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런던의 ‘빅 벤’, 파리의 ‘에펠탑’ 같은 랜드마크뿐 아니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이나 덴마크 ‘디자인 투어’와 같이 더 작은 도시, 더 먼 지역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다. 현지에서 이색 메뉴와 나라별 고유의 향기를 통해 그만의 문화를 더욱 진하게 느꼈던 사람들은 당시의 감각을 그리워하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무산되었던 사람들은 이제 다시 열릴 하늘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억 속 그리운 유럽의 맛이든, 새로 경험하는 유럽의 향이든, 곧 찾아올 그날을 위해 복습과 예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해본다.

 

 

햇빛을 머금은 이탈리안 레시피, 알리멘따리 꼰떼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 부암동에 자리한 알리멘따리 꼰떼(Alimentari Conte)는 이탈리아 식료품점이다. 서너 사람이 서면 꽉 찰 듯한 가게는 온갖 먹거리가 빼곡한 보물창고 같다. 토스카나 시에나 10년 거주 경력의 사장님이 엄선한 이탈리안 현지 식료품과 그가 직접 만든 각종 절임류와 소스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데체코 같은 국민 브랜드부터 멩가졸리의 갈아먹는 발사믹 식초 시리즈까지 집에서 파스타를 처음 만드는 사람도, 새로운 시도를 위해 신기한 향신료를 찾는 사람도 모두 즐겁게 구경할 수 있을 구성이다. 요즘 이국적인 그로서리 마켓이 뜬다는 동네마다 들어서고 있지만, 현지에 새로 나온 음료 시리즈나 디자인이 예쁜 커트러리를 모아 놓은 편집샵과 이곳은 뭔가 다르다. 오리지널 레시피와 수제가 풍기는 전문성이 깃들어 있다고 할까?

이미지 출처 © 알리멘따리 꼰떼 인스타그램

어느 주말 오후에 방문한 가게에는 진한 토마토 소스 향기가 가득 차 입맛을 자극했고, 많은 종류의 제품들은 함께 놓인 화분, 액자와 어울려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카운터 뒤 부엌에 계신 사장님의 그레이 헤어 카리스마와 친절한 설명에 하나하나 집중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탈리안 식료품들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몇 걸음 거리, 자매가 운영하는 뜨라또리아 꼰떼를 방문해서 이탈리안 가정식을 맛보는 것이다. ‘당신과 함께’라는 뜻의 앞선 두 ‘Conte’(꼰떼)를 잇는 세 번째 가게, 보테가 꼰떼에서는 이탈리안 와인, 패브릭, 리빙 아이템까지 다루는 영역을 확장한다. 햇빛 좋은 날, 여유로운 부암동에서 이탈리아 정취를 진하게 느껴보는 건 어떨까?

알리멘따리 꼰떼 인스타그램

 

알리멘따리 꼰떼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의문로 133
전화번호 02-395-6466
영업시간 10:30~19:30 매주 월, 화요일 휴무

 

 

서울의 중심에서 덴마크를 외치다, 에디션 덴마크 쇼룸

이미지 출처 © 에디션 덴마크 인스타그램

서촌을 걷다 보면 하얀 내부에 미니멀한 에디션 덴마크(Edition Denmark) 쇼룸이 눈에 들어온다. ‘덴마크의 여유를 당신의 식탁에’ (Danish Lifestyle on Your Table)라는 슬로건으로 왕실 차 브랜드 A.C. 퍼치스 티핸들과 깐깐한 지속가능성 인증 비콥(B-corp)을 획득한 커피 콜렉티브를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섬세한 블렌딩과 다채로운 티 캔이 절제된 무드의 쇼룸에서 시선을 사로잡고, 에디션 덴마크에서 만든 굿즈 가방과 티 팟, 머그잔이 단정하게 전시되어 있다. 머나먼 타국에서 마시는 여유 한 잔이 궁금하다면 작지만 알찬 쇼룸을 방문해보길.

이미지 출처 © 에디션 덴마크 홈페이지

에디션 덴마크는 덴마크인과 한국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함께 설립한 브랜드로 단순함, 최상의 품질, 지속가능성의 가치 담은 제품들을 소개한다고 한다. 작은 가게 내부에는 티와 커피의 향이 은은하게 흐르고 몇 자리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티타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차 있다. 온라인 샵에서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스카게락의 가구와 소품들, 대니시비키퍼스라는 브랜드의 스페셜티 꿀도 함께 판매 중인데 직접 현지 브랜드를 방문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선택한 에디션 쇼룸의 진심이 느껴진다.

에디션 덴마크 인스타그램

에디션 덴마크 홈페이지

 

에디션 덴마크 쇼룸

주소 서울 종로구 지하문로9길 24 1층
전화번호 0507-1304-6764
영업시간 매일 9:30~18:00 (17:30 라스터오더)

 

 

독일식 크박치즈를 아시나요? 립하버 서울

이미지 출처 © 립하버 서울 홈페이지

립하버 서울(Liebhaber Seoul)에는 한국말 서툰 독일인 사장님이 만드는 독일식 치즈 ‘크박’(Quark)이 주메뉴다. 크박 치즈를 곁들이는 브런치와 그 치즈로 만든 다양한 맛의 치즈케이크를 판매한다. 여느 핫한 카페처럼 유행하는 가구는 없지만, 경의선 숲길 뒷길에 독일 국기가 레시피의 전통성을 보증하듯 항상 휘날린다. “생각보다 안 달다.”라는 말이 한국인들의 흔한 음식 칭찬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담백한 치즈를 살짝 얹은 호밀빵은 달지 않아 중독성이 있다. 치즈 종류는 약간 단맛이 첨가된 과일 맛과 허브가 주가 되는 짭짤한 종류로 나뉜다. 치즈케이크 역시 밀도가 높지 않고 약간 포슬포슬한 느낌으로 술술 들어가서 질리지 않는다. 취향에 맞게 골라 먹고 나면 다음엔 어떤 맛을 먹어볼지 벌써 고민이 된다.

이미지 출처 © 립하버 서울 인스타그램

빠르게 변하는 주변 상권에도 한 자리에서 독일의 속도로 치즈를 빚어온 존재감이 대단하다. 그 외에 파운드 케이크인 구겔호프도 각각 조각과 홀 케이크로 판매하고 있고 겨울이면 슈톨렌도 주문받으니 크리스마스 날이 다가오길 기다리며 한 조각씩 베어먹는 경험도 즐거울 것 같다. 비교적 한적한 뒤 골목에서 발견하는 뜻밖에 독일 본고장의 문화 체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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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하버 서울 홈페이지

 

립하버 서울

주소 서울 마포구 백범로 24길 11-4 1층
전화번호 010-4455-9937

 

머나먼 땅까지 열 몇 시간의 비행을 떠나는 것은 시간과 돈, 둘 다 필요한 여정이다. 분명 이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당장은 유럽의 향과 맛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서울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정취를 통해 낯선 하루를 보낸다면 평소와 다른 기분을 즐길 수도,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찾을 수도, 또는 행복함이 배가 되는 즐거움을 느끼지도 모르니까!

 

 

Writer

넓고 깊게 이야기를 담고 싶은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