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이미지들이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꿈을 꾸듯 이상야릇한 일들이 펼쳐지는 제라르 뒤부아(Gérard DuBois)의 그림처럼. 인물들은 공중에 떠오르거나 결박되어 있고, 혹은 여러 갈래로 흩어지거나 불타오르기도 한다. 의미심장한 상징은 차분하고 고전적인 표현과 어우러져 마그리트를 연상시킨다.



제라르 뒤부아는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뉴요커, 타임 매거진, 르 몽드, 롤링스톤을 비롯한 잡지의 기사와 단편 소설, 그리고 여러 그림책에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려왔다. 글의 메시지를 함축한 삽화이지만, 그의 그림은 텍스트의 맥락과 분리하여 보더라도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화면 속 의미를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비밀스러운 매력이 언어의 공백을 새로운 감각으로 채운다.



우아함과 어두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그림들을 볼수록 머릿속에 물음표들이 떠오른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볼수록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이유는 왜일까?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인 화면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한순간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초현실적인 상황의 당혹스러움은 보는 이의 몫일 뿐, 그림 속 당사자들은 너무도 침착하기만 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에 외려 그 마음 안에 숨어있을 표정을 엿보고 싶어진다.




현대 환상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수집한 200개의 민속 이야기를 담은 책 <Italian Folktales>에서는 제라르 뒤부아가 상반된 두 작가의 그림에서 받은 영향을 감상할 수 있다. 르네상스 화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프레스코에서는 이탈리아의 밝고 따뜻한 색채를, 그리고 프란시스코 고야의 에칭 시리즈인 카프리초스에서는 그로테스크함을 가져온 그림들은 원작 이야기처럼 아름답고도 기묘한 매력을 가졌다.



작가의 화풍 중에서도 빈티지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은 이야기가 품은 세월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수년간 사과를 통째로 삼켜온 소년이 배에서 사과나무가 자라날 것을 우려하는 이야기, 'Un verger dans le ventre'(배 속의 과수원)는 레트로한 양식의 그림으로 말이 안 되는 두려움들을 느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Chiquilladas'(어린애 같은)는 잔인할 정도로 장난스러운 아이들을 보여주는데, 블랙 유머가 담긴 복고적인 삽화로 지난 세기 초의 교육 서적을 패러디한 작업이다.




2022년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대상작 <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은 전쟁의 고통을 어두운 구름에 빗댄 그림책이다. 소녀가 겪은 괴로운 기억들은 빛바랜 흑백 사진 같은 그림으로 담담히 묘사되었다. 어른이 된 밀라의 마음 한편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녀는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서 흘러오고 있는 짙은 구름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담대한 용기에 얽힌 기억이 밀라에게 절망을 이겨낼 마음의 힘을 전하고, 그녀는 구름 너머의 하늘빛을 바라보게 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 내면의 한구석은 어쩌면 그림 속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내면에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제라르 뒤부아가 그려낸 세계는 어쩌면 마음이 기꺼이 헤맬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줄지도.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걷다 보면 의외의 것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몰랐던 풍경과 기분을 발견하게 되는 낯선 산책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