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완성은 음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공간을 닮은 음악이 나올 때,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며 커피 한 잔 혹은 위스키 한 잔이 더 풍성한 맛을 자아내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엄선된 음악을 선곡해 공간의 중심을 잡는 서울의 멋진 카페와 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연희동, 역촌동, 수유동에 있는 공간 음악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장소들이다.

 

 

연희동 모두의 작업실, 프로토콜 로스터스

프로토콜 로스터스(protokoll roasters)는 누군가의 작업실 같다. 바리스타의 작업장이자 각자의 할 일을 들고온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에 몰두하는 그날 하루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건축가 알바 알토의 작업실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를 구상했다고 한다. 어둡고 짙은 모노톤과 우드의 조화에 아르떼미데 톨로메오와 티지오로 장식했다. 건축학과 제도실을 연상시키는 지류함과 제도 책상의 직선 미학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보자. 어느 자리를 선택하더라도 집중이 잘 될 것만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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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의 작업실인 오픈 바와 유리창을 통해 훤히 보이는 로스터리 룸 앞에는 커다란 나무 장식장으로 감싸진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다. 스피커에선 몰입을 돕는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웅장하고, 장엄한 뉴에이지를 선곡해 낮은 조도 아래 나만의 독립 공간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수십 명이 집중하고 있는 프로토콜 로스터스에서는 어떤 몰입의 에너지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려진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와 필터 커피 모두 맛이 훌륭하니 커피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도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09 2층
영업시간 매일 10:30-22:00

프로토콜 로스터스 인스타그램

 

 

이제 수유동에 가야 할 이유, 티틸

티틸의 디자인은 프로토콜 로스터스를 연상시킨다. 프로토콜 로스터스와 서촌의 궤도를 디자인한 공간지훈에서 티틸의 디자인 작업을 맡았기 때문이다. 프로토콜 로스터스가 흑조의 어두움과 매혹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이라면, 티틸은 맑고 깨끗한 백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오래된 건물의 계단을 한 층 올라가면, 눈이 부시게 환한 햇살이 메탈로 둘러싸인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의 예고편과 같은 이곳을 지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와 메탈, 그리고 밝은 우드톤의 조화가 돋보이는 쉐어 테이블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갑기보다는 청명하고 깨끗한 느낌이다. 긴 벽면 전체에 뚫린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유리 테이블에 반사되며 마음마저 밝혀준다. 프로토콜 로스터스와 같은 스피커이지만, 티틸에선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로 알앤비, 팝 베이스의 음악이다. 밝게 반짝이는 이 공간에 베이스가 위아래로 울리며 공간의 무게를 잡아준다. 때로는 선곡에 모험심을 발휘해, 막스 리히터의 사계가 흘러나와도 훌륭할 것 같다. 귀에도 빛이 쏟아지는 경험이 가능해질 테니까.

주소 서울 강북구 노해로42, 2층
영업시간 매일 12:00-21:00

티틸 인스타그램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드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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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싶은 스테이를 큐레이팅하는 스테이폴리오가 선보이는 스테이 중 오포짓 스탠다드는 위시리스트에 담고 싶은 호텔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테라스룸은 카페 루프탑만큼 널찍한 테라스를 제공하며, 지하의 하이파이 리스닝 바 드블루에선 이곳의 뮤직 큐레이션을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다. 호텔과 카페 그리고 리스닝 바의 조합이라니. 역촌동에 언제 이런 곳이 생긴 건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모텔 건물을 고쳐 새로운 개념의 숙박, 문화 공간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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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깔끔한 화이트 톤의 카페를 통해 어둑어둑한 지하로 내려오면 드블루가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공간의 음악과 무드에 바로 젖어들게 된다. 드블루의 사운드는 ALTEC LANSING, JBL, OJAS by DEVON TURNBULL 등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이 담당한다. 드블루에서 직접 음악을 선곡한다.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공간이라 혼자 찾기에도 또 친구나 연인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에도 좋아 보인다. 오포짓 스탠다드에 머물며 저녁엔 멋진 음악을 듣는 스테이를 계획해보는 것도 음악 팬들에게는 새로운 호캉스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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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서울시 은평구 서오릉로 17 B1
영업시간 19:00-늦은 밤까지 | 월, 화요일 휴무

드블루 인스타그램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