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씨네필들이라면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예술영화관인 ‘필름하우스 SPOT’이다. 1926년에 지어진 운치 있는 건물, 세계적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 특별한 공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KEYWORD #1. SPOT

타이베이 중산역 카페거리 초입에 자리한 필름하우스 SPOT(광점 타이베이 전영원)은 대만 독립영화를 비롯한 해외 예술영화를 두루 상영하고 있는 대만의 시네마테크다. 대만과 미국의 수교 단절 후 방치되어 있던 옛 미국 대사관저를 개조하여 예술영화관으로 만든 이곳은 지어진 지 90년 된 고풍스러운 건물과 남국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야자수 나무가 어우러져 특별한 풍경을 이룬다. 1층에는 88석의 단관 상영관과 영화 DVD, 각종 팬시 상품들을 파는 기념품숍, 카페 뤼미에르(가배시광)가 자리하고 있다. 2층에는 소규모 홀과 전시관이 있고 ‘홍기구(le ballon rouge, 빨간 풍선)’라는 이름의 와인바가 운영되고 있는데 빈티지한 테이블과 소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대만의 옛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안성맞춤. 여유가 있다면 하루 6번 정도 상영하는 극장에서 대만 씨네필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KEYWORD #2. 허우 샤오시엔

영화팬들이라면 1층의 ‘카페 뤼미에르’와 2층의 와인바 ‘홍기구’의 이름에서 이미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다. 짐작대로 이 영화관의 대표는 바로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감독 허우 샤오시엔이다. 허우 샤오시엔은 <비정성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그의 이름과 대만 영화를 세계에 알린 바 있다. 양조위의 앳된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1989년 작 <비정성시>는 한 가족이 몰락하는 과정을 통해 대만과 중국의 복잡한 현대사를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 아사노 다다노부 주연의 <카페 뤼미에르>와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빨간 풍선>은 그가 각각 일본과 프랑스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의 제목이다. 그의 수많은 명작 중 무엇을 먼저 볼지 고민된다면, 2016년 초 국내에서도 개봉한 그의 최신작 <자객 섭은낭>을 먼저 감상해보자.

<자객 섭은낭> 예고편

 

KEYWORD #3. 카페 뤼미에르

처음 대만의 풍경을 접한 이들이라면, 한편으론 중국 같고 한편으론 일본 같은 독특한 분위기에 매료될 것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의 식민 지배를 모두 겪은 대만의 근현대사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대만 문화는 두 나라의 문화에 친밀감과 거리감을 동시에 띠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카페 뤼미에르>는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만든 헌정 영화다. 제목은 영화의 발명가인 뤼미에르 형제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이는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경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친숙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시선으로 일본의 현재를 바라보는 대만 감독의 카메라를 따라가 보자.

<카페 뤼미에르>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