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 공포영화 기획전 <망령의 기억> 포스터

열대야가 깊어가는 한여름, 극장으로 가는 것조차 무더위 때문에 몸서리쳐진다면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보자. 최신 공포영화처럼 화려한 특수효과와 사운드를 자랑하진 않아도, 1970~90년대 한국의 거리, 아파트, 주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오싹한 이야기들이 현실감 넘치는 공포를 제공한다. 윤여정, 김영애, 황신혜, 장진영, 김명민 등 한국 영화팬들에게 친숙한 명배우들의 젊은 시절 연기를 보는 재미는 덤이다.

 

1. <화녀>

Woman of Fireㅣ1971ㅣ감독 김기영ㅣ출연 남궁원, 윤여정, 전계현

<하녀>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김기영 감독의 공포/스릴러 영화로, <화녀> 역시 한 가정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 식모가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계장을 하는 부인 명숙(전계현)에게 얹혀살다시피 하는 작곡가 동식(남궁원)은 새로 입주한 식모 명자(윤여정)를 강간하고 임신시킨다. 명숙은 명자를 강제로 낙태시키고, 극한 상황에 처한 명자는 쥐약으로 온 가족을 몰살한다. 영화는 시골에서 서울로, 외부에서 집 안으로 ‘타인’이 유입되던 당시의 사회상과 젊은 여성들이 처한 폭력적 상황을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구현해냈다. 배우 윤여정의 순진무구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가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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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깊은 밤 갑자기>

Suddenly in dark nightㅣ1981ㅣ감독 고영남ㅣ출연 윤일봉, 김영애, 이기선

고영남 감독의 1981년 작 <깊은 밤 갑자기>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에로틱한 분위기와 한국식 공포가 어우러진 수작이다. 평범한 중산층 부부의 집에 젊고 건강한 여성 미옥(이기선)이 하녀로 들어온다. 부인인 선희(김영애)는 남편이 집에 ‘들여온’ 하녀와, 하녀가 가지고 온 ‘목각인형’에 대한 기괴한 환상에 사로잡히며 점차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고, 결국 극단적 행동까지 저지른다. 선희가 환영과 처절하게 싸우는 클라이맥스와,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결말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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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01 302>

Three-Oh-One, Three-Oh-Twoㅣ1995ㅣ감독 박철수ㅣ출연 방은진, 황신혜

1990년대 미인의 대명사였던 황신혜와 감독 겸 배우 방은진이 주연을 맡았다. 302호의 윤희(황신혜)는 의부의 강간을 피해 냉장고 안에 숨었다가, 그녀를 따라 한 아이가 얼어 죽은 사건 이후로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시달린다. 그런데 옆집인 301호에 이사 온 여자 송희(방은진)가 자신의 요리를 먹기를 윤희에게 강요하고, 두 여자의 섬뜩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박철수 감독이 작가 장정일의 시 ‘요리사와 단식가’를 모티브로 만든 영화로, 음식으로 상징되는 욕망, 현대인의 트라우마, 관계에 대한 공포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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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름>

Sorumㅣ2001ㅣ감독 윤종찬ㅣ출연 김명민, 장진영, 기주봉, 조안

미금아파트 504호에 이사 온 젊은 택시기사 용현(김명민)은 남편에게 구타당하는 여자 선영 (장진영)을 만나게 된다. 504호는 최근까지 그곳에 살던 소설가가 화재로 목숨을 잃고, 그보다 훨씬 전에는 옆집 여자와 눈이 맞은 남자가 부인을 죽이고 갓난아이를 버려둔 채 도망간 집이다. 용현 역시 저주라도 받은 듯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데. 찢어질 듯한 비명도, 잔혹한 폭력 신도 없지만 음산하고 허름한 아파트에 스민 듯한 한기를 풍기는 영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배우 장진영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연기와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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