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행콕(Herbie Hancock)은 대학 졸업 후 도날드 버드(Donald Byrd)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서 정통 재즈 피아니스트의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여느 재즈 뮤지션과는 달리 팝 스타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가 이제까지 수상한 14회의 그래미상 중 재즈 분야에서 받은 것은 절반 정도이고, 팝, 알앤비(R&B)와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수상하였다. 허비 행콕이 장르의 경계를 건너기 시작한 앨범 <Head Hunters>(1973)은 빌보드 200의 13위까지 올랐고, 싱글 ‘Rockit’(1983)은 빌보드 핫댄스 플레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재즈 오리지널 중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인기를 누리면서 팝이나 알앤비 차트에 오른 적도 많다. 허비 행콕이 작곡한 재즈 오리지널 중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네 곡을 소개한다.

 

‘Watermelon Man’(1962)

데뷔 앨범 <Takin’ Off>(1962)에 수록한 하드 밥(Hard Bop) 장르의 곡으로, 프레디 허버드(트럼펫)에서 덱스터 고든(테너 색소폰)으로 이어지는 솔로 연주가 유명하다. 그가 시카고 뒷골목에서 수박을 팔던 상인의 목소리를 듣고 멜로디로 옮긴 이 곡은, 빌보드 핫100 차트의 10위까지 오르며 재즈 장르를 넘어서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듬 해에는 쿠바 출신의 밴드리더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ia)가 댄스 버전으로 편곡하여 빌보드 10위에 오르는 인기를 누렸고, TV의 오락 프로그램에서 경음악으로 연주되는 보편적인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곡이 되었다.

 

‘Cantaloupe Island’(1964)

행콕의 네 번째 앨범 <Empyrean Isles>(1964)에 수록된 네 곡의 오리지널 중 하나로, 그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 소속되었던 1960년대 초에 작곡하였다. 이 곡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탠더드로 자리잡아, Jazz24.org가 선정한 역대 100곡의 재즈 스탠더드 중 19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곡은 후일 행콕 자신의 앨범 <Secrets>(1976)에 퓨전 장르로 다시 리메이크되어 수록되기도 했으며, 힙합 그룹 US3가 앨범 <Hand On the Torch>(1993)에서 ‘Cantaloop(Flip Fantasia)’로 제목을 바꾸고 재즈 힙합으로 리메이크하여 빌보드 9위에 오르기도 했다.

 

‘Maiden Voyage’(1965)

행콕의 최고 명반으로 손꼽히는 다섯 번째 앨범 <Maiden Voyage>(1965)의 타이틀곡으로, 행콕 스스로 자신의 최애곡으로 선정한 곡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언급하며 “처음 출항하는 배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그리면서 작곡하였다”고 밝혔다. 이 곡은 록 밴드 블러드 스웻 앤 티어스(Blood, Sweat & Tears)나 토토(Toto)가 록 버전으로 리메이크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이 곡이나 앨범이 음악 차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펭귄가이드의 ‘코어 컬렉션’에 포함된 명반으로 손꼽힌다.

 

‘Chameleon’(1973)

행콕의 12번째 앨범 <Head Hunters>(1973)에 수록된 곡이다. 이 앨범은 행콕이 재즈에서 재즈 펑크와 퓨전으로 음악적 방향성을 비튼 상징적인 앨범으로, 재즈 앨범으로는 이례적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3위에 올랐다. 그는 베니 모핀(Bennie Maupin), 빌 서머스(Bill Summers) 등 밴드 멤버를 새롭게 구성하였고, 작곡 역시 그들과 함께 하였다. 싱글로 발매된 ‘Chameleon’은 15분이 넘는 긴 곡으로 특징적인 베이스 라인과 펑크 비트로 유명하며, 빌보드 핫 100 차트의 42위에 올랐다. 재즈 워리어스(Jazz Warriors)가 리메이크하여 재즈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Rebirth of the Cool> 3집에 수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