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의 아트 테이텀(Art Tatum)은 연주 도중 술을 과하게 마셨고, 특유의 속주로 대표되는 기량 역시 전성기에 비해 하향세였지만, 여전히 뉴욕 맨해튼 52번가를 주름잡는 스타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하루 평균 2리터의 위스키와 한 박스의 맥주를 마시는 애주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동료 피아니스트들이 입대하게 되자, 그의 가치는 다시 상승하여 방송국과 재즈 클럽에 불려 다니느라 바빴다. 한동안 멀어졌던 레코딩 스튜디오로 다시 그를 부른 사람은 재즈 레이블 클레프(Clef)와 버브(Verve)를 운영하던 재즈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Norman Granz)였다. 그는 아트 테이텀의 전설적인 기량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남기고 싶었다.

<Art Tatum Solo Masterpieces Vol. 1>의 첫 곡 ‘Moonglow’

1953년 말 그를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로 부른 노먼 그랜츠는 그를 피아노로 안내한 다음 맥주를 대접했다. 거장은 휴대용 라디오로 UCLA 농구를 30분가량 들은 후, 이틀 동안 아무런 제한 없이 홀로 자신의 레퍼토리를 풀어놓았다. 약 2년동안 이런 솔로 세션을 서너 차례 더 진행하여 모두 124곡의 솔로 트랙을 녹음했다. 이들은 ‘클레프’ 레이블에서 <The Genius of Art Tatum>이란 제목으로 모두 11장의 LP에 담겨 출간되었다. 또한 1954년부터는 트리오 3팀, 쿼텟 3팀, 섹스텟 1팀의 다양한 스타 콤보를 구성하여 아트 테이텀의 그룹 연주를 녹음하여 14장의 LP에 담았다. 여기에는 라이오넬 햄프턴, 버디 리치, 벤 웹스터, 버디 드프랑크 등 버브 레이블의 스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클라리넷 명인 버디 드프랑코와 협연한 <Art Tatum Group Masterpieces>의 ‘Deep Night’

콤보 형식의 마지막 녹음은 1956년 9월 11일 테너 색소폰 발라드의 거장 벤 웹스터와의 협연이었는데, 이로부터 불과 2개월도 되지 않은 11월 5일 아트 테이텀은 요독증으로 인해 47년의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이때 녹음된 마지막 유작 <The Art Tatum-Ben Webster Quartet>(1958)은 손꼽히는 명반으로, 펭귄 가이드(Penguin Guide to Jazz Recording)가 “코어 콜렉션”으로 분류한 음반이다.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는 1962년 자신이 설립했던 클레프, 노그란, 버브 레이블을 모두 MGM에 매각하고 그가 꿈꾸던 자유로운 삶을 찾았다. 당시 MGM에서 받은 매각 대금 2백 5십만 달러로 피카소의 작품들을 모았고, 스위스에 별장을 짓고 이를 “피카소의 집”(The House of Picasso)라 부르기도 했다.

트리오 편성의 ‘Just One of Those Things’는 Allaboutjazz.com이 베스트로 꼽았다.

하지만 프로덕션 사업을 떠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1973년, 노먼 그랜츠는 파블로(Pablo)를 설립하면서 10년 만에 다시 음악 프로듀서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남겼던 아트 테이텀의 음악을 재즈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는 뿔뿔이 흩어진 당시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수소문하여 사들였고, 보정 작업을 거친 끝에 두 가지의 컬렉션 시리즈로 재발매하였다. 아트 테이텀의 솔로 LP 11장을 <The Complete Pablo Solo Masterpieces>로 7장의 CD에 담았고, 14장의 LP에 들어있던 콤보 레코딩을 <The Complete Pablo Group Masterpieces>로 8장의 CD에 담아 발매한 것이다.

벤 웹스터와 협연한 <Art Tatum Group Masterpieces>의 ‘My One and Only Love’

노먼 그랜츠는 자신의 파블로 레이블을 1987년 판타지(Fantasy) 레이블에 매각했고, 판타지는 결국 콩코드와 합병하여 오늘 날 콩코드 뮤직 그룹(Concord Music Group)의 산하 레이블이 되었다. 아트 테이텀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는 콩코드의 <Original Jazz Classics>의 일환으로 재발매되었고, 오늘 날 재즈 음반 수집가들이 찾아 다니는 소중한 콜렉터 아이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