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신제품 비스타(Vista)를 배포했을 때 전 세계 9,000여 만 PC에 테스트용으로 다운로드 된 음악 파일이 몇 곡 있다. 그 중에 실험성이 가득하고 빠른 속도로 연주된 재즈 피아노 트리오 음악도 있었는데,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아론 골드버그(Aaron Goldberg)의 세번째 앨범 <Worlds>(2006)에 수록한 ‘OAM’s Blues’다. 이렇게 낯설고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곡이 어떻게 범용 소프트웨어의 음악용 테스트 파일로 선정되었는지 모르지만, 아티스트의 프로파일을 살펴보면 음악과 관련 없는 그의 학력에 놀라게 된다. 그와 오랫동안 함께 협연을 하던 재즈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처럼 미국 사학의 명문 하버드대의 우등생 출신이기 때문이다.

앨범 <Worlds>에 수록한 ‘OAM’s Blues’

그는 미국 보스턴의 학구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하버드 대학교의 저명한 생화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하버드 의대의 혈액학 권위자였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운 그는 부모의 염원과는 달리 뉴욕의 재즈 학교에 진학했으나, 1년 만에 부모의 권유를 받아들여 하버드 대학교로 옮겨 음악과는 관계없는 인문학을 전공하였다. 하지만 대학 생활 중에도 보스턴의 음악 명문 버클리(Berklee)의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재즈 클럽 왈리스 카페(Wally’s Café)에서 연주 생활을 계속했다. 그는 학생과 뮤지션이라는 이중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부모처럼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생(magna cum laude)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피아노 트리오를 구성하여 두 장의 앨범을 냈고, 이즈음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을 만나면서 그의 쿼텟에서 활동하였다. 그 역시 하버드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재즈 뮤지션이었다.

Joshua Redman Quartet 시절의 아론 골드버그 ‘Leap of Faith’(2000)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음악의 저변을 넓혔다. 세번째 앨범에 수록되어 윈도우 비스타(Window Vista)에 포함된 ‘OAM’s Blues’의 OAM은 지금도 간혹 함께 활동하며 음반을 내는 음악그룹 OAM Trio를 이른다. OAM은 스페인 드러머 마크 미랄타(Marc Miralta), 이스라엘 출신의 베이시스트 오메르 아비탈(Omer Avital)과 그의 이름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밴드 이름이다.

그는 음악에 전념하느라 중도에 그만 둔 학업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여 명문 터프츠(Tufts)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뉴욕에서의 뮤지션 생활을 병행하였고, 마침내 2010년 분석철학(Analytical Philosophy) 분야의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이 분야의 첫 졸업생이었지만, 공부를 계속하거나 관련 직장에 다니지 않고 다시 직업적인 뮤지션으로 돌아왔다.

아론 골드버그 트리오 ‘Unstablemates’(파리 실황)

그가 약 7년 만에 낸 다섯 번째 앨범 <The Now>(2014)에 대해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고, 이어서 여섯 번째 앨범 <At the Edge of the World>(2018)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뉴욕 타임즈는 “대단히 훌륭한 취향을 가진 포스트밥(Post-Bop) 피아니스트”라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린 바 있다. 2010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이티(Haiti)를 돕는 자선 활동에도 적극적인 그는, 다시 학문의 세계로 돌아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음악과 학업 양쪽에서 이상적인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아론 골드버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