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시 각종 청춘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등학교 시절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오랜만에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10대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유포리아>의 인기가 드높다. 팝 음악계의 중심도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팬데믹 시즌에 10대 소녀의 이별 이야기가(‘Driver License’) 글로벌 히트곡이 되었다. 90년대생을 이해하고자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2000년대생이다. 청춘물의 매력은 10대들의 어마 무시한 성장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성장 중인 어린 음악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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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랑에서 빠져나와 주변을 노래하는 시인, 알로 파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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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런던에서 태어난 알로 파크스(Arlo Parks)는 나이지리아와 차드계 프랑스인 부모에게 길러졌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에 데뷔곡 ‘Cola’를 발표한 뒤 21살에 첫 앨범 <Collapsed in Sunbeams>를 발매하고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데뷔곡 ‘Cola’는 음울한 서정성을 지닌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 때문인지 명랑한 고등학생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음악을 들으면 왠지 중심이 단단하고 안에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인물이 떠오른다. 때문인지 알로 파크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건 10대뿐만이 아니다.

릴리 알렌은 “솔직히 Cola란 곡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밝혔고, 미쉘 오바마의 플레이리스트에도 알로 파크스의 곡 ‘Eugene’이 수록되기도 했다. 알로 파크스는 과거엔 음악에서 자신의 감정만 다뤘다면, 이제는 자신이 아끼는 주변 인물들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한다. 시집을 읽고, 일기를 쓰는 그는 여전히 성장하며 영감을 흡수하고 있다. 약간의 니나 시몬, 약간의 제프 버클리와 에리카 바두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음악의 깊이가 앞으로 얼마나 더 깊어질지 기대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자기표현을 하던 소녀에서 스타로, 엠엑스엠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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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엑스엠툰(mxmtoon)은 2000년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학교에서는 하라는 대로 따르는 모범생 ‘마이아’이지만 온라인 세계에서는 또 다른 자아 ‘mxmtoon’으로 살았다. 트위치, 텀블러,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해보지 않은 소셜미디어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던 중 게스트룸에서 우쿨렐레로 녹음한 곡들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어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17살에 녹음한 ‘prom dress’는 10대의 클리셰 범벅의 곡이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눈물이 많던 고등학교 4학년 학생. 그는 프롬 파티 날에도 혼자 화장실에서 울고 있다. 우울한 이야기와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우크렐레 연주가 대비된다. 이제 21살이 된 그는 뜻하지 않게 이뤄진 뮤지션의 길을 받아들였다. 얼마 전 발표한 ‘Sad Disco’에서 그는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울기만 하던 소녀가 이제는 슬픔에만 갇혀 있을 게 아니라 혼자 디스코라도 추겠다는 메시지의 곡이다. 엠엑스엠툰은 혼자 있길 좋아하고, 예민하지만 뚜렷한 주관이 있다. 모든 사람을 포용할 순 없겠지만, 그만의 섬세한 상황 표현과 감정에 공감하는 음악 팬들이 탄탄하게 팬덤을 형성해가고 있다.

 

 

살아본 적도 없는 과거를 레퍼런스로 삼는 비바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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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두비(beabadoobee)는 2000년도에 태어나 살아본 적도 1990년대 사운드를 레퍼런스로 삼는다. 비바두비라는 이름이 낯설더라도 ‘Coffee’란 곡은 들어봤을 수도 있다. 비바두비의 곡을 ‘포후’(Powfu)라는 음악가가 샘플링해서 ‘Death Bed’라는 곡으로 발표했는데, 틱톡에서 인기를 얻으며 히트곡이 됐다. 비바두비가 17살에 발표한 곡이 3년도 지나지 않아서 샘플링에 사용된 것이다. 원곡 자체가 노스탤지어 가득한 90년대 사운드를 표방해서인지 오래된 곡을 샘플링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그렇다. 비바두비는 사운드에 중점을 두고 음악을 작업하는 음악가다. 그가 소속된 더티 히트 레코드는 밴드 ‘The 1975’도 소속된 곳으로 이곳 소속의 뮤지션들은 대체로 비슷한 사운드를 추구한다. 비바두비는 이번에 2006년도 사운드로 돌아온다고 한다. 몇 년대도 아니고 정확한 연도를 짚어서 얘기한다. 일부러 십 대들이 쓰는 드럼머신과 기타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바두비의 음악은 MZ세대가 살아본 적도 없는 과거에 갖은 환상과 과거를 활용하는 법을 보여준다.

 

 

6명의 뉴요커로 이루어진 10대 밴드 미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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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빼고서 이 밴드를 설명할 수 없다. 6명으로 이루어진 밴드 미쉘(MICHELLE)은 멤버들이 나고 자란 뉴욕의 삶의 방식에 찬미를 보내기 위해 앨범 <Heatwave>를 만들었다. 프로듀서 줄리안 카우프만, 찰리 킬고어가 함께 작업할 10대 음악인들을 모집했고 그렇게 소피아 디안젤로, 라일라 쿠, 엠마 리, 자미 로카드가 미쉘에 합류하게 됐다. 모두 뉴욕에서 첫발을 내디뎠다는 뉴욕 토박이들이다. 하지만 학교와 사는 곳이 각기 달라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그룹 채팅이 이들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되어줬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데뷔 앨범은 통통 튀는 변주와 밝은 멜로디로 등장과 함께 인디 음악신의 주목을 받았다.

미쉘은 뉴욕이란 주제로 뭉친 프로젝트 그룹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좋은 반응에 힘입어 벌써 두 번째 앨범 <AFTER DINNER WE TALK DREAMS>까지 선보였다. 이들은 미쉘의 미래에 대해 지금까지 배운 교훈을 통해 미쉘을 어디까지 전개해 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들의 창의성을 새롭게 탐구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엔 음악이 매우 좋다. SZA부터 스티비 원더, 엔싱크까지 영감을 얻는 뮤지션들의 시간대도 종잡을 수가 없다. 6명의 세계가 충돌하며 미쉘의 음악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세상을 막 탐구하는 10대들의 즐거움이 느껴져 충만한 에너지를 받게 된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