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 도프먼은 30년 동안 고객이 선택하지 않은 ‘두 번째’ 사진들을 모았다. 선택이 끝나는 순간 나머지가 되는 것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길래 수많은 ‘B면’을 모았을까.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작은 물음에 응답하며 인물 사진작가로 살아온 엘사 도프먼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B면 : 엘사 도프먼의 폴라로이드>(2017) 예고편

 

 

28살의 첫 카메라

교사였던 엘사 도프먼은 28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접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로 다뤄 본 카메라는 그의 평생을 바꿔 놓았다. 하버드 앞거리에서 사진을 판매하다 쫓겨나기도, 공연 촬영에 제지를 받는 일도 있었지만 카메라를 놓는 법이 없었다.

거리에서 사진을 판매할 수 없다면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 나서고, 촬영을 할 수 없다면 뮤지션을 찾아가 직접 허락을 받았다. 이러한 태도는 전문 사진가로서의 여성을 인정하지 않던 당대의 분위기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했다.

 

 

대형 인물 즉석 카메라

폴라로이드에서는 전 세계에 5대 밖에 없는 20X24인치 대형 즉석 카메라를 개발했다. 엘사 도프먼이 ‘렌즈가 있는 작은 방’이라고 묘사할 만큼 거대한 카메라였다. 그는 대형 카메라를 지원받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했음을 회상한다.

꾸준한 요청과 노력은 본격적인 작가 활동과 함께 ‘대형 폴라로이드 인물 사진의 선구자’라는 타이틀로 이어졌다. 폴라로이드의 전성기와 쇠락, 즉석 필름의 종말까지 함께한 그의 대형 인물 사진은 폴라로이드 사의 필름 생산 중단 시기와 맞물려 은퇴를 결심한 이후 2016년에 마무리된다.

 

 

“저는 그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어요.”

인물 사진 기법에서 중요 시 되는 것 중 하나는 작가와 피사체의 교감, 즉 라포 형성이다. 사물과 달리 인간은 감정을 느끼는 피사체이기에 찍는 사람의 접근 방법이 중요하며 어떤 의도를 담아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결과 또한 충분히 달라진다.

엘사 도프먼은 사진 속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보이는 것 그대로를 사진에 담길 원했다. 촬영 시간 동안 포착되는 피사체의 자연스러움은 한 사람의 취향과 습관, 일상에 관한 밀접한 정보들을 목격하는 즐거움 자체였다.

 

 

엘사 도프 먼의 B면

B면(B-side)은 본래 바이닐 레코드의 A면의 반대쪽 면을 지칭하는 말이다. 엘사 도프먼은 자신이 찍어주는 두 장의 사진 중 고객들이 선택하지 않은 두 번째 사진을 ‘B면’이라고 불렀다. 눈을 감아서, 웃지 않아서, 자세가 어색해서…. 다양한 이유로 선택하지 않은 사진들이었지만 그는 버리지 않고 모두 보관했다.

십여 년 전의 사진일지라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가족, 친구, 이웃, 유명 인사, 고객과 있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사진 속 사람들은 표정과 옷차림, 생김새 모두 다르지만 이를 관통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띈다. 찰나의 명랑함은 작가의 지문 같은 기법이었다. 더불어 선택의 범주에서 벗어난 ‘나머지’라는 특이점까지, 다큐멘터리에는 엘사 도프먼이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했고 즐거워했는지를 대신 대답해 주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Writer

그림으로 숨 쉬고 맛있는 음악을 찾아 먹는 디자이너입니다. 작품보다 액자, 메인보다 B컷, 본편보다는 메이킹 필름에 열광합니다. 환호 섞인 풍경을 좋아해 항상 공연장 마지막 열에 서며, 동경하는 것들에게서 받는 주체 못 할 무언가를 환기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