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 킹>(2017),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2016), <순정>(2015), <신촌좀비만화>(2014)

박정민은 단편영화 <세상의 끝>(2007)을 시작으로 이후 <파수꾼>(2011), <동주>(2015) 같은 저예산 영화와 여러 단편영화, <댄싱퀸>(2012), <더 킹>(2016) 같은 상업영화를 아우르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드라마 <사춘기 메들리>(2013), <너희들은 포위됐다>(2014), <안투라지>(2016)로 점차 비중을 늘려갔으며, 틈틈이 <키라사기 미키짱>(2011~2013), <G코드의 탈출>(2014), <로미오와 줄리엣>(2016) 같은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작품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열연한 덕분에 그를 알아보는 관객도 조금씩 늘어났다.

일례로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는 극 중 ‘성보라’(류혜영)의 옛 남자친구 역으로 등장해 5분 남짓 얼굴을 비쳤음에도 얄미운 캐릭터를 능글맞게 소화해 얼굴을 알렸을 정도. 데뷔 10년 차, 그는 이제 충무로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배우가 됐다. <더 킹>(2017)의 한재림 감독은 "뭐라도 같이 하고 싶은 친구"라고 칭찬했고, 동료 배우 변요한은 "질투 날 정도로 연기 잘하는 친구"라고 소개했으며,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2016)으로 호흡을 맞춘 문근영은 "박정민 연기에 매일 자극된다.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천천히 고도를 높여가는 배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라는 칭호가 틀린 말이 아니게 됐다. 자, 지금부터 몇 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올해 개봉한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와 더불어 그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들을 몇 편 골랐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

The Artist: Reborn│2016│감독 김경원│출연 류현경, 박정민, 문종원, 이순재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연속 매진을 거듭한 화제작. 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티스트로 재탄생한 ‘지젤’(류현경)과 또 다른 아티스트 ‘재범’(박정민)의 놀라운 비밀을 다룬다. 박정민은 탁월한 안목을 가진 갤러리 대표 재범 역으로 분했다. 무명 화가 지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인생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중대한 역할이다. 2015년 4월, 박정민은 영화 <동주> 촬영을 끝내고 3일 만에 이 영화 촬영에 돌입해야 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쁜 일정이었지만 “성공을 위해 무엇을 버려야 하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시기에 주인공의 신념 어린 태도가 인상 깊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국민배우 이순재 역시 "시나리오에서 품격이 느껴졌다"며 흔쾌히 출연한 영화이기도 하다. 진짜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지젤과, 지젤을 통해 성공하고 싶은 재범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올해 3월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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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2015│감독 이준익│출연 강하늘, 박정민

일제강점기에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그의 고종사촌이자 생과 죽음을 함께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송몽규’(박정민)의 생애를 다룬 흑백영화. 중요한 장면마다 흘러나오던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와 더불어, 몸을 사리지 않은 두 배우의 연기가 더없이 빛나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영화가 아니었으면 배우 박정민을 다시 못 볼 뻔했다. <동주>의 시나리오를 받기 전 그는 도피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했을 만큼 슬럼프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댄싱퀸>(2012), <전설의 주먹>(2013)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황정민이 이준익 감독에게 그를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작품에 매료된 박정민은 촬영 직전 홀로 윤동주와 송몽규의 묘지에 찾아가 고사를 지냈을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다. 생전 처음 써보는 북간도 사투리는 만담 프로그램 <연변소품>을 반복 시청하면서 익혔고,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을 앞두고는 이틀 전부터 밥과 물을 전혀 먹지 않으면서 기력이 쇠해진 몽규에 감정이입 했다. 영화가 언론에 처음 공개되던 날, 박정민은 차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동주>로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제52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신인연기상(수상소감 [바로가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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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Tinker Ticker│2013│감독 박정훈│출연 변요한, 박정민

박정민과 변요한, 독립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두 배우가 제대로 만났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제작한 독립영화 <들개>는 취미로 사제 폭탄을 생산하던 20대 취업 준비생 '정구’(변요한)가 폭탄을 터트려 줄 집행자 '효민’(박정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 기성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분노를 억누르고 살아가는 정구와 언제든지 폭탄을 터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효민의 이야기는 이 시대 청춘들의 분노와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며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서 박정민은 이전에 본 적 없던, 한 마리 들개처럼 예측 불허하고 광기 넘치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그가 "<파수꾼>이 고향이라면 <들개>는 서울에 올라와서 얻은 첫 집" 같았다며 애정을 표한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파수꾼>

Bleak Night│2010│감독 윤성현│출연 박정민, 이제훈, 서준영, 조성하

박정민의 장편 데뷔작. <파수꾼>은 세 고등학생 ‘기태’(이제훈),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의 독단적 우정과 미성숙한 소통의 오해가 불러온 비극을 섬세하게 그린 영화다. 박정민 특유의 무심한 말투와 눈빛, 낮은 목소리가 깊이 각인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윤성현 감독은 단편영화 <세상의 끝>(2007)에서 대사가 일절 없는 그의 연기를 좋게 보고 직접 오디션 제의를 했다고 한다. 박정민은 훗날 오디션에서 '발연기'를 펼쳤다고 했을 만큼 아쉬운 연기를 선보였지만, 감독은 그의 가능성을 믿고 연기를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으로 캐스팅했다고. 영화에서 유독 그가 맞는 장면이 많은데, 실제로 구타 장면을 촬영할 때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대역은 물론 자세한 설명 없이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복도에서 맞는 장면을 찍은 후에는 너무 서러워서 눈물을 흘렸고, 때리는 이제훈도 미안해서 함께 울었다고 한다. 무거운 분위기와는 반대로,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 블로그에 '귀여운 베키의 일기'라는 이름으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아래는 박정민과 이제훈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금방이라도 치고 받을 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펼쳐낸 두 사람의 연기를 감상해보자. 

│ 영화보기 │ 옥수수N스토어유튜브 | 

 

Tip. 박정민이 출연한 단편영화 무료보기


<붉은손>(2011) [바로가기]

<연애담>(2008> [바로가기]

<세상의 끝>(2007) [바로가기]

 

Tip. 박정민의 차기작은?


스크린에서 만나볼 그의 차기작은 최성현 감독의 <그것만이 내 세상>(2018년 1월 예정)이다. 작품은 한물간 복싱선수인 형(이병헌)과 지체장애가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동생(박정민)의 기구한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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