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in my bag?

이미지 출처 © Amoeba Music

‘What’s in my bag?’은 2008년부터 유튜브 Amoeba 채널에 업로드 되고 있는 시리즈로 뮤지션들이 어떠한 음반을 구매하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다. 음악 관련 콘텐츠는 넘치지만 음반에 관한 콘텐츠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최근, 몇 안 남은 음반 전문 소개 콘텐츠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초청되었는데 주로 뮤지션들이 자신이 영향을 받은 음반들을 소개하였고 영화배우, 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매 시즌 깜짝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리즈는 변화해 왔는데 초창기 에피소드들은 CD 위주로 DVD 등의 다양한 물품들을 소개하였지만 지금은 바이닐 음반을 소개하는 것으로 반 고정되었다. 어떻게 음반 사업의 트렌트가 변화 해왔는지를 시리즈를 보며 가늠할 수 있다.

 

Amoeba Music

이미지 출처 © Amoeba Music

이 시리즈를 제작하는 Amoeba Music은 현재 버클리,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세 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비교적 최근인 2021년에 LA 매장을 Sunset Boulevard에서 Hollywood Boulevard으로 이전했는데 이전 전 매장은 기네스에 가장 큰 독립 음반점으로 기재되기도 하였다. 매장 내에 소규모 공연 공간이 있어 자체적인 라이브 콘텐츠를 만들어 비정기적으로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Amoeba Music에서 공연을 했는데, 가끔 폴 매카트니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유명 뮤지션들이 깜짝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거대한 음반점들은 서부 캘리포니아 문화의 상징으로 1990년 설립 이후 줄곧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콘텐츠인 만큼 에피소드의 수도 상당하다. 700편이 넘는 에피소드들이 채널에 올라와 있고 한편 당 10분 내외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음반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날 잡고 에피소드 모두를 정주행해도 재밌지만 그중 추려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를 몇 개 뽑아 본다.

 

Anthony Fantano

인디신 너드들의 아이돌 판타노의 에피소드다. 판타노가 소개하는 음반은 대충 들을 수가 없다. 그저 판타노가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받고 그가 매기는 평점은 피치포크 같은 유명 미디어의 점수보다 더 공신력을 발휘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명성대로 판타노는 자신이 가진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통해 다양한 앨범을 에피소드에서 소개하는데 니나 시몬, 스완스, 아이스 큐브 등 하나의 장르 혹은 시대에 묶이지 않는 명반들을 언급한다. 시간이 좀 들더라도 소개한 음반들을 모두 살펴보기를 권한다.

 

Weird Al Yankovic

What’s in my bag 초기 시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5분이 안되는 영상에 화질은 붕 떠 있고 소리는 깨져 있다. 에피소드에서 Weird Al Yankovic은 음반만이 아닌 티셔츠, DVD 등 구매한 다양한 물품들을 특유의 정신없는 말투로 소개한다. 픽사의 영화 Car의 블루레이를 샀지만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야말로 이 뮤지션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유튜브 초창기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에피소드.

 

Japanese Breakfast

What’s in my bag 전체 시리즈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 대한 언급이 있는 에피소드. 소개하는 음반들에서 아티스트가 한국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동아시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느껴진다. 자신의 한국 공연에 대한 언급과 함께 신중현을 소개하는데 영상에서도 언급하지만 신중현의 음반이 캘리포니아 인디 음반점에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역시 괜히 세계 최대 규모의 음반점이 아닌 듯하다. 음반만이 아니라 박찬욱 감독의 복수 트릴로지(<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 <아가씨>)를 동영상 후반에 짤막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GWAR

괴상한 밴드가 나와서 시끄러운 음악들을 소개한다. 이제는 메탈신의 대세가 되어 버린 GWAR의 에피소드. 소개하는 음반들과 영화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B급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B급 중에서는 A급인, 굳이 찾아서 소비하고 싶지는 않지만 의외로 취향에 맞을 수도 있는, 그런 것들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절대 지루하지 않을 에피소드이다.

 

Ben Stiller

외전 느낌이라고 할까? 이 에피소드는 코미디 연기로 유명한 배우 벤 스틸러가 자신이 어릴 적에 좋아했던 영화들을 소개하는 에피소드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들이라며 진지하게 자신이 고른 영화들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코미디 전문 배우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상당히 연식이 있는 영화들을 소개했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영화들은 YouTube Movies에서 찾아볼 수 있다.

 

Writer

낯선 음악들과 한정판 굿즈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글 쓰는 것도 정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