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의 단편영화 부문에서 수상한 <The Long Goodbye>(2020)는 어딘가 모르게 독특한 설정을 내세웠다. 12분 길이의 이 영화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사회를 배경으로, 세 가지 장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아시아계 이민 가정의 화목한 일상을 보여준다. 남자들은 아이들과 포크 댄스를 연습하고 여자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다음 장면에서는 거리의 극단주의자들이 시위를 하다가 그들의 집으로 쳐들어와 가족들을 끌어내고 이들을 처형한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경찰들은 여기에 관여하지 않고 외면한다. 마지막에는 살아남은 주인공이 눈물을 흘리며 독백으로 이민 가정에 대한 차별 정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다. “애국심이나 혈통에 관한 질문을 그만 두라”면서 자신은 어디서 어떻게 영국인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외친다.

2022년 오스카 단편 부문에서 수상한 <The Long Goodbye>

시나리오를 쓰고 주인공을 연기한 리즈 아메드(Riz Ahmed)는 영국의 인기 배우 겸 래퍼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부모로부터 영국에서 태어났다. Riz MC라는 무대명으로 래퍼와 DJ로 먼저 인기를 얻었고, 연기에도 나서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나이트 크롤러>(2014)로 떠서 HBO 미니시리즈 <The Night Of>(2017)로 에미상을 받았다. 영화 감독으로도 나서 단편영화 <Daytimer>(2014)로 내쉬빌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오스카 편집상과 음향상을 받은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Sound of Metal>(2019)의 주연인 드러머 루벤 스톤을 연기하여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아마존 오리지널 영화 <Sound of Metal> 예고편

그는 정치적 메시지를 활발하게 내면서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나 인종 차별에 맞서는 활동적인 연예인이다. 시리아나 방글라데시의 난민에 대한 지원 활동에도 열심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Long Goodbye>(2020)을 내면서 그는 아네일 카리아(Aneil Karia) 감독과 함께 이 앨범을 모티브로 동명의 단편영화를 제작하였다. 영화에서 가족을 잃은 그가 울부짖는 독백은, 앨범 <The Long Goodbye>에 수록된 곡 ‘Where You From’의 가사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단편이 올해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그의 정치적 메시지는 전 세계로 널리 퍼졌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은 단순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길다는 것이 위정자를 향한 그의 항의성 외침이다.

앨범 <The Long Goodbye>의 ‘Where You From’

 

리즈 아메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