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의 흑백영화 <모래의 여자(Woman in the Dunes)>는 일본의 소설가 아베 코보의 동명 소설을 히로시 테시가하라(勅使河原, 1927~2001)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 2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다음 해 일본 마이니치 필름 콩쿨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가 주목한 영화다. 기이한 스토리 구성과 시지프스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우화적 요소로 유명한 이 영화는, 인간의 실존적인 굴레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베 코보(安部公房, 1924~1993)는 “일본의 카프카”로 불린 실존주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1950년 <붉은 누에고치>로 전후문학상을, 1951년 <벽 – S. 칼마씨의 범죄>로 야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극단을 설립, 자신이 쓴 희곡으로 연극을 만들어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1962년 출간한 소설 <모래의 여자>의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소설 대부분이 변역 출판되었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연극으로 상연한 <모래의 여자>. 이미지 출처- www.japansociety.org.uk

히로시 테시가하라 감독은 조각가이자 화가로, 그리고 일본식 전통 꽃꽂이이 이케바나의 대가로도 유명하며, 아베 코보와의 협업으로 생애 8편의 영화를 제작하였다. 특유의 미학적인 감각이 물씬한 영화 세계를 구축했고, 독특하고 판타지적인 표현방식으로 유명했다. 이 영화에서도 아베 코보 특유의 밀폐된 공간에 갇힌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시작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래의 여자> 줄거리 참고(네이버 세계영화작품사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