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에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이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박스오피스 9억 달러를 돌파하자, 조셉 코신스키(Joseph Kosinski) 감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그가 연출한 영화 <스파이더헤드>(Spiderhead, 2021) 역시 비슷한 시기에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해당 차트의 맨 윗자리에 오르며, 극장가와 스트리밍 시장에 동시에 그의 이름이 부상한 것이다. 광고 감독으로 명성이 높았던 코신스키 감독이 영화에 진출하면서 감독한 작품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트론: 새로운 시작>(Tron: Legacy, 2010)과 <오블리비언>(Oblivion, 2013)이다. 액션 영화의 추격전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그에 비해 스토리텔링은 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조셉 콘신스키가, 상품성과 작품성을 모두 보여준 감독으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뮤직 비디오, Lady Gaga ‘Hold My Hands’(From Top Gun: Maverick)

액션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유명한 코신스키 감독의 학교 시절 전공은 이례적이다. 그는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면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학부 졸업 후에는 뉴욕에 위치한 컬럼비아 대학원의 건축학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GSAPP(Graduate School of Architecture, Planning and Preservation)로 알려진 이 학교는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81년에 개교한, 건축학 분야의 세계적인 명문이다. 콘신스키는 건축학을 배우면서 광고 영상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데 정진하게 되었다. 졸업 후인 1999년에는 광고영상 제작에 뛰어들어 <Mad World>, <Unity>, <Become Legend> 같은 작품으로 AICP(Art & Technique of the Commercial)를 3회 수상하였고, 타코 벨사의 광고 <Web of Fries>로 칸 은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광고 영상 <Gears of War: Mad World>(2006)

코신스키 감독의 영화 데뷔작 <트론: 새로운 시작>(2010)은 4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그가 2005년부터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한 그래픽 노블에 바탕을 둔 두 번째 작품 <오블리비언>(2013)은 2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의 CG 비주얼 실력은 호평 일색이었으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평가가 많았다. 2015년에 예정되었던 <트론> 후속작은 취소되었고, 실화에 바탕을 둔 저예산 영화 <Only the Brave>(2017)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이 즈음 그를 다시 찾아온 초대형 작품이 1억 7,000만 달러 제작비의 <탑건: 매버릭>이다. 그는 <오블리비언>에서 함께 일했던 톰 크루즈를 다시 만났고, 그의 작품에 자주 출연한 마일스 텔러, 제니퍼 코넬리 역시 불러들였다. 콘신스키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마치 관객이 마치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는 듯한 스피드 액션 영상으로 흥행을 이끌었다.

영화 <탑건: 매버릭>의 비하인드 신 영상

이제 그의 차기 작품은 줄을 잇고 있다. 먼저 F-1(Formula One)을 배경으로 하는 스피드 레이싱 영화가 될 예정인데, 애플 스튜디오가 투자하여 극장 개봉 후 애플 TV+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는 브래드 피트가 은퇴한 레이서로 출연하기로 되었다. 그 외에도 <Logan’s Run>, <The Black Hole> 등 1970년대 SF 영화의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다. 앞으로 스피드를 내세운 액션이나 SF 영화에서 그의 이름을 자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