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만 달러(약 12억원) 미만의 작은 제작비로 로튼토마토 90% 이상의 호평을 받은 호러 영화들이 있다. 이들의 특징은 기존의 슬래셔나 초현실 장르에서 벗어나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또한 인터넷, 모바일, SNS 등 변화된 기술 환경을 반영하여 실생활에서 마주할 지도 모르는 현실적 공포를 세밀하게 묘사하였으며, 무차별적인 살육보다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세편 모두 공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Blumhouse) 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하였고, 초연한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편입되었다.

 

마주치기 싫은 사이코 인간형, <Creep>

미국에서는 비정상적이고 소름끼치게 싫은 사람을 ‘크립’(Creep)이라 부르는데, 이런 유형의 인간을 캐릭터 ‘조셉’로 창조하였다. 이 영화는 피해자 ‘아론’과 가해자 ‘조셉’ 단 두 사람만 등장하는 2인극이며, 피해자가 생전에 촬영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조셉’은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라 불리는 개인 광고를 통해 비디오 기사로 일하는 ‘아론’에 접근하고 그를 스토킹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단 두 사람의 배우 패트릭 브라이스(Patrick Brice)와 마크 듀플라스(Mark Duplass)가 바로 영화를 집필하고 감독한 제작자다. 첫 영화가 2014년 로튼토마토 90%의 높은 평가를 받아 소니 영화사와 넷플릭스에 판매되었고, 피해자를 바꾼 두번째 영화 <Creep 2>(2016) 역시 로튼토마토 100%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살인자와 시청각장애 작가의 대결, <Hush>

넷플릭스의 호러 팬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힐 하우스의 유령>의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과 그의 아내인 배우 케이트 시겔(Kate Siegel)의 작품이며, 그들이 결혼하던 해인 2016년에 함께 만든 영화다. 두 사람은 그들의 자택을 배경으로 함께 의논하면서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는데, 앨라배마 촬영지에서 그들의 자택과 비슷한 장소를 찾지 못해 다시 시나리오를 수정하여야 했다. 처음에는 시청각 장애인인 주인공 ‘매디’의 관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리가 전혀 없는 무성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가, 생각을 바꾸어 잔잔한 주변 소음이나 자신의 숨소리 등 시청각 장애인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소리 환경을 구성하는데 정성을 들였다. 로튼토마토 93%의 호평을 받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로 편입되었고, 미스터리 작가 스티븐 킹 역시 높은 평가를 내렸던 작품이다.

 

성인방송 BJ의 별풍선 올리기, <Cam>

실제로 성인방송 BJ 경험이 있는 각본가 이사 마제이(Isa Mazzei)와 성인 영화를 만든 적 있는 오랜 친구 다니엘 골든하버(Daniel Goldenhaber)가 함께 제작했다. 영화에서 자신의 창작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도둑맞거나 이를 신고했을 때 경찰들이 보여준 반응 등 모두 작가의 체험에 근거하여 성인 BJ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약 100만 달러(12억원)의 저예산으로 20일 만에 촬영을 마쳤고,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2관왕, 브루클린 공포영화제 3관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로튼토마토 93%의 호평을 받으면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편입되었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에서 단역을 맡았던 주연 배우 매들린 브루어(Madeline Brewer)는 이 영화에 출연한 이후 훌루 드라마 <핸드메이드 테일>의 주요 배역을 따냈다. 촘촘하게 잘 짜인 전반부와는 달리, 이를 해결하는 후반부는 엉성하고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