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최종 수상작 <The Windshield Wiper>(2021)는 매우 독특한 양식의 작품이다. 영화의 통상적인 기승전결 스토리라인은 보이지 않고,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수의 장면들을 얼기설기 엮어 놓았다. 영화는 시끄러운 카페에서 담배를 피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한 중년 남자가 난데없이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어, 15분 동안 소설의 삽화 같은 다수의 ‘비네트’(vignette)를 두서없이 보여준다. 마트에서 데이트 앱을 통해 상대를 찾는 남녀,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여자, 꽃을 들고 상대의 집 앞에서 망설이는 남자, 심지어 성적인 행위에 열중하는 남녀의 모습도 등장한다.

오스카 수상 단편 애니메이션 <The Windshield Wiper>(2021)

스페인 출신의 미국 애니메이터 알베르토 미엘고(Alberto Mielgo) 감독은 넷플릭스의 앤솔러지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에 수록된 단편 <목격자>(The Witness)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홍콩 뒷골목에서 영감을 받은 디스토피아 배경에 사이버 펑크 분위기의 캐릭터를 조합하여 시즌 1의 18편 단편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며 에미 3관왕이 되었다. 그는 원래 화가 출신으로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웠고, 실사같이 장중한 배경 화면을 먼저 구성하는 화법으로 유명하다. 소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2018)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면서, 틈틈이 개인 프로젝트로 작업하여 5년 만에 오스카 수상작 <The Windshield Wiper>을 완성했다.

넷플릭스 <러브 데스+로봇> 시즌 1(2019)에 수록된 <목격자>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은 <The Windshield Wiper>의 ‘비네트’ 구성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제 4건의 에미상 수상실적에 오스카 상까지 추가한 그는 신생 독립영화사 ‘Stampede’와 협력하여 자신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에 돌입했다.

 

알베르토 미엘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