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에서는 공연 실황이 중요하다는 장르 특성이 있다. 뮤지션들의 즉흥 연주나 무대 제스처를 볼 수 있고, 열광적인 관중의 환호성이나 떼창, 그리고 무대효과 같은 음악 외적인 요소들도 중요한 요소다.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60여년이 지난 록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와 대표성을 지닌 전설적인 록 콘서트들이 있다. 이들은 그 동안 VHS와 DVD로 발매되어 인기를 누렸고, 이제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록의 역사를 대표하는 실황 몇 장면을 소개한다. 1991년의 우드스톡(Woodstock)이나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S) 등 리스트에서 제외한 잘 알려진 무대들은 별도로 찾아보자.

 

‘Cream’ Farewell Concert(1968)

크림은 1966년 런던에서 결성된 하드록 3인조 슈퍼 밴드였다. 이들은 3년도 안 되는 활동 기간에 네 장의 음반을 발표해, 사상 첫 플래티넘 레코드의 주인공이 되었고 1,5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불화로 1968년 11월 해체하기로 발표하고, 미국과 영국을 순회하며 고별 공연투어를 벌였다. 그 중 런던의 명소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린 두번의 공연을 BBC가 영상으로 담아 발매했다. 그 당시 원본의 화질이나 음질에 대한 기술적 문제가 많이 지적되었으나, 공연의 역사적 가치가 높아 근래에 이를 개선한 버전들이 연이어 출시되었다. 30분경 ‘Toad’의 진저 베이커 드럼 솔로와 57분경 ‘Sunshine of Your Love’가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Beatles’ Apple Rooftop Concert(1969)

1969년 1월 30일 비틀스 멤버 4명이 런던의 애플 건물 옥상에 모여 예고되지 않은 공연을 벌였다. 점심 시간이라 삼삼오오 모여든 소수의 청중 앞에서 그들은 42분 동안 공연을 벌였고, 부근을 지나던 경찰들이 올라와 음량을 줄이라는 권고를 하자 상황을 종료했다. 이 날의 공연 이후 비틀스는 앨범 <Let It Be>(1970) 작업에 착수했고 그 해 9월에 존 레논이 밴드를 떠나게 되어, 비틀스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를 더 했다. 이 날의 영상은 비틀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Let It Be>(1970), <The Beatles: Get Back>(2021)에 사용되었고, 미국에서는 올해 2월 아이맥스 버전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Led Zeppelin’ Madison Square Garden(1973)

다섯 번째 앨범 <Houses of the Holy> 역시 차트 톱에 올린 영국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은 1973년 5월부터 연일 매진을 기록한 미국 투어를 시작하였다. 투어의 마지막 날인 7월 29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의 3일째 마지막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 기록 영화 <The Song Remains the Same>(1976)를 발매하였다. 이를 위해 네 명의 멤버는 특별히 만든 의상을 입고 영상 제작에 8만 5,000달러를 들였지만, 영상 품질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게다가 그들이 투숙하였던 드레이크 호텔에 도둑이 들어 안전금고에 들어있던 밴드의 현금 약 20만 달러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 제플린의 전성기의 ‘브리티시 인베이전’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영상으로 남았다.

 

Freddie Mercury Tribute Concert(1992)

1991년 11월 24일 퀸(Queen)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하자, 이듬해 4월 20일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추모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7만 2,000여 명의 대규모 관객 앞에서 퀸의 남은 세 명의 멤버와 함께, U2, 메탈리카, 익스트림, 건스 앤 로지스, 데프 레퍼드 같은 록 밴드만이 아니라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조지 마이클, 폴 영, 실(Seal) 등 대중적인 가수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퀸의 주옥 같은 히트곡을 열창했다. 이날 공연은 세계 76개국에 생중계되었으며 비디오 테이프로 발매되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자선 모금을 위해 유튜브에서 48시간동안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U2’ Slane Castle(2001)

아일랜드의 슬레인 캐슬(Slane Castle)은 18세기 후반에 지어진 역사적 건축물로, 부근에 있는 경사진 잔디밭은 자연적으로 조성된 원형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1981년부터 록 콘서트가 열리기 시작하여 퀸, 브루스 스프링스틴, 마돈나 등 미국과 영국의 톱 스타들이 여기서 공연을 가졌다. 아일랜드 출신의 톱 밴드 U2 역시 이곳을 빌려 네번째 앨범 <Unforgettable Fire>(1984) 작업을 진행한 바 있고, 2001년에는 두 번이나 이곳에서 공연하여 이 중 두번째 공연을 영상으로 담았다. DVD로 발매된 <U2 Go Home: Live from Slane Castle>(2003)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콘서트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Metallica’ Antarctica(2013)

흔히 ‘5대양 7대륙’이라 할 때, 여기에는 남극이 포함된다. 그래미 8회 수상의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는 그 해 모든 일곱 대륙에서 공연을 가진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 위해 마지막 남은 남극 대륙에서의 공연을 기획하였다. 코카콜라의 지원을 받아 스태프와 열혈 팬들과 함께 일주일이 걸린 항해 끝에 남극대륙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과학기지 앞의 공터에 돔형의 무대를 세우고, 2013년 12월 8일 남극 대륙 최초로 120여 명의 관중 앞에서 1시간 40여 분 동안 앰프 없이 헤드폰을 사용하여 록 공연을 진행하였다. 이 날의 역사적인 공연에는 <Freeze ‘Em All>(모두 얼려라!)이라는 제목으로 비디오와 음반으로 발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