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tory starts a little unorthodox.”
이 이야기는 조금 비정통적인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손거울을 만지작거리는 아프리카계 남성, 어린 왕자의 머리 위에 짊어진 무거운 왕관 그리고 그런 그가 꽃을 들고 자전거를 탄 채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정. 단편 <FLOWERS>는 우리가 어릴 적 들었던 익숙한 동화의 한 장면 같지만, 이를 비튼 조금씩 낯선 소재와 이미지들이 화면과 이야기를 지배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나 질문 역시 단순히 “과연 주인공이 자신의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로 귀결되지 않는다. 화면 곳곳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이미지 조각들에 시선을 뺏기며 전통과 다른 이면의 세계 그 자체를 받아들이게 된다.

단번에 짐작할 수 있듯 <FLOWERS>는 1930~50년대 디즈니 고전의 플롯을 바탕으로 인종과 성별을 뒤바꾸고, 어머니가 아들을 독립하게 하는 아프리카의 특정 관습을 차용했다. PC(political correctness)에 입각해 원작의 인종과 성을 뒤트는 시도가 최근 자주 이뤄지고 있으나 그만의 미학이나 독창성을 찾아보기 힘든 채 원작만 망친다는 비판이 종종 뒤따르기도 하는 게 사실. 반면에 <FLOWERS>는 구체적 이야기나 원본 대신에 추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차용하고, 현대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활용해 새로운 상상과 익숙한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붙잡는다.

“My intent was for the work to elicit powerful uses of analogies and reframe the magic of a fairytale for a diaspora”
작품의 의도는 (보는 이들의) 강력한 유추 활용을 이끌어내고, 디아스포라에 대한 동화의 마법을 재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작품을 연출한 Dumas Haddad는 런던에서 자란 예술가로 영상, 패션, 음악을 아울러 작업을 펼쳐 왔다. 콘셉트와 이야기 너머 힘을 발휘하는 환상적인 영상미는 촬영 감독 Olan Collardy의 손을 거쳤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주인공의 미래 지향적인 의상은 맞춤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감독 Dumas Haddad는 <FLOWERS>에 이어 ‘SF’, ‘아프리카계 초현실주의’, ‘성년기 이야기’ 등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장편 데뷔작 <Fishbait>를 준비 중이며, 동시에 장편 다큐멘터리 <No Place Like Home>의 사전 제작 작업을 진행 중이다.

 

Dumas Haddad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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