV용 영화로도 BBC와 ITV가 경쟁적으로 제작하였다. BBC Film이 1995년 제작한 첫 TV 영화에는 영국의 베테랑 배우 아만다 루트(Amanda Root)와 시아란 힌즈(Ciaran Hinds)가 엔과 웬트워스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영국 아카데미(BAFTA) 영화제에서 의상상, 디자인상 포함 5관왕을 안았다.

BBC의 TV 영화 <Persuasion>(1995)

제인 오스틴 소설의 붐을 타고 영화로 처음 제작된 BBC 필름의 <Persuasion>(1995)는 BBC 채널에서 380만 명이 시청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1995) 개봉을 앞두고 있던 소니 영화사가 미국 극장에서의 제한 상영을 추진하여 약 5백만 달러를 상회하는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두었다. 이는 1억 3,000만 달러를 거둔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과 의상 고증에 충실하여 배우들의 화장조차 금지한 BBC판 <Persuasion>에 비해, 이안 감독의 할리우드판 <센스 앤 센서빌리티>는 현대 관객들의 기호에 맞게 원작을 폭넓게 수정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덕에 주연을 맡은 엠마 톰슨은 그 해 오스카 여우주연상이 아닌 각색상을 받았다.

ITV의 TV 영화 <Persuasion>(2007)에서 앤과 웬트워스가 재회하는 장면

그로부터 12년 후 ‘제인 오스틴 시즌’의 일환으로 ITV가 제작한 세 편의 영화 중 하나인 <Persuasion>(2007)은 제인 오스틴이 실제 거주하여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바스(Bath)에서 대부분 촬영하여, 영국 내 첫 방영에서 620만 명이 시청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양쪽으로 갈라졌다. 특히, 제인 오스틴 원작 영화는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제인 오스틴 작가에 대한 팬덤과 새로운 세대에 맞게 각색을 거쳐야 한다는 사람들 간에 의견이 양분되었다. 이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Persuasion>(2022)이 시험대를 앞두게 되었다. 지난 6월에 공개된 예고편을 본 제인 오스틴 팬들의 분노가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에놀라 홈즈>나 <브리저튼> 처럼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면서 시청자에게 말을 하는 방식을 18세기 소설에 적용한 점이나, 원작의 풍부한 대사를 지나치게 축약한 점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ITV가 5편으로 제작한 미니시리즈 <Persuasion>(1971)

<에놀라 홈즈>나 <브리저튼>과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시대극으로 성공한 넷플릭스가 어떤 <Persuasion>을 제공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떤 것일지 오는 7월 15일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